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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1-26

당뇨 인슐린주사 필요 없어진다? 캡슐화한 췌장세포 이식해 당뇨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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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세포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을 앓는 1형 당뇨환자에게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췌장세포를 캡슐화해 이식함으로써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와 보스턴 어린이병원, 하버드대와 일리노이대, 조슬린당뇨센터 연구원들은 협동으로 줄기세포에서 췌장 섬 세포를 만들어낸 후 이를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물질로 캡슐화해 당뇨병에 걸린 쥐에게 이식 실험을 했다. 그 결과 6개월 간 거부반응 없이 인슐린이 잘 분비돼 혈당을 조절하는 성공을 거뒀다고 25일자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과 ‘네이처 생명공학’(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했다.

1형 당뇨병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췌장을 공격해 당 조절 능력을 잃게 되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다. 이로 인해 1형 당뇨환자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혈당을 체크한 후 당 조절을 위해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러나 혈당을 정확하게 조절하기가 어려워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손상된 췌장을 대체하기 위해 췌장 이식 등 여러 방법을 써오고 있으나 가장 큰 장벽은 이식 후 면역거부반응이 생겨 평생 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다니엘 앤더슨(Daniel Anderson) MIT 화학공학부 교수는 “거부반응이 없는 췌장을 이식해 약을 먹지 않고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당뇨환자들에게 꿈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췌장 섬 세포를 집어넣는 캡슐을 형성하는 ‘스텔스 물질’의 표면 전자현미경 사진. 인체 면역체계가 알아차리지 못 하도록 ‘보이지 않는 망또’를 입힌다.  ⓒ MIT
췌장 섬 세포를 집어넣는 캡슐을 형성하는 ‘스텔스 물질’의 표면 전자현미경 사진. 인체 면역체계가 알아차리지 못 하도록 ‘보이지 않는 망또’를 입힌다. ⓒ MIT

반흔조직 안 생기는 세포의 캡슐화가 관건

앤더슨 교수팀은 미국청소년당뇨재단(JDRF)의 요청에 따라 몇 년 전부터 췌장세포를 캡슐화해 이식함으로써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연구팀은 갈조류에서 추출한 알긴산염 파생물질들을 조사한 끝에 겔 형태의 알긴산염이 세포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캡슐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알긴산 겔은 당이나 단백질 분자를 잘 통과시켜 캡슐 안의 세포들이 이들 성분을 감지하고 생체신호에 반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전에도 알긴산 캡슐을 유인원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했으나 캡슐 주변에 반흔조직이 자라나 효과가 없었다는 것. MIT와 보스턴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이런 면역반응을 줄이기 위해 알긴산염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네이처 생명공학’ 논문 제1저자이자 ‘네이처 의학’ 논문 공동저자인 아르투로 베가스(Arturo Vegas) 보스턴대 조교수는 “작은 분자들을 수정하면 면역시스템의 인지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고분자 사슬에 여러 분자들을 부착시키는 방법으로 모든 알긴산염 파생물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혈당을 감지하는 인슐린. 면역체계가 알아차리지 못 하도록 보호된 캡슐 안에 들어있는 줄기세포 유래 췌장 섬 세포에서 분비된다.  ⓒ MIT
혈당을 감지하는 인슐린. 면역체계가 알아차리지 못 하도록 보호된 캡슐 안에 들어있는 줄기세포 유래 췌장 섬 세포에서 분비된다. ⓒ MIT

6개월 동안 거부반응 없이 성공적으로 작동

800개의 알긴산염 파생물질을 만들어 실험용 쥐와 유인원에게 여러 차례 실험한 결과 트리아졸-티오모르폴린 이산화물(TMTD)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강한 면역체계를 가진 실험용 쥐를 골라 이 쥐의 복강에 TMTD를 이식했다. 연구에 사용된 췌장 섬 세포는 논문저자인 더글라스 멜튼(Douglas Melton)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에 개발한 방법으로 줄기세포에서 생성해 냈다.

이식 후 세포들은 혈당에 반응해 즉각적으로 인슐린을 생산해 냈고, 174일 동안 성공적으로 혈당 조절을 할 수 있었다. 또 직경 1.5㎜짜리 캡슐은 이식된 후 6개월 동안 아무런 반흔조직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MIT 코흐연구원 교수는 “두 논문의 복합적 결과는 이 캡슐이 실제로 사람에게 이식돼 췌장세포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며, “이번의 세포 이식 연구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인슐린 주사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환자들에 대한 임상시험을 목표로 현재 유인원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앤더슨 교수는 “지금까지의 중요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실제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치료법으로 개발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베가스 교수는 “환자들의 ‘인슐린-독립’이 목표”라며, “이번 연구 개발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기술보다도 더욱 효과적으로 세포들이 혈당을 확인해 인슐린을 분비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가장 나은 최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찾은 새로운 물질이 어떤 이유로 잘 작동하는지도 연구하고 있다. 이 물질은 두 개의 탄소원자와 세 개의 질소원자를 가진 트리아졸 그룹을 포함한 분자로 모두 수정됐다. 연구팀은 이런 종류의 분자들이 외부 물질을 인식하는 면역체계의 능력을 막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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