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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3-16

이식된 장기, 손상되기 전 알아낸다 분자 프로파일링으로 거부반응 조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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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십년 동안 신장이나 간, 폐, 심장 등의 장기를 이식하는 기술은 크게 발전했으나 이식된 장기의 거부반응은 아직 완전하게 조절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장기를 이식받은 후에는 평생 동안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지만, 신장 이식자의 반 정도는 면역거부반응으로 인해 10년 안에 이식된 장기를 상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SRI)는 최근 신장 조직 생검을 통해 전장유전체 분자 분석(genome-wide molecular profiling)을 하면 이식된 장기가 크게 손상 받기 전에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연구에 따르면 현재 급성과 만성 거부반응은 각각 다른 질환으로 인식돼 있으나 실제로는 같은 면역거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TSRI 기능 유전학 연구실장이자 ‘다기관 장기이식 유전학 협동 연구그룹’(TGCG) 리더인 대니얼 살로먼(Daniel Salomon) 교수는 이번 연구가 “분자적 기반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새롭게 이해하는 중요한 연구로서 현재의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환자 치료 결과에도 실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간이나 폐 및 심장이식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15일자 ‘미국 장기이식 저널’(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 왼쪽부터 수닐 큐리언 연구원,대니얼 살로먼 교수, 브라이언 모데나 연구원. ⓒ Cindy Brauer, TSRI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 왼쪽부터 수닐 큐리언 연구원, 대니얼 살로먼 교수, 브라이언 모데나 연구원. ⓒ Cindy Brauer, TSRI

거부반응에 휘둘리는 환자들

의사들은 통상 급성 거부반응 치료를 위해 많은 면역 억제제를 처방한다. 그러나 만성 거부반응은 급성 거부반응과는 다르고 치료할 수 없는 질환으로 여겨 이식된 장기 상실을 피할 수 없는 일로 생각한다.

살로먼 교수는 “만성 거부반응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장기이식 의사들이 현재의 방법으로는 장기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후에야 그 사실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면역억제제는 독성이 있어 의사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능한 한 용량을 줄이려는 압박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면역억제력이 감소돼 환자에 따라서는 한계를 넘어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거부반응으로 이식된 장기를 상실한 환자는 다시 투석을 받아야 하지만 장기이식보다 누적비용이 비쌀 뿐더러 합병증 위험이 높아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급성 거부반응과 만성 거부반응은 같은 질병

살로먼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급성 거부반응과 만성 거부반응은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링 기법을 사용해 급성 및 만성 거부반응 환자와 거부반응이 없는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수천 개의 유전자 활동을 동시에 측정해 비교했다. 논문의 공저자인 수닐 큐리언(Sunil Kurian) 연구원은 이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링이 통상의 조직검사에 쓰이는 빛을 이용한 현미경과 달리 때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유전자 현미경(genomic microscope)’이라고 이름 붙였다.

논문의 제1저자인 브라이언 모데나(Brian Modena) 연구원은 유전자 발현 분석에 GCN(Gene Co-Expression Networks)으로 불리는 새로운 컴퓨터 분석도구를 이용해 위 세 그룹의 조직검사에서 나타나는 면역거부반응의 실제적 분자기전을 밝혀냈다.

이식된 신장에서 나타나는 이식 사구체병증의 모습. 이식 사구체병증은 만성 거부반응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 Wikimedia / Nephron
이식된 신장에서 나타나는 이식 사구체병증의 모습. 이식 사구체병증은 만성 거부반응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 Wikimedia / Nephron

연구팀은 234개의 신장이식 생검조직을 분석한 결과 급성 거부반응 조직에서 발현된 약 80%의 유전자가 똑같이 만성 거부반응 조직에서도 발현된 것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 중에는 염증과 손상을 유발하는 유전자도 포함됐다.

살로먼 교수는 “이식 한달 후에 나타나건 혹은 5년 후에 나타나건 면역 매개 거부반응은 결국 분자 수준에서 한 단일체로서 모두 같은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모두 면역 억제 치료로 관리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번 연구 결과 모든 장기이식 실패는 부적절한 면역 억제에 기인하며, 따라서 이식 후 약 처방에도 중요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3-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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