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성인병인 대사증후군 환자가 최근 5년 동안 16.5%나 늘어난 것으로 발표돼 중년 이후의 건강관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고혈압 등을 포함한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에 대해 2010년부터 5년 간의 심사결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이 전체 진료인원의 80%를 넘고, 절반 이상은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통계청 인구추계와 비교해 볼 때 대략 60대 인구의 60%, 70대 인구의 70% 가량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습관병인 대사증후군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 전 인구의 35%, 60대 인구의 50% 가량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인구 대비 환자 비율이 2003~4년의 32.9%에서 2011~2년에는 34.7%로 다소 늘어난 것으로 미국의학협회지(JAMA)(5월 19일)에 발표됐다.
이런 가운데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1.6배 높고,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가진 사람은 위험도가 더 증가한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임상 내분비 및 대사 저널(JCEM)’(5월 21일)에 소개됐다.
대사증후군 있으면 심질환 발생 위험 2배, 당뇨병 발생위험 10배
대사증후군이란 대사기능, 즉 우리가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 합성하여 생체성분과 필요물질, 에너지를 생성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당뇨병 등을 일으키는 위험요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증상을 일컫는다.
△복부비만(한국인은 남자 허리둘레 90㎝, 여자 85㎝ 초과) △혈액 속의 높은 중성지방 비율(150mg/dL 이상) △고혈압(130/85mmHg 이상) △혈당 장애(당뇨의 전 단계로 공복 혈당이 100mg/dL보다 높은 상태) △낮은 HDL 콜레스테롤 혈증(남자 40mg/dL, 여자 50mg/dL 이하) 등 다섯 가지가 주요 위험요소로 꼽히며, 이 가운데 세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통상 두 배 이상, 당뇨병이 나타날 확률은 1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문 저자의 한 사람인 성기철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조사연구 결과 대사증후군 환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6배 높고, 대사증후군을 가진 여성은 대사증후군이 없는 배우자에 비해 어떤 원인으로든 사망할 위험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8년 간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5만5971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체중, 체질량지수, 혈압, 콜레스테롤과 혈당치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사망률은 통계청의 사망 기록을 토대로 산정했다. 추적조사의 중앙값은 3.7년으로, 이 기간 동안 조사대상자 가운데 542명이 사망했다.
연구팀이 처음 탐색 조사를 했을 때 대상자의 12.6%가 대사증후군을 가지고 있었고, 분석 결과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그 배우자에 비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았다. 그러나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을 통계에서 제외하자 그 차이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논문 공저자인 같은 병원 이은정 교수는 “이 같은 분석 결과는 바로 당뇨병과 고혈압이 대사증후군 환자들을 심장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주요 요인임을 보여준다”며, “대사증후군이 있는 젊은이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위험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슐린 저항성이 문제….요산도 의심 받아
그럼 대사증후군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의학계에서는 대사증후군의 원인으로 비만과 연관된 인슐린 저항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슐린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핏속의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인슐린이 줄어들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당뇨병이 되고, 과다할 때는 저혈당이 된다. 어떤 이유에 의해 이 인슐린 분비량이 적어서 생기는 당뇨병을 제1형 당뇨병, 인슐린 분비는 정상이나 인슐린 작용 부진에 따른 ‘인슐린 저항성’으로 생기는 당뇨병을 제2형 당뇨병이라 한다. 당뇨병 환자의 90% 이상은 제2형에 속한다.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비만, 교감신경의 활성증가,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가 꼽히지만 완전하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요산(uric acid)’이라는 연구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요산은 핵산의 구성성분인 퓨린이 간에서 분해되면서 생기는 최종 산물로 콩팥이나 장을 거쳐 소변과 대변으로 배출된다.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관절이 빨갛게 부어오르는 통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요산의 혈중 농도가 높은 고요산혈증은 대사증후군의 한 지표가 되고 있으나 요산 자체가 어떤 손상을 일으키는지, 혹은 어떤 잘못된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단순한 부산물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논문의 제1저자인 브라이언 데보쉬(Brian J. DeBosch)박사(소아과)는 “요산은 대사증후군의 진행에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 역할을 한다”며, “연구를 통해 소화관이 요산을 청소하는 중요한 기전을 담당하며, 이를 통해 제2형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켈레 몰리(Kelle H. Moley) 박사 연구팀은 요산의 중요한 운반체가 GLUT9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데보쉬 박사가 쥐의 장에서 GLUT9의 작용 특히 요산 배출 능력을 제한하는 실험을 했더니 GLUT9이 제거된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피와 소변에서 요산 수치가 빠르게 올라갔다. 이어 6~8주 뒤 이 쥐들은 대사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인 고혈압과 높은 콜레스테롤치, 고인슐린혈증 및 지방간 증상을 보였다.
요산 줄이는 음식 조절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
요산은 우리 몸에서 정상적인 대사의 산물이기 때문에 이를 피할 수는 없으나 음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입증돼 있다.
요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간이나 내장, 청어와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 있는 퓨린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 최근에는 요산과 관련해 과당(fluctose)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과당은 벌꿀이나 과일 등에 들어 있고 녹말이나 셀룰로오스, 글리코겐 같은 여러 다당류와 배당체의 주요 성분이다.
몰리 교수는 “지난 30년 간 음식에 너무 많은 과당이 들어가게 된 것은 거의 재난 수준”이라며, “요산이 대사증후군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사실이 점점 확산돼 가고 있고, 과당이 간에서 직접 요산을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은 식습관과 운동 여부 등 생활습관이 크게 좌우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병 가운데 하나다. 이 연구는 퓨린을 포함하는 여러 음식과 함께 과당이 많이 들어있는 케이크나 과자 같은 단 음식을 조절하면 요산을 줄일 수 있고, 이는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6-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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