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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6-10-13

최초의 ‘유전체 치료’ 희망과 두려움 과학서평 /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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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밀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들에게 질병을 일으킨 유전자를 물려준 것이 자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나쁜 엄마처럼 느껴지는 것은 막을 순 없었다.”

‘판도라의 상자’라는 비유는 유전공학에도 정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가 말 것인가?

인간 수명 연장의 핵심인 유전체 의학(genomic medicine)에도 이같은 비유는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인간의 유전체(게놈)를 모두 분석해서 어떤 유전 변이가 생겼는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닌가?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는 미국에서 최초로 이뤄진 유전체 치료의 실제 사례를 박력있게 서술한 실화이다.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날 것인데, 수명 연장의 핵심에는 개인별 맞춤 치료가 있다. 한 사람의 유전체를 전부 해독해서 개인별로 정확히 진단해 치료하는 기술이다.

인간 유전체 분석비용 3조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어

처음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한 사람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비용은 3조원이 들었다. 지금 이 비용은 1백만원 정도로 줄어들었다. 30만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기술의 발전이 맞춤형 유전체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치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2세때 죽을 병에 걸려 4년동안 병원치료를 하다가 마침내 완치된 소년 니콜라스 볼커와 그 가족들이 겪은 이야기를 담은 이 이야기는 요즘 의학계의 핵심적인 주제를 잘 설명했다.

니콜라스(닉)는 2세가 되던 해 부터 장에 구멍이 생기는 질병을 앓았다. 장에 구멍이 생기면 대변이 체내에 들어가 온갖 오염과 염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병원에서는 인공 항문을 만드는 치료법을 썼지만, 듣지 않았다.

치료가 매우 희귀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엄마 애밀린은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온 정열과 정성을 다해 병원에 붙어있으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살리려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닉의 병원 치료생활에 대한 기록이면서, 또한 유전체 치료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실화이다. 퓰리처상 수상자 답게 너무나 많은 사람을 오래 동안 만나 정확히 인터뷰한 내용이 자세하게 들어있다.

과학적으로 복잡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유전체 의학에서 일반 시민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과연 유전체를 해독했을 때 그 사람과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닉의 어머니 애밀린과 의사들은 닉의 질병의 원인을 찾다 못해서 결국 유전체를 분석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닉의 질병은 32억개의 DNA 염기 서열 중 단 하나의 염기가 잘못된 염기로 치환되어 나온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단 하나의 이 작은 오류가 어린아이를 죽음의 문턱으로 수 없이 끌고 들어가는 불행의 길목이었다.

이 오류는 성(性)을 결정하는 두 종류의 성 염색체 중 하나인 X염색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X와 Y염색체를 갖는 반면, 여자는 두 개의 X염색체를 갖는다. X염색체 안에 있는 수많은 유전자중 하나인 XIAP 유전자의 특정 위치의 염기는 정상적인 사람이면 티아민-구아닌-티아민(T-G-T)인데 비해 닉은 티아민-아데닌-티아민(T-A-T)로 되어 있었다.

닉이 가진 염기상의 오류는 오직 단 하나의 염기가 G에서 A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 하나의 오류가 또 다른 결과에 영향을 미쳐 무서운 질병을 일으켰다.

아들의 염기 서열 해독은 가족의 다른 구성원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보를 가지고 있다. 어떤 유전변이는 엄마 혹은 아빠로부터 물려 받는다. 물려받지도 유전되지도 않았지만, 유전물질의 복사 및 세포분열 때 나타나는 오류에 의해서도 생긴다.

유전체 분석은 윤리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 

닉의 유전변이를 확인한 의사들은 부모의 유전체도 분석하기로 했다. 물론 당사자의 동의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원인은 어머니의 눈물을 쏙 빼는 것이었다. 엄마에게 염기 변이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 염기변이는 딸에게는 안 나타나고 아들에게만 유전되는 특징이 있었다.

결국 아들 닉의 질병은 어머니가 물려준 셈이다. 애밀린의 남편 션도 염기해독을 한 결과, 두 사람은 아이를 가지면 안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애밀린이 재혼하기 전에 낳은 딸에게도 이는 매우 두려운 결과이다. 딸이 엄마의 염기변이를 물려받았을 확률은 50%이다. 딸이 나중에 남자아이를 가지면 닉과 같은 질병을 물려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딸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결혼하지 말아야 하나? 결혼해도 아이는 갖지 말아야 하나? 임신했는데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아들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애밀린은 “만약 다시 염기해독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나의 유전정보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을 거에요.”라는 말에서 유전체 의학이 열어놓은 찬란한 희망과 인간적인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행히 니콜라스 볼커는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돼 퇴원해서 5년째 살아있다.

유전체 의학은 현대 의학이 나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방향이다. 이 책은 유전체 의학이 가져올 혁명적인 변화와 그에 따른 수많은 도덕적 사회적 파장을 한꺼번에 요약해서 보여준다.

MID출판사에서 발간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6-10-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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