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모 의과대학에서 해리포터 소설을 이용해 유전학을 가르치는 강좌를 개설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리포터와 유전학’이란 주제의 이 강좌는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를 이용해 어려운 유전학을 설명해주는 교양수업인데, 이 강의를 시작한 교수는 “해외 과학자들이 이미 해리포터를 의학과 생물학 등의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데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성격 형성에 유전적 요인 강해
인간에게는 누구나 선과 악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반지의 제왕’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요즘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내면의 선과 악’이라는 갈등을 필수적으로 안고 있다. 어느덧 현대판 신화가 돼 버린 해리포터 역시 그런 양면성이 나타나는데 '볼드모트'로 상징되는 악의 유전자와, '덤블도어'로 상징되는 선의 유전자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영화에서 보여지 듯 선한 성격이나 악한 성격, 또는 외향적인 성격이나 내성적인 성격도 유전이 되는 것일까? 과거 서울대 의학연구센터가 한국인 쌍둥이 청소년 765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결과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성격이 비슷한 경우가 훨씬 많았는데 이는 성격 형성에 유전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완전히, 이란성은 절반이 동일한데 이런 쌍둥이들의 성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0∼1의 수치로 나타냈다. 1에 가까울수록 일치하는 정도가 높은 것인데 일란성 쌍둥이의 내·외향성 수치가 0.51로 가장 높았고 이란성 쌍둥이는 0.25였다. 이는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내·외향성이 2배나 더 닮았다는 뜻으로서 부모가 사교적이고 활발하면 아이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적 질병에는 가족력 조사가 중요
얼마전, 유명 개그맨이 방송에서 ‘공황장애’로 고생한 사연이 소개되면서 정신적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황장애는 아니지만 주의가 산만하고 충동성과 학습장애를 보이는 소아청소년기의 정신적 장애증상들은 가정교육보다 신경생물학적인 문제나 유전적 소인이 더 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부모가 이런 정신적 장애를 겪은 경우에는 그 아이도 같은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인데, 모든 정신적 장애를 유전적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그 확률이 알려진 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족력 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전적인 생물학적 취약성을 나타내는 우울증도 가족력이 있을 때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대 의대가 부모와 함께 사는 5~17세 아이들 2만명과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아버지가 우울증을 앓고 있을 경우 자녀가 행동ㆍ감정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2배 가량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전 외에도 환경이 성격 형성에 관여
그러나, 가족력에 있어 성격이나 정신적 질병이 항상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력은 흔히 유전병과 혼동되기도 하는데 유전병이 다음 대에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라면, 가족력은 다음 대에 확률이 높을 뿐 그 병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자식이 반드시 고혈압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부모와 자식의 성격이 판이한 경우도 많은데 이는 성격 형성에 관여하는 여러 유전자 간의 상호작용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성격 유전자가 실제로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1.5∼5%로 매우 작다. 예를 들어, ‘호기심 유전자(DRD4)’ 하나가 호기심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3%밖에 안되기 때문에 DRD4 유전자를 가졌다고 모두 호기심이 많지는 않은 것이다.
정신적 질병의 경우도 환경적 요인이나 스트레스, 그리고 신체적 이상 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이나 경제적 어려움, 또는 삶에서의 중요한 변화와 갱년기 같은 신체적 변화 등이 정신적 질병의 기여 요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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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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