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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1-06

장내 박테리아가 암치료에 효과 미국 연구진 "최신 면역치료제와 효과 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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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암 치료에서 최신 면역 항암제와 대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 박테리아와 암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5일자 온라인판에서 흑색종에 걸린 실험용 쥐에게 특정한 박테리아를 주입한 결과 암을 공격하는 면역력을 한층 높이는 결과를 얻었으며, 이 치료 효과는 최신 항암제인 ‘항PD-L1 항체’ 같은 면역 체크포인트 저해제와 거의 동등하다고 밝혔다. 또 경구용으로 조제한 박테리아 제제와 항PD-L1 항체를 복합 처방하자 암세포 성장이 거의 멈추는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끈 토머스 가예프스키(Thomas Gajewski) 교수(의학 및 병리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미처 예상치 못한 성과로, 흑색종과 다른 많은 암에 반응하는 면역체계의 향상에 특정 장 박테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입증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학계에서는 장내 미생물 군집과 면역체계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발견은 이 같은 연계성을 활용해 장 박테리아를 선택적으로 조절함으로써 항암 면역치료를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미국 시카고대 토머스 가예프스키 교수  ⓒ The University of Chicago
연구를 이끈 미국 시카고대 토머스 가예프스키 교수 ⓒ The University of Chicago

박테리아와 항암제 복합 처방, 치료 효과 크게 높여

2010년 이후 의료계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면역 항암제인 이필리무맵(ipilimumab), 니볼루맵(nivolumab), 펨브롤리주맵(pembrolizumab) 같은 면역 체크포인트 저해제는 흑색종이나 폐암, 두경부암 등 여러 형태의 암 치료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치료성적에서는 환자 세 명 중 한 명 정도만이 확실한 효과를 거두었을 뿐이다. 이로 인해 암 연구자들은 왜 치료 성적이  미미한 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다.

가예프스키 교수팀은 암 연구를 위해 활용한 실험용 쥐에서 유사한 패턴을 발견했다. 잭슨연구소(JAX)에서 구입한 쥐들은 피부 밑에 이식한 작은 흑색종에 대해 자연스럽게 왕성한 면역반응을 보였다. 이에 비해 타코닉 바이오사이언스(TAC)에서 사온 쥐들은 한 주 정도만 면역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두 종류의 쥐들을 3주 동안 한 우리 안에 넣어놓자 ‘암 성장에서 나타났던 두 종류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현상에 대해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에 함께 노출됨으로써 TAC 쥐들이 JAX 쥐들로부터 미생물을 획득해 암에 대한 면역력을 향상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추정은 JAX 쥐의 배설물을 TAC 쥐의 위에 옮겨 넣는 실험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박테리아가 있는 배설물이 주입된 TAC 쥐는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이면서 암 성장을 지연시켰다. 이와 반대로 본래의 TAC 쥐 배설물을 JAX 쥐에 옮겨 넣자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 전이 효과를 항PD-L1 항체의 효과와 비교했다. 결과는 두 가지 처치가 모두 암 성장을 현저하게 둔화시킨다는 점에서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 이어 박테리아와 항PD-L1 항체를 복합해서 처방하자 암 조절력은 극적으로 향상됐다.

연구팀은 쓸모 있는 특별한 박테리아를 찾기 위해 대규모 유전자 분석을 실시해 JAX와 TAC 쥐들의 소화관으로부터 254 종류의 서로 다른 미생물들을 찾아냈고, 이 중 눈에 띄는 세 그룹의 박테리아를 선별했다.

장에 서식하는 비피도박테리아가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 효과도 최신 면역 항암제와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비피도박테리아의 한 종류인 비피도박테리움 아돌레센티스(Bifidobacterium adolescentis, 좌)와 아니말리스(Bifidobacterium animalis). ⓒ Wikipedia(Y tambe / Bob Blaylock)
장에 서식하는 비피도박테리아가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 효과도 최신 면역 항암제와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비피도박테리아의 한 종류인 비피도박테리움 아돌레센티스(Bifidobacterium adolescentis, 좌)와 아니말리스(Bifidobacterium animalis). ⓒ Wikipedia(Y tambe / Bob Blaylock)

비피도박테리아, 수지상 세포와 상호작용하며 면역력 높여

세 그룹 중에서는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um) 종이 돋보였다. TAC 쥐에게 이 박테리아를 2주간 먹이자 항암 T세포의 반응이 크게 증가했다. 비피도박테리아만을 처치한 쥐는 여러 박테리아가 들어있는 배설물을 장에 투여했을 때보다 암 조절력에서 박테리아와 항암제를 복합 처방했을 때와 비교할 만한 높은 수준의 항암 능력을 보였다.

효과도 오래 지속됐다. 비피도박테리아를 투여한 6주 뒤에 TAC 쥐를 암에 노출시키자 여전히 왕성한 항암 반응을 보였다.

추가적인 시험 결과 비피도박테리아는 소화관에만 머물며, 수지상 세포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반응을 촉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계의 수색대 같은 수지상 세포는 잠재적인 위협세력이 나타나면 이를 T세포에 알려 퇴치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유사한 과정을 통해 인체에 긍적적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박테리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필리무맵 같은 면역 항암제 치료에 영향을 주는 박테리아를 탐색하고 있다.

한편 같은 이슈로 ‘사이언스’에 실린 프랑스 귀스타브 루시 연구소( Institut Gustave Roussy in Paris)의 논문은 항생제가 이필리무맵의 항암 효과를 방해한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항생제 처치를 받아 박테리아가 모두 사멸한 쥐에게 사라진 미생물들을 보충해 주자 약의 항암 효과가 되살아난 실험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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