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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2-08-09

그래핀의 호적수가 등장했다 실리콘의 2차원 벌집결정구조 ‘실리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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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graphene)은 탄소 원자 한개 두께의 2차원 구조로,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의 격자로 배열돼 있다. 그래핀이 최근 들어 많은 각광을 받는 이유는 이제까지 트랜지스터에 사용돼 온 실리콘 소재보다 더 높은 전자 이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그래핀의 구조 ⓒWikipedia
과학자들은 그래핀의 발견을 시작으로 금속 카바이드, 금속 질화물과 같은 2차원 구조에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가진 소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원래의 트랜지스터 소재인 실리콘이었다. 

기존의 반도체 기술로 처리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래핀보다 기존의 전자장치에 더 쉽게 집적될 수 있기 때문.

따라서 과학자들은 실리콘 원자들도 탄소 원자들처럼 적절한 2차원 층 구조로 증착되면, 벌집 격자 구조로 배열되면서 그래핀과 유사한 특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구에 착수했고, 그 결과로 나온 실리콘 등가물이 바로 실리센(silicene)이다.

실리콘의 2차원 벌집 결정 구조 ‘실리센’

과학 전문지 ‘Phsicsworld'는 최근 일본의 연구원들이 탄소 대신 실리콘으로 2차원 벌집 결정 구조인 ‘실리센’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실리센 개발과 관련된 두 번째 발표로 지난 4월 유럽 연구진에 의해 처음 발표됐다.

실리센은 유럽의 이탈리아와 독일 그리고 프랑스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팀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소속 파올라 데 파도바(Paola de Padova)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실리콘을 은(silver)의 결정 위에 증착시킨 필름에서 실리센으로 기대되는 물질의 구조적 특성을 발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이시카와 소재 첨단과학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실리센’은 유럽에서 개발된 것과 비교할 때 다른 기질(基質)을 사용했다는 것이 차별화된 부분이다. 유럽 연구팀이 은을 기질로 사용한 반면, 일본은 지르코늄 2붕소화물을 사용한 것이다.

은의 결정 상수(lattice constant)는 실리콘과 매우 비슷하지만, 지르코늄 2붕소화물의 결정 상수는 매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은 위에서 만들어진 실리센은 그래핀과 유사한 원자배열, 특성을 갖고 있지만, 지르코늄 2붕소화물 위에서 만들어진 실리센은 왜곡된 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그래핀의 안정성은 장점이자 단점

지르코늄 2붕소화물 기반의 실리센을 만든 첨단과학기술연구소의 유키코 야마다(Yukiko Yamada) 연구원과 타카무라(Takamura) 연구원은 격자를 왜곡시킬 수 있는 실리센의 능력에 매료됐다.

이는 안정된 그래핀의 구조와는 다른 특성인데, 그래핀의 안정성은 장점이 될 수 있는 반면, 구조 변경이 어렵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핀의 상용화가 더뎌지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그래핀의 쉽지 않은 구조 변경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그래핀도 두루마리처럼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지만, 여기서의 유연함이란 원자적 유연함을 의미한다. 즉 원자가 평면상의 위치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처럼 원자들이 평면으로부터 휘어질 수 있음이 구조 변경의 용이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실리센의 경우는 매우 유연하다는 것이 일본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 이유로 그래핀에서는 불가능했던 작업들이 실리센을 사용해서는 가능해진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들었다.

실리센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그래핀

이와 같은 일본 첨단과학기술연구소의 실리센에 대한 발표에 대해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의 파도바 박사는 “일본의 연구가 은이 아닌 지르코늄 2붕소화물 기판 위에 실리센을 증착시켰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물질이 개정된 형태의 실리센이라는 것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도바 박사는 “실리센의 특성이 ‘결정 증착압력(epitaxial strain)’에 의해서 개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지르코늄 2붕소화물의 표면에 생성된 실체가 실리센이 아닐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일본 연구진은 “파도바 박사의 의견은 실리센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 2차원 실리콘 층의 실리센. 벌집 모양의 구조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TU Berlin

한편 영국 노팅험대의 무기화학과 교수인 안드레이 클로비스토프(Andrei Khlobystov)는 “사람들은 전자기기에 그래핀을 결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실리센이 그래핀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그는 또한 “만약 실험적, 이론적인 계산 결과들을 자세하게 분석해본다면 실리센은 편평하지 않고 굴곡져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텐데, 그러한 이유를 통해 우리는 실리센이 그래핀과는 다른 전기적, 구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무래도 그래핀이 상용화에 이르기도 전에, 실리센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2-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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