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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3-12-03

불안의 증거, 과다수면 혹은 불면증 심리적 위축현상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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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저서 <불안>이라는 책을 통해 지위로 인한 불안에 주목하였다. 폭압적인 신분제가 타파되고,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모두에게 열린 근대 사회가 오히려 인간의 불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신분을 받아들이고 체념했다. 신분상승의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대로 넘어오면서 모두에게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주어졌다. 이는 곧 사람들을 서로 비교하고,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 스스로를 어떻게 보느냐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아상(自我像)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이 자기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다’라는 감정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불안’이라는 개념은 사람의 감정상태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나타낼 때도 사용한다.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할 때에도 ‘불안하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불안이라는 개념은 심리학과 철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일부 철학자들은 불안을 통해 인간은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도약한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신체적, 심리적 반응을 수반하는 불안

▲ 불안은 다양한 신체적 및 심리적 반응을 수반한다.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과다하게 수면을 취하기도 하고, 반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에 빠지기도 한다. ⓒScience Times
신경정신과에서 불안은 불쾌한 일이 예상되거나 위험이 닥칠 것처럼 느껴지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 또는 정동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그 강도와 지속 기간은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나며, 그에 따라 다양한 신체적 및 심리적 반응을 수반하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신체적 징후는 바로 심장 박동의 증가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데이비슨(Gerald C. Davison) 교수 등이 공저한 <이상심리학>(Abnormal Psychology)에 따르면,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심장 박동이 증가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데, 다음과 같은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호흡이 빨라지고, 떨리며, 땀을 흘리고, 심할 경우에는 설사를 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이 신체적인 증상으로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근육이 긴장하면서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불안이라는 주관적인 경험이 명백히 존재할 때, 진단이 내리지게 되면 이것이 바로 ‘불안장애’(anxiety disorder)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불안이라는 정서상태가 많은 정신병리 현상 속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불안과 같은 정서를 최소한도 어느 정도 경험하지 않은 채 일주일을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서 불안이라는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와 관련된 논쟁이 계속 되는 것이다.

데이비슨은 불안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공포와 불안은 다른 개념이라고 못 박고 있다. 공포가 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외부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에 대한 반응이라면, 불안은 무의식적인 위험에 관련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곧 불안과 이어지는 것이다.

불안감에 오히려 과도하게 수면을 취하기도

불안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은 수면으로도 나타난다. 불안감 때문에 오히려 과도하게 수면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가 작성한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진단체계인 DSM-IV에서는 수면장애도 하나의 정신 장애로 보고 있다. 수면 장애를 두 가지의 하위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나는 유사수면 곤란증(parasomnias)으로 비일상적인 일이 수면 중에 일어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악몽이나 몽유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다른 하나는 수면 곤란증(dyssomnias)으로 수면의 양이 과도하게 많은 과다수면이나, 통상 잠드는 시간에 잠이 들지 못하는 불면증이 여기에 해당한다.

과다수면은 정상 수면시간을 취한 이후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잠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 시간에 조금만 편해지거나 집중을 해도 졸음이 몰려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다수면으로 인해 쏟아지는 졸음으로 집중을 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의 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다수면이 나타나는 원인은 개인마다 다르다고 한다. 체중의 급격한 감량과 같은 신체적인 변화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고, 수면 습관이나 환경이 변화하면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인해 그를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과다 수면이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불면증을 치료하면 우울증과 불안증이 사라져

반대로 불안감을 지나치게 느끼게 되면 불면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지나친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거나, 잠을 이루더라도 깊게 잠들지 못해 다음날 일상 생활에 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 행동요법으로 불면증을 치료하면 잠을 잘 자게 되어 우울증과 불안증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은 불면증과 우울증간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규명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동요법을 통한 불면증 치료를 병행했을 때, 환자의 87%가 우울증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불면증 증세가 완화되면서 곧바로 우울증과 불안증 증세도 약해진 것이다.
행동요법은 우울증이나 수면장애에서 소화장애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강문제를 유발시키는 건전하지 못한 패턴과 행동을 변화시켜 치료하는 방법이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습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강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치료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울증 내지는 불안증과 불면증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발생하는지 분간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를 규명하는 연구도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에 중대한 변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두 증상은 서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끊어야 한다. 왜냐하면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이 수면 부족을 가지고 오게 되고, 이것이 다시 불안감과 우울증을 가지고 오는 영향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불면증을 앓고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daum.net
저작권자 2013-1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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