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생체공학 인조혈관이 미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혈관은 지금까지 개발된 인조혈관 중 가장 작은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국립 생의학 생체공학 연구소(NIBIB)의 연구 지원을 받은 보스턴대 연구진은 매우 작은 혈관이 필요한 신체 부위에 사용할 수 있는 크기가 작으면서도 강도가 강한 미세수술용 인조혈관을 개발해 ‘조직 공학’(Tissue Engineering) 저널에 보고했다.
과학자들은 손상되거나 병든 조직과 기관을 수리, 교체하기 위해 인공조직 임플란트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임플란트가 성공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임플란트의 혈관과 환자의 기존 혈관을 견고하게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종종 간과돼 왔었다.
NIBIB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로즈마리 헌치커(Rosemarie Hunziker) 박사는 “셍체공학으로 만든 조직을 환자의 순환계에 연결하는 능력은 임플란트 자체를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모든 관들이 효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배관에 실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인간의 천연 혈관과 호환되고 조작이 쉬운 ‘링커’(linker)를 개발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미세 재건수술과 인공 임플란트 부착에 사용 전망
보스턴대 연구팀은 핵심적인 연결 링커를 만들기 위해 콜라겐 관을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콜라겐 관을 실험용 쥐에 적용한 결과 쥐의 혈관시스템과 호환되며 누출되거나 막히지 않고 잘 연결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 호환성과 더불어 환자의 손상된 조직을 다시 연결하거나 복구시켜야 하는 미세 재건 수술을 비롯해 인공 임플란트를 부착하는데 필요하면서도 난해한 매우 작은 동맥의 연결 방법에도 초점을 맞췄다.
외상성 부상으로 조직이 손상되면 종종 혈관이 많은 토막들로 잘라지는데 조직을 혈류와 성공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연결 부분(linking segment)이 필요하다.
이번의 새 기술은 이전에 가능했던 것보다 지름이 더 작은 이식편(grafts)을 만들어낼 수 있어 손가락과 같은 작은 동맥이 있는 신체 부위에도 연결 링커로 사용이 가능하다.
논문의 시니어저자인 조 티엔(Joe Tien) 보스턴대 생의학공학 교수는 “절단된 손가락의 순환을 다시 연결시키기 위한 ‘다리’가 필요한 경우 1㎜ 단위의 이식편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렇게 작은 인조 이식편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콜라겐 건조시켜 부착점 만들어
티엔 교수팀은 콜라겐을 사용해 그런 이식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건조’가 핵심이었다. 수분을 함유한 콜라겐은 인체에서 발견되는 천연물질이어서 호환 가능하며 합성물질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적고 세포가 잘 부착돼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콜라겐 성분은 99%가 수분일 정도로 매우 잘 희석된다는 점. 따라서 연결을 고정할 충분한 고체물질이 없어 통상적인 기술로는 단백질을 서로 연결해 안정적으로 단단하게 고정시키기가 어렵다.
티엔 교수팀은 생각 끝에 ‘전기구이 통닭을 만드는 것처럼’ 작은 회전막대에서 큰 콜라겐 조각을 말리면 지름이 작게 줄어들어 밀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임계 강도가 늘어나 연결 결합이 가능하게 되었다.
건조와 상호 연결의 조합이 팀 성공의 열쇠였다. 실험용 쥐에게 콜라겐 튜브를 이식해 순환계에 연결하자 20분 동안 정상적으로 혈류가 흐르고 쥐의 다리 동맥과 비슷한 강도를 보였다.
인조혈관에 ‘내피세포’ 장착해 혈류 장시간 유지하는 것이 과제
연구팀은 앞으로 이식편의 혈류 유지시간을 어떻게 연장할 것인가 연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내벽에 아무 것도 없는 튜브는 혈전이 형성되기 쉽지만 천연 혈관처럼 안에 내피세포가 덧대어 있으면 응고 위험이 줄어든다. 연구팀은 이미 콜라겐에서 잘 자라는 내피세포로 튜브 안을 덧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연구팀은 혈관 연결 시스템이 내피세포를 덧댄 튜브에서 장시간 작동하는지, 이 인조혈관이 어떤 이유로 불규칙성을 보이거나 분해 저하 혹은 실패하는지를 테스트해 볼 계획이다.
티엔 교수는 자체 혈관을 가진 생체공학적 조직을 이식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흥분하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그것은 ‘성배’”라며, “우리는 지난 15년 간 외과적으로 본체 순환계에 연결할 수 있는 인조 혈관조직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감회를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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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3-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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