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손상된 조직이나 인체 장기를 재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인체의 핵심 기관인 심장을 재생해 보려는 노력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어떤 조직이나 기관을 재생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착안할 수 있는 점은 인체의 자가 복구(self-repair) 능력이다. 피부에 상처가 생겼을 때 시간이 지나면 곧 새 살이 돋아나고,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면 문제가 생긴 부위에서 진액이 나와 부러진 곳이 튼튼하게 다시 붙게 된다.
그러나 심장만은 자가 복구 능력이 다른 부위에 비해 미약하고, 따라서 재생이나 복제 등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포유류의 심장이 피부나 뼈, 기타 다른 조직에 비해 자가복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진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과도한 자가복구 과정이 자칫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심장의 기능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심장의 제한된 재생능력을 증폭시킬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펄먼의대 연구진은 심장 근육만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와 비슷한 간세포(幹細胞, progenitor)를 밝혀냄으로써 심장 재생연구의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연구팀은 줄기세포와 같은 기능을 하는 심장 간세포들(cardiac progenitor cells, CPCs)로부터 심장이 형성되는 배아단계에서 단서를 포착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조너선 엡스타인(Jonathan Epstein) 교수(세포 및 발생생물학과장)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심장 근육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간세포를 확인해 이 세포를 성장시키고 심장 근육을 형성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밝히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엡스타인 교수팀의 연구보고는 6월 넷째주 '사이언스'지 표지 기사로 소개됐다.
이들 연구팀의 주요 목적은 간세포들이 어떻게 심실과 판막을 형성하는 내피세포와 심장 근육세포들을 포함한 상이한 세포형태의 성숙한 심장을 만들어내는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특히 간세포들이 어떤 기관으로든 분화할 수 있는 ‘전능(全能)’의 간세포 상태로부터 자라나 심장세포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하고자 했다.

심장근아세포(心臟筋芽細胞, Cardiomyoblast)가 심근세포 생성
이번 연구에서 엡스타인 교수팀은 ‘심장근아세포(Cardiomyoblast)’라고 이름 붙인 심장 간세포가 배타적으로 심장근육세포를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간세포들은 Hopx라는 특별한 단백질을 표출했다.
Hopx는 장이나 모낭, 폐를 포함한 여러 조직들에서 간세포 표지자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엡스타인 교수팀은 2002년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처음으로 심장 발달과 Hopx의 관련성을 부각시키고, 쥐와 제브라피시 대상 실험에서 Hopx를 제거하면 심각한 심부전이 생긴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라잔 자인(Rajan Jain) 박사(심장병 전문의)는 심장 발달에서 Hopx의 역할을 좀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배아상태의 쥐 심장에서 Hopx를 과잉 발현시켰다. 그러자 심장 근육의 수가 증가했다. 자인 박사는 어떤 세포들을 줄기세포와 같은 만능의 상태로 유지되도록 돕는 Wnt 신호경로에 있는 유전자 활동을 Hopx가 억제함으로써 심장근육을 많이 만들어내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배아상태에서 Hopx가 부족한 심장 세포들은 Wnt의 신호수준이 높았고, 심장근육 세포들을 더 적게 만들었다.
자인 박사팀은 또 심장세포의 발달에서 Hopx가 Wnt 신호를 억제하는 Bmp의 증강자인 Smad 단백질들과 연관된 매우 중요한 중개자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로운 심장 치료법과 약제 개발에 기여할 것”
이번 연구는 최소한 과학자들이 심장 근육을 만드는 심장근아세포(심장 간세포)를 분리할 수 있는 결정적 표지자인 Hopx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포유류의 심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한 기초과학지식을 넓히고 이 분야 연구를 촉진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손상된 심장에 심장근아세포를 주입하는 방법을 포함한 심장치료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이자 Hopx 계통 추적 연구를 수행한 데키앙 리(Deqiang Li)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우리는 실제로 심장근육세포에 특화된 간세포가 필요했고, 이번 발견으로 이 간세포들을 확인해 정제해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인 교수는 “어디에서 심장근육세포의 분화가 결정되는지, 거기에는 어떤 신호들이 포함되며 세포가 모든 신호들을 어떻게 통합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과학자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치료법들은 세포 기반의 치료뿐만이 아니라 생체공학적으로 만든 이식 가능한 심장근육 패치 등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엡스타인 교수는 배아기의 심장에서 Hopx와 여러 다른 인자들이 어떻게 근육세포들이 생성되도록 돕는가를 알아내면 성인의 심장에서도 새 근육세포를 만들도록 자극하는 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엡스타인 교수팀은 이 계통 연구의 다음 단계로, 발생 초기에 심장근육을 생성하는 심장근아세포와 여러 다른 인자들이 (수십년이 지난 후) 심장마비나 기타 심장 손상을 입었을 때도 어느 정도 유사한 역할을 하는지를 확인해 볼 계획이다. 엡스타인 교수는 “배아단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성인 심장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들을 찾는데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6-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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