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규제해결 활동은 구호에 불과하다. 열 번 스무 번 찾아가야 해결될 수 있다. 빠른 규제해결을 위해서는 원스톱 해결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마련한 2번째 ‘민관합동 규제해결 끝장캠프’가 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이 끝장캠프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접 참여할 뿐 아니라, 토론회 사회를 직접 주재하는 매우 파격적인 형태로 진행됐다.
2시에 시작한 끝장캠프는 6시까지 4시간 동안 시종일관 조용하면서도 뜨겁게 진행됐다.
홍종학 장관 4시간 동안 토론 주재
부처가 다르지만, 그래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방기선 정책조정국장, 보건복지부 노홍인 건강보험정책국장, 환경부 신선경 자원순환정책관. 식약처 이성희 의료기기허가심사팀장, 국무조정실 최무근 과장 등 역시 4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다.
2회 끝장캠프는 의료기기 관련 스타트업들의 애로사항이 회의주제로 마련됐다.
점자 손목시계를 개발한 닷, 수동 휠체어에 간단한 키트만 달아 전동 휠체어로 바꿔주는 키트를 개발한 토도웍스, 건강상태를 체크해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한 휴이노를 비롯해서 덕우케미칼 등 회사와 의료기기협동조합, 코이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사무총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휴이노는 웨어러블 기기를 의료기기로 인증받기가 무 까다로운 점을 호소했다. 의료기기 판매허가를 받으려면, 의료기기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이를 받으려면 GMP기술문서 심사를 받아야 하고, 그것을 받으려면 시험규격을 통과해야 하는데, 해당시험 검사는 지정업체를 거쳐야 하지만, 검사소에서는 기존 제품과 매우 달라 시험검사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내면서 다시 식약처의 시험검사 항목과 기준을 변경해올 것을 요구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끝말잇기 같은 이러한 복잡한 구조는 기술과 사회적 요구의 변화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휠체어의 기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전동키트를 개발한 토도웍스 역시 비슷하다. 수동 휠체어에 간단한 동력장치를 달면, 전동휠체어로 변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가격이 저렴한 반면 효과는 뛰어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크게 환영하지만, 의료기기로 인증을 받기가 대단히 어렵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 워치를 개발한 ㈜닷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530만원 짜리 점자 단말기의 기능을 하면서도 크기와 전력소모를 10분의 1수준으로 낮추고 손목시계처럼 찰 수 있으면서 가격도 35만원으로 낮췄지만, 보건복지부는 백데이터를 요구하는 바람에 제품등록이 안됐다. 이에 비해 이 회사는 해외 14개국에 수출을 하면서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 등은 물건을 구매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환급하는 방식을 써서 이런 장비의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식약처 이성희 국장은 웨어러블 기기의 고충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므로 추가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토도웍스의 키트착용에 대해서는 개인이 키트를 구입해서 휠체어에 다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고, 키트 자체만 가지고는 의료기기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물론 사용자가 필요에 의해서 달 경우에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반론은 사용자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사회를 보던 홍종학 장관은 “그러면 재고의 여지가 없는 것이냐. 이 경우도 상식적으로 보면 기존 휠체어에 장착해서 좋아지는 것이면 의료기기로 기능하는 것 아니냐. 허가 못해줄 이유가 있느냐?”고 관계부처의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전문가 역시 “개인이 장착해서 사용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기존 관행을 이야기하자 홍 장관은 “도움이 되는 길인데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무조건 규제 대신 '파일럿 프로그램' 실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중소기업연구원 최수정 평가센터장은 “스마트폰을 의료기기인지 공산품인지 구분이 어려울 때, 미국은 의료기기지만 심사를 받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한국은 의료기기이므로 심사를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규제필요성도 있지만 신기술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기본 개념의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최 팀장은 미국의 경우를 들면서 우리나라도 심사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 “스타트 업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한 폐기물 처리 업체는 잘못된 폐기물 폐기 규정을 바꾸는 문제와 관련해서 환경부에 수 년 동안 질의하면 검토한다고 하더니 담당자 바뀌었다고 또 미루더라고 호소했다.
회의를 마치면서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어나지 않는 위험을 예상해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제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도 힘들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관련부처 국과장 모시는 것이었다. 중기부 만의 힘만 가지고 어렵다.”
중기부는 지난 4월 18일에 제1차스마트 e모빌리티 분야 끝장캠프를 열어 현장에서 8과제를 대상으로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국무회의에 보고한 다음 국조실 주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7개 과제를 해결했다.
개인용 이동수단(PM) 도시공원 출입허용, 개인용 이동수단의 자전거 도로 통행허용 및 운전면허 면제, 농업용 동력운반차 적재정량 100kg이상으로 완하, 초소형 전기자동차 국내안전기준 적용1년 유예 등이다.
중기부는 앞으로도 끝장토론을 계속할 계획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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