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향을 향하는 설레는 마음이 들지만, 그와 함께 교통 정체를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온다. 고속도로 전광판의 붉은색 띠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몇 시에 출발하는 것이 가장 덜 막힐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막연한 걱정만으로는 결론이 날 수 없다. 요즘은 도로 위의 센서, 운전자 스마트폰, 대중교통의 운행 기록까지, 길 위에서 쏟아지는 빅데이터가 귀성길 전략을 바꿔 놓고 있다. 숫자로 길 위의 패턴을 읽을 수 있다면, 같은 거리라도 이동 시간이 줄어든다.
교통량에 대한 데이터가 쏟아지면서 교통 정체 역시 운이나 타이밍이 아닌 분석 가능한 패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러 공공기관과 민간 서비스에서 실시간 교통 흐름을 제공하고 정체 구간을 예상해 주는 것도 교통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이다. 분석을 진행하는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활용법도 달라진다. 각 채널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공 인프라와 민간 업체가 제공하는 교통 데이터
교통 정보를 제공해 주는 대표 주자는 한국도로공사이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차량 검지기와 도로 위 CCTV, 하이패스, 구간단속 카메라와 같은 통신 장비가 실시간으로 차량의 흐름과 속도를 읽어낸다. 돌발 상황은 순찰대의 보고와 제보 등으로 보완한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들은 자체 홈페이지와 앱의 교통지도, 도로 전광판, 라디오로 제공된다. 국가 차원의 광범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집된 정보라서, 국가 단위의 교통 정보를 공신력 있게 전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재난 상황, 긴급 교통 통제 등 공공의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정보도 정확하게 받아볼 수 있다.

다만 물리적 센서나 카메라에 의존하다 보니 새로 생긴 정체구간을 잡아내는 속도 면에서는 민간 내비게이션보다 한 박자 늦을 때가 있다. 주요 도로 위주로 정보가 수집되기 때문에 샛길이나 이면도로와 같이 세밀한 도로 상황까지는 잡아내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TMAP이나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등과 같은 민간 서비스는 운전자의 스마트폰과 차량에서 나오는 GPS 정보를 익명 처리하여 수집한다. 수많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가장 빠르고 정확한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도 앱을 사용하는 유저가 직접 사고나 도로 상황을 제보하면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교통 정보를 신속하게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체를 피해 가는 최적의 우회 경로를 안내하는 기능도 장점이다. 경로 안내 외에 휴게소 혼잡 정도, 주유소 가격, 맛집 위치 등 다양한 부가 정보도 얻을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하지만 특정 앱의 이용자 수가 적은 지역 또는 시간대에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사용자 제보에 기반할 경우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위치 데이터는 익명화되어 활용되지만 여전히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빅데이터와 AI로 교통 정체 패턴을 도출
예전에는 톨게이트 통과 대수나 카메라 영상 속 일부 구간의 평균 속도를 토대로 도로 위 정체를 가늠했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CCTV는 물체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단순 영상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차종과 차로별 밀집도를 파악할 수 있다. 수백만 대의 스마트폰과 차량에서 들어오는 GPS 궤적 데이터들도 초 단위로 수집된다. AI은 이렇게 모인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특징'으로 바꾸어 시계열 데이터(시간 흐름에 따라 변하는 데이터)와 함께 학습시켜 중요한 정보를 추출해 낸다. 예를 들어 '오후 6시부터는 차량이 2배 정도 증가한다', '비가 오면 속도가 30% 감소한다'와 같이 의미 있는 패턴을 도출하는 것이다. 경로 탐색도 정적 지도에서 벗어나 도로망 전체를 그래프로 보고 순간순간의 혼잡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덕분에 같은 거리라고 출발 시점과 우회 선택에 따라 도착 시간이 실시간으로 최적화된다.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언제 출발할지를 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언제 어디서 쉬느냐이다. 장거리 운전자라면 출발 후 정체가 본격화되기 전 한산한 휴게소에서 10~20분만 먼저 쉼으로써 정체의 최고점을 살짝 비켜갈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이동할 때는 배고픔과 화장실 변수로 휴식 계획이 흔들리기 쉽다. 인기 휴게소에서의 식사 시간대 피크를 피하려면, 출발 직후 가까운 소형 휴게소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상습 병목 구간을 지난 뒤 다시 휴게소에 들르는 식으로 '짧게 자주' 쉬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몰리는 인기 휴게소는 시설이 많아서 편해 보일지 몰라도 긴 줄 때문에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바로 다음 소형 휴게소에서 짧은 휴게 시간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 총시간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다.
안전이 먼저인 귀성길 되길
그렇다면 이번 추석에는 언제 도로가 가장 혼잡할까. 연휴가 길수록 교통량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지만 정확한 최대 혼잡 시기는 공식 예보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는 한국도로공사와 민간 서비스 모두 올해 추석 연휴의 최대 혼잡 시간 예측을 공식 문서로 발표하진 않았다. 발표가 나오면 자신의 경로와 겹치는 구간의 혼잡도를 확인하고, 그 다음에 앱의 실시간 추천 경로와 겹쳐서 최종 출발 시각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빅데이터와 AI가 교통 정체를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정체의 파도를 피하는 법은 알려줄 수 있다. 공공 인프라의 공신력 있는 정보와 민간 내비의 실시간 예측, 더불어 휴게소 방문 전략을 미리 세운다면 같은 거리라도 덜 힘든 길이 된다. 다만 갈 길이 멀더라도 서두르지 말자. 방어 운전과 충분한 휴식, 안전거리 유지가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모두 안전이 먼저인 추석 연휴가 되길 바란다.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5-10-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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