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식품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에는 근육을 증가시키기 위한 운동 보조제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영양 보충 식품으로 남녀노소 모두 즐겨 섭취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보고에 따르면 2018년에 비해 2022년 국내 단백질 시장 규모는 5배가량 성장했다. 이 가운데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 맞춤형 단백질 식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쌀알을 지지체로 사용, 동물 세포 배양
홍진기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쌀알 안에 동물 근육과 지방 세포를 배양한 ‘쇠고기 쌀’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쌀을 영양소가 풍부한 혼합 식품으로 한층 개선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지속 가능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배양육을 만들려면 사용할 세포와 배양액의 종류, 세포를 키울 지지체, 식품 가공 유형 등 4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지지체가 없으면 세포는 무작위로 뭉쳐 특별한 형태가 없는 덩어리가 된다. 연구진은 쌀알이 동물 세포를 배양하기 유리한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쌀알은 구멍이 송송 뚫린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쌀알 속 필수 영양분이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박소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쌀은 이미 높은 영양 수준을 가진 식품인데, 여기에 가축 세포를 첨가하면 영양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며 “가령, 쌀만 섭취해도 인체에 필요한 모든 필수 영양소를 얻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쌀알 틈새에 소고기 세포가 잘 흡수되지 않는 난관에 봉착했다. 이에 연구진은 세포가 쌀에 더 잘 달라붙게 하기 위해 식용 성분인 고등어 젤라틴으로 쌀을 코팅했다. 이후 소의 근육과 지방 줄기세포를 쌀에 뿌린 뒤, 패트리 접시에서 9~11일 동안 배양해 쇠고기 쌀을 만들었다.
쇠고기 쌀, 과연 맛은?
개발된 쇠고기 쌀은 식품으로써의 안전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연구진은 개발된 쇠고기 쌀의 맛과 영양가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도입했다. 쇠고기 쌀은 일반 쌀보다 단백질이 8%, 지방이 7%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분석됐다.
맛의 경우 우리가 아는 쌀 맛과는 차이가 있었다. 끈적끈적하고 부드러운 일반 쌀의 질감과 비교했을 때 쇠고기 쌀은 더 단단하며 쉽게 부서진다. ‘밥 냄새’도 달랐다. 근육 함량이 높으면 쇠고기나 아몬드 냄새가 나고, 지방 함량이 높으면 크림이나 버터 냄새가 났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측면에서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100g의 단백질을 축산으로 얻으려면 49.89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반면 동량의 단백질을 쇠고기 쌀로부터 얻으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6.27kg 수준으로 대폭 절감된다.
생산 과정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소현 연구원은 “상용화되면 쇠고기 쌀 1kg의 가격이 약 3,000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대중 식품의 영양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군사, 우주 식량 등에 활용됐을 때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진은 쌀에서 소의 근육과 지방 세포가 더 잘 번식할 수 있도록 쌀알 내부 조건을 개선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쌀의 영양가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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