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한국에 소개된 역사는 꽤 긴편이다. 조선중기 실학자인 이수광은 <지봉유설>을 통해 토마토를 '남만시'(南蠻柿)라고 소개했다. 풀이하자면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지봉유설>이 1614년에 쓰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그 전에 토마토는 한국에 들어와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문헌을 뒤져도 토마토를 이용한 음식은 찾기 힘들정도로,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토마토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감자와 같은 구황식물은과 다르게 먹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토마토는 만병통치 자연식품이라고 불릴 만큼 다이어트와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져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토마토의 빨간색을 내는 라이코펜은 토마토의 성분 중 가장 잘 알려져있는 물질이다.
이번달 초 미국 공공도서관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을 통해 발표된 영국 애든브룩 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마토에 들어있는 라이코펜 성분이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혈관 기능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심혈관계 질환 환자 36명과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라이코펜 보충제인 아테로논(Ateronon)을 제공했고, 또 다른 그룹에는 플라시보 알약을 제공했다.
그 결과, 라이코펜 보충제가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혈관기능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한 성인은 라이코펜 보충제가 혈관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라이코펜 보충제는 혈압이나 동맥 강성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팀의 조셉 체리얀(Joseph Cheriyan) 박사는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을 통해 라이코펜 성분이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혈관 기능이 개선된 사실이 심장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더불어 라이코펜이 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라이코펜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채소를 통해 라이코펜을 섭취하는 것은 좋지만, 보충제를 복용할 경우에는 과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코펜, 방사능 물질 해독에 효과
토마토에 들어있는 라이코펜은 방사성 물질로 인한 세포 손상도 막는다. 방사성 물질의 체내 유입 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세포 손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긴 세포가 쌓이면 암이 되는 것이다.
이집트 국립방사능연구센터의 한나 파디 월(Hanaa Fathy Waer)교수는 학술지 '세포학과 조직학'(Cytology & Histology)을 통해 쥐에게 방사선을 쪼이고 한 달이 지난 다음 라이코펜을 두 달간 투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한 그룹당 10마리의 쥐를 구성하여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번재 그룹은 정상 대조군이었고, 두번째 그룹은 이틀에 한번씩 라이코펜을 투여했다. 세번째 그룹에는 하루에 킬로그램 당 5밀리그램의 라이코펜을 두달 동안 투여했으며, 마지막 네번째 그룹에는 두번째 그룹과 같은 날부터 실험이 끝나는 날까지 매일 라이코펜을 투여했다.
그 결과, 두번째 그룹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반면 세번째 그룹에서는 명확하게 호전된 것이 눈에 보였으며, 네번재 그룹에서는 세번째 그룹과 비교했을 때, 병리학적 변화에 있어서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 즉, 라이코펜이 어방사능 물질 해독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이코펜, 활성산소로부터 세포 보호 한다
라이코펜은 또한 활성산소로부터 세세포를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학술지 '영국 영양학회지'(The Journal of nutrition)을 통해 발표된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의 마리사 포리니(Marisa Porrini)교수와 파트리자 리소(Patrizia Riso)교수의 연구 결과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26일간 26명의 남녀에게 토마토 속 라이코펜을 섭취하게 했다. 9명의 성인 여성에게 7밀리그램의 라이코펜과 0.3밀리그램의 베타카로틴이 포함된 25그램의 포마토 퓨리를 14일 동안 먹게했다. 그 결과, 라이코펜을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DNA 손상이 42퍼센트나 감소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라이코펜이 항산화 효과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라는 유럽의 속담처럼, 토마토에 함유된 성분 중 빨갛게 보이게 만드는 라이코펜은 가장 효과적인 활성산소 제거제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라이코펜이 노화방지, 항암효과, 심혈관질환 예방 및 혈당저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기에 이번 연구를 통해 토마토가 자외선 공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한다는 사실도 밝혀진 것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06-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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