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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3-31

동물 심장 연구하다 뇌졸중 원인 발견 유펜 연구팀, 뇌혈관질환 분자적 기전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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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면서도 의사들에겐 낯익은 병들이 있다. 뇌 속의 혈관이 스폰지처럼 뭉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뇌 해면상(海綿狀) 혈관기형(CCMs)도 그런 병 중의 하나다.

뇌졸중과 발작을 일으키는 CCM은 중추신경계 혈관질환의 5~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200명에 한 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병이지만, 발생 원인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의대 연구팀은 이 뇌혈관질환이 일어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밝혀내 치료와 예방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30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돌발성 및 가족성 뇌혈관기형  

CCM은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돌발성으로 발생 건수의 80% 정도를 차지하며 주로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나머지 20%는 가족력이나 유전에 의해 생긴다. 이 환자들은 젊은층에 많다. 증상이 더 심하고 여러 부위에 병소가 생기는 다발성 병변을 나타낸다. CCM은 진행성 질환으로 현재는 수술로 위험한 병소를 제거한 후 증상을 다스리는 것이 표준치료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CCM이 처음 유전적 질병으로 확인됐을 때 환자의 세 개 유전자 가운데 두 사본 중 하나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들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단백질들은 단일 복합체로 서로 묶여 있었으나 고유한 효소 활동이 결여돼 있었다. 이런 효소활동의 결함이 어떻게 혈관질환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이런 질환이 특별히 왜 뇌에서 일어나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논문의 시니어저자인 마크 칸(Mark Kahn) 의학부 석좌교수는 “CCM에 대한 지금까지의 축적된 지식에도 불구하고 CCM 복합체의 손상이 어떻게 질병을 일으키는가는 수많은 하향 신호경로와 과정이 답으로 제시된 가운데 계속 논란이 돼 왔다”고 말했다.

병인에 대한 중요한 단서는 척추동물의 심장 발달을 연구하는 동안에 발견됐다. 그때 칸 교수 실험실에서는 내피세포에 있는 CCM 단백질이 MEKK3 효소의 활동과, 배아의 심장이 적절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핵심 역할을 하는 하향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이크로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찍은 쥐의 뇌 해면상 혈관기형 모습. 붉은 색이 병변을 나타낸다. ⓒ Zinan Zhou, lab of Mark Kahn, Perelman School of Medicine, University of Pennsylvania
마이크로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찍은 쥐의 뇌 해면상 혈관기형 모습. 붉은 색이 병변을 나타낸다. ⓒ Zinan Zhou, lab of Mark Kahn, Perelman School of Medicine, University of Pennsylvania

MEKK3 신호 증가와 KLF2 및 KLF4 과발현이 관건

이번에 발표한 연구에서 칸 교수팀은 기존의 메커니즘이 탄생 직후의 뇌에서 CCM 병변이 생성되는 바탕을 이루는지도 조사했다. 연구팀은 CCM에 걸린 신생 쥐 모델을 이용해 새로 형성된 CCM 병변 세포에서 MEKK3효소를 생성하는 KLF2와 KLF4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칸 교수는 “그로부터 연구를 발전시켜 MEKK3, KLF2 혹은 KLF4 유전자의 부분적이고 내피 특이적인 결손이 완벽하게 병변 형성을 억제하고, 실험용 쥐가 CCM으로 죽는 것을 예방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논문 제1공저자인 지난 주(Zinan Zhou) 박사과정생이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같은 연구 결과와 부합되게 돌발성이거나 가족력으로 인한 CCM 환자의 병소 혈관 내벽 세포에서 KLF2와 KLF4 유전자 발현이 증가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논문의 제1공저자 중 한 명인 알란 탕(Alan Tang) 박사과정생은 이미 확인된 질병인자인 CCM2 돌연변이가 CCM 단백질 복합체와 그 신호타겟인 MEKK3와의 상호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질병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마크 칸 교수 ⓒ University of Pennsylvania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마크 칸 교수 ⓒ University of Pennsylvania

칸 교수는 이런 연구들을 통해 “증가된 MEKK3 신호와 KLF2 및 KLF4 전사인자의 과발현이 CCM의 분자적 기초를 이룬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확인해 준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가능성 열어

가족성 및 돌발성 해면상 혈관기형 모두 혈관내피세포에 MEKK3와 KLF2 및 KLF4 신호가 증가돼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 단백질들의 활동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칸 교수팀은 여기서 나아가 KLF2와 KLF4 표적 유전자들이 CCM 병변을 생성하는데 깊이 관여하는지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심장 발달에 대한 병행 연구에서 ADAMTS라는 효소의 중요한 역할이 확인됐는데, 이 효소는 뇌에서 고발현되는 CCM 질병 관련 물질인 베르시칸을 저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최초의 CCM 병변 주위에서 베르시칸이 저하돼 있는 것이 입증됐으며 이는 CCM의 병인을 밝히고 중요한 치료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중대한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3-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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