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에서 암 종양과 ‘절친’인 세포를 암 킬러로 만들어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이 소개됐다.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하버드의대, 보스턴 어린이병원 그리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국제협동연구팀은 면역시스템의 핵심 세포들이 호전적인 형제 세포들의 고삐를 틀어쥐도록 함으로써 건강한 정상세포들을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면역치료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으로 공격 억제 세포들을 종양 공격세포로 전환시킬 수 있어 암 치료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는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김혜정 박사가 주 저자로 참여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6일자에 게재됐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하비 캔터(Harvey Cantor) 박사(다나 파버 연구소 및 하버드의대)는 “이번 연구는 면역체제를 기반으로 한 암 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며, “암에 대한 면역반응을 저지하는 세포들의 유전 경로를 표적 공격함으로써 이 세포들을 암에 대항하는 투사로 만들 수 있으며, 현재 이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항체와 소분자 치료약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T세포 대상으로 이중 치료효과 노려
이 연구는 기본적인 면역 반응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나오게 됐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면역세포인 ‘T반응세포’(effector T cells, Teffs)는 감염이나 염증이 생기면 침입한 질병 세포의 특성에 맞춰 신속하게 변신해 다앙한 그룹을 지어 무장한다. 두 번째 형태의 면역체계 세포인 T조절세포(regulatory T cells, Tregs)는 T반응세포가 전투 모드로 들어가도 동요하지 않고 지속적인 안전성을 유지한다. T조절세포의 이러한 특성은 T 반응세포들을 감독해 정상세포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캔터 박사팀은 T조절세포들이 어떻게 그러한 안전성을 유지하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먼저 T조절세포들이 유전자 발현 스위치를 켜고 끄는 일을 돕는 전사인자인 헬리오스(Helios)라는 단백질을 고농도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어 낮은 농도의 헬리오스를 가진 T조절세포들은 오히려 불안정하고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데도 지속적이지 못 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실험용 쥐를 유전적으로 헬리오스를 생산하지 못 하도록 처리하자 T세포와 항체들이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일이 생겼다. 이와 함께 T조절세포가 T반응세포로 변해 면역 공격에 가담했다.
연구를 끝내고 캔터 교수팀은 연구 결과가 암 치료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캔터 교수는 “현재의 연구 목표는 T조절세포를 제거해 항암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이번 발견은 이중 효과 즉, 헬리오스를 타겟으로 함으로써 T조절세포의 수를 감소시키는 한편 이 세포들을 T반응세포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부작용 거의 없는 암 치료 약 검색 중”
연구팀이 피부암인 전이성 흑색종 암세포를 쥐에게 이식한 후 헬리오스 생산을 중단시키자 이들 쥐의 폐에서는 다른 대조군 쥐들에 비해 암 종괴가 매우 적었고, 수명도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헬리오스가 결핍된 쥐의 종양에 있는 T조절세포는 T반응세포로 전환이 되고 다른 정상조직에 있는 T조절세포는 안정된 상태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캔터 교수는 많은 종양 내에서의 염증 상태는 암에 대한 T반응세포의 대응을 억제하고 T조절세포가 염증 부위에 모여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표적 치료나 유전자 발현을 통해 헬리오스가 감소되면 T조절세포가 T반응세포로 전환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암에 한정되고 면역과 관련한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김혜정 박사(다나-파버 암연구소)는 “연구의 다음 단계는 성공적으로 헬리오스를 표적 치료하거나 혹은 헬리오스 경로에 있는 유전자를 치료할 수 있는 항체와 소분자 약을 확인해 내는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대상들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10-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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