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류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의학의 발달에 따라 이러한 바람도 하나 둘씩 이루어져 가고 있다. 최근 가슴샘(흉선)에서 생성되는 한 호르몬이 면역력을 강화하고 이에 따라 건강수명도 늘릴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진은 실험 결과 가슴샘에서 분비되는 FGF21(fibroblast growth factor 21) 호르몬이 쥐의 수명을 40%까지 늘리고, 이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약화되는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온라인판 11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노인들의 면역 기능 강화와 비만 및 암, 2형 당뇨병 같은 질병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면역력 강화로 건강수명 연장
가슴샘은 가슴뼈의 뒤 심장과 대동맥의 앞에 자리하고 있는 림프 면역기관이다. 중요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생성하며 대체로 14~15세에 가장 커졌다가 점차 작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새로운 T세포를 계속 만들어내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샘이 지방화되면서 새로운 T세포 생성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T세포가 새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질병 감염과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한 원인이 된다.
미국 예일대 의대 비교의학 및 면역생물학과 비슈와 디프 딕시트(Vishwa Deep Dixit) 교수팀은 FGF21의 농도가 높게 형질 전환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기능을 정지시켜 FGF21의 감소가 쥐의 면역체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폈다. 연구 결과 나이 든 쥐에게서 FGF21의 농도를 증가시키자 가슴샘이 노화에 따라 지방 변성화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T세포 생성 능력이 증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FGF21이 부족하면 나이 든 쥐의 가슴샘은 변성이 가속화됐다.
딕시트 교수는 “가슴샘 상피세포에 있는 FGF21의 농도가 간에 있는 FGF21보다 여러 배 높다는 것이 확인됐고, 따라서 FGF21은 가슴샘 안에서 T세포 생성을 증진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골수이식을 받는 노인들이나 암 환자들의 FGF21 수치를 올리면 T세포 생성을 늘리는 추가적인 전략으로서 면역기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칼로리 제한 않고도 면역력 늘리는 방법 모색 중
딕시트 교수는 FGF21이 내분비호르몬으로서 간에서도 생성된다고 말했다. 열량을 제한해 당(糖) 수치가 낮으면 지방을 칼로리로 전환하기 위해 태울 때 FGF21의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 FGF21은 또 대사호르몬으로서의 기능도 가져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고 체중 감량도 유도한다. 이를 바탕으로 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사우스웨스턴) 의료원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 간의 FGF21 농도를 높이면 감미료와 알코올 선호가 크게 줄어들고 큰 포유류에서도 설탕 선호도가 줄어든다는 연구를 지난해 12월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했다. 이들 연구팀은 2014년에 FGF21이 뇌를 자극해 체중을 감량한다는 연구를 같은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텍사스 주립대 연구팀 등이 간에서 생성되는 FGF21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오며 내분비 질환 치료의 단서를 마련한 데 비해 이번 예일대 연구팀은 가슴샘에서 분비되는 같은 호르몬의 면역 강화 기능과 이를 통한 건강수명 연장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딕시트 교수는 앞으로 FGF21이 어떻게 노화로부터 가슴샘을 보호하는가, FGF21의 농도를 높이면 약리적으로 과연 인간의 건강수명을 늘리고, 노화에 따른 면역력 약화로 질병에 걸리는 비율을 낮출 수 있는가를 깊이 이해하는데 연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칼로리 섭취를 줄이지 않고도 면역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칼로리 제한을 모방하는 방법도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6-01-1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