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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8-27

잠, 더 자도 덜 자도 ‘탈’ 6~8시간 수면, 심장건강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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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얼마나 오래 자야 건강에 좋을까. 학자들은 대체로 잠을 너무 많이 자도, 덜 자도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심장 관련 학술 모임인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ESC Congress 2018)에서는 심장 질환과 관련한 수면 연구가 여러 편 발표됐다.

이들 연구의 요점은 △심장 건강을 위해 6~8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고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이면 심장질환 위험이 두 배로 높아지며 △짧은 조각 잠은 동맥경화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속담처럼 충분한 잠은 심장질환 예방에도 매우 중요하다.  CREDIT: Pixabay
‘잠이 보약’이라는 속담처럼 충분한 잠은 심장질환 예방에도 매우 중요하다. CREDIT: Pixabay

6~8시간이 심장건강 최적 수면

먼저 적정 수면시간에 대해 그리스 아테네 오나시스 심장수술센터 에파메이논다소 포운타스(Epameinondas Fountas) 박사는 수면 지속시간과 심장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전 연구 결과를 결합한 메타분석을 사용해 조사한 결과, “하루에 6~8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그보다 많거나 더 적게 자면 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이 메타분석에는 지난 5년 동안 심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은 100만명 이상에 대한 11개의 전향적 연구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연구대상자를 ‘6시간 미만 수면그룹’과 ‘8시간 이상 수면그룹’으로 나누어 기준 그룹(6~8시간 수면)과 비교했다. 그 결과 짧은 수면 그룹과 긴 수면 그룹 모두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이 발생하거나 이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평균 9.3년 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짧은 수면 그룹의 위험도는 11%, 긴 수면 그룹은 그 세배인 33%가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포운타스 박사는 “이 분석은 잠을 적게 자도, 많이 자도 심장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이유를 명확히 알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잠은 우리 몸에서 심장질환에 관여하는 당 대사와 혈압 및 염증과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세계 각 지역의 백만 명당 심장병 사망률. CREDIT: Wikimedia Commons
세계 각 지역의 백만 명당 심장병 사망률(2012년).  CREDIT: Wikimedia Commons

5시간 이하로 자면 심장질환 위험 두 배

스웨덴 예테보리대 모아 벵손(Moa Bengtsson) 연구원은 21년 동안의 자료를 추적 조사해 5시간 이하로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은 7~8시간 자는 사람들보다 향후 20년 동안 주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그는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잠은 낭비처럼 생각되기 쉬우나 잠을 적게 자면 장래에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1993년 예테보리에서 태어난 1943년생 남자(당시 50세) 가운데 798명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신체검사를 하고 평균 수면시간과 신체활동, 흡연 등 그 시점에서의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지를 작성토록 했다. 그리고 수면시간에 따라 △5시간 이하 △6시간 △7~8시간(정상으로 간주) △8시간 이상의 네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의 건강상태를 이후 21년 동안 추적해 심장마비와 뇌졸중, 심장병에 따른 입원, 관상동맥 재건,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등 주요 심장병 발생 건을 조사한 결과, 5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들은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흡연, 낮은 신체활동, 질 나쁜 수면 등이 7~8시간을 자는 사람들에 비해 더 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실험 초기 비만과 당뇨, 흡연 등 심장병 위험 요인을 조정했음에도 5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들은 71세까지 주요 심장병 발생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이유로 인해 잠을 길게 자지 못 하고 자주 깨는 사람들은 동맥경화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스위스 화가인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1741~1825)의 유화 작품 ‘악몽’(1781) CREDIT: Wikimedia Commons/ Detroit Institute of Arts
어떤 이유로 인해 잠을 길게 자지 못 하고 자주 깨는 사람들은 동맥경화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스위스 화가인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1741~1825)의 유화 작품 ‘악몽’(1781) CREDIT: Wikimedia Commons/ Detroit Institute of Arts

벵손 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보면 50세인 사람이 불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담배를 피거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과 같다”며, “충분한 잠은 심장병 위험을 줄인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전에 수험생들 사이에 회자됐던 4당5락(네 시간 자면 붙고, 다섯시간 자면 떨어진다)은 젊었을 때의 얘기이지 장노년에서는 피해야 할 일이다.

조각 잠’은 동맥경화 위험

스페인 국립심장연구센터(CNIC) 페르난도 도밍게즈(Fernando Dominguez) 박사는 ‘초기 무증상 동맥경화증 진행1’[Progression of Early Subclinical Atherosclerosis1 (PESA1)] 연구에서, 하룻밤에 6시간 이하를 자거나, 자다가 수시로 깨면 무증상 동맥경화증(asymptomatic atherosclerosis)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무증상 동맥경화증이란 당장 심장병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동맥혈관이 서서히 굳어져서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 PESA 연구에서는 3974명의 건강한 중년 성인들에게 일주일 동안 허리밴드를 채워 잠 잘 때 수면의 질과 양을 측정했다. 그런 다음 단편적인 조각 잠(fragmented sleep)의 비율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누고 이중 네 그룹을 각각 △6시간 이하(매우 짧음) △6~7시간(짧음) △7~8시간(기준) △8시간 이상(긴 수면)으로 분류했다.

죽상동맥경화증과 수면시간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혈관 구역들. 가로축은 수면시간. CREDIT: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죽상동맥경화증과 수면시간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혈관 구역들. 가로축은 수면시간. CREDIT: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연구 참가자들은 평균 연령 46세로 63%가 남성이었다.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돼 혈관 내부가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은 삼차원 초음파를 이용해 다리와 목 동맥에서 평가했다.

잠 자기 전 커피와 지방질 음식 피해야”

참가자들의 신체활동과 체질량지수, 흡연과 음주, 스트레스, 총콜레스테롤치, 수면무호흡 위험도 등 모든 통상적 심장병 위험요인을 조정한 뒤 죽상동맥경화증 검사치를 비교하자, 잠을 가장 짧게 자는 그룹은 7~8시간 잠을 자는 그룹에 비해 죽상경화증 정도가 현저하게 높았다 (odds ratio [OR] 1.27, 95% 신뢰구간 [CI] 1.06-1.52, p=0.008  위 도표 참조).

또 다섯 그룹 중 조각 잠의 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혈관의 많은 부분에서 죽상동맥경화증상이 나타나 있었다(OR 1.34, 95% CI 1.09-1.64, p=0.006).

도밍게즈 박사는 “수면시간이 짧거나 중간에 자주 깨서 조각 잠을 자는 사람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비만 같은 증상이 결합된 대사증후군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 충분히 잠을 자서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 하면 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질 위험이 높아진다”며, “평소 몸을 활발히 움직이고, 잠 자기 전에 커피와 지방질 음식을 피해 잠을 충분히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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