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지브리 스타일’에 푹 빠졌다.
최근 오픈AI의 챗GPT-4o을 이용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간단한 프롬프트로 몇 초 안에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림체로 이미지를 변환하는 챗GPT-4o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놀이문화와 만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지브리 프사’가 큰 인기를 끌면서 2025년 3월 기준, 전 세계 챗GPT 주간 활성 사용자수(WAU)가 4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달 31일, 불과 1시간 만에 챗GPT 이용자 수가 100만 명 늘었다면서 “챗GPT의 ‘미친 확산의 순간’을 맞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세를 업고 오픈AI가 지난 1분기에 12억 45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지브리 스타일’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뜨겁다. 6일 모바일 인덱스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챗GPT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509만 명으로 직전 월에 비해 31.6% 증가했다. 앱 신규 설치 건수도 144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챗GPT의 돌풍이 생성형 AI의 대중화를 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려도 적지 않다. 여전히 AI가 저작권과 윤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창의성과 모방의 경계에 대한 이슈는 AI가 계속해서 풀어야 할 과제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시스템 안정성과 서비스 지연 등 사용자 경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었다.
‘지브리 스타일’에 놀란 챗GPT: “우리의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
지브리 스타일을 만드는 챗GPT는 지난해 5월 13일에 최초 공개되었던 챗GPT-4o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챗GPT-4o은 ‘omni-modal’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 다양한 입력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델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 한 최신 버전은 서로 다른 입력 유형을 병렬 처리하면서 의미적으로 연결된 표현을 생성한다. 대규모 학습 데이터에 수록된 이미지-텍스트 쌍으로부터 스타일을 인식하고, 특징을 추출한 후 패턴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원리다.
최근 유행하는 지브리 스타일이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라는 텍스트 프롬프트로도 스튜디오 지브리 같은 화풍을 재현하고, 고해상도 이미지로 생성할 수 있는 이유다. 이외에도 이미지 입력을 받아들여 이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이미지로 생성하는 다양한 작업도 가능하다.
샘 알프만 오픈AI CEO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챗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사용자들에게 창의적인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고 밝혔다.
하지만 챗GPT-4o의 이미지 생성 기술은 출시 초기부터 연산 집약적 작업으로 인해 서버 과부하 문제를 겪고 있다.
사용자가 챗GPT 인터페이스에서 텍스트를 입력할 때마다 모델은 새로운 이미지를 즉석에서 계산해야 한다. 이는 단일 요청 당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개의 행렬 연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많은 사용자가 몰리면 GPU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24x1024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경우 수백 MB에 달하는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 과정에서 VRAM, 연산 능력, I/O 처리 모두에 극심한 부하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변환이 높은 인기를 얻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챗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의 폭발적인 이용으로 서버에 부하가 걸리고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면서 해당 기능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챗GPT에 화난 지브리: ‘지브리 스타일’은 삶 자체의 모욕
챗GPT-4o 돌풍의 핵심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이용자들은 픽사, 디즈니, 심슨, 레고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변환하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원작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그는 2016년 일본 NHK에서 방영된 ‘끝나지 않는 인간 미야자키 하야오(終わらない人 宮﨑駿)’ 다큐멘터리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내 작업에 쓰고 싶지 않다.”면서 이것이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낀다고 강한 반감을 표한 바 있다.
아직까지는 최근의 지브리 스타일 대유행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전통적인 손그림 애니메이션 기법과 장인 정신을 고수해 온 그의 고뇌가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예술적 지위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스페인 언론사 엘 파이스(El País)의 4월 2일자 칼럼은 “지브리 스타일 AI 이미지의 인기는 단지 밈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기술이 예술의 문법과 감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많은 예술가들은 인간의 고유한 경험을 토대로 한 창작 행위는 알고리즘적 반복으로 대체될 수 없다며 AI는 창작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특정 작품이 아닌 예술적 '스타일'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지만, 특정 작품의 요소를 직접적으로 모방하거나 활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AI는 여전히 여러 저작권 소송 중인 점을 참고하여 특정 프롬프트와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브리 신드롬’ 네 생각은 어때?
지브리 스타일 그림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이후 챗GPT는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생성했을까?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COO는 “2025년 3월 25일 해당 기능이 출시된 이후 약 일주일 만에 1억 3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7억 개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약 1억 개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1분에 약 7만 장, 매초마다 1,157장을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고된 노동을 하는 챗GPT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단순하고 엉뚱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의문이다. 하지만 AI가 스타일을 구현한다는 것은 어떤 스타일을 학습하고 데이터 패턴을 알고리즘적 규칙으로 환원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챗GPT가 이 작업을 어떤 기준으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알아야겠다.
그래서 “‘지브리 스타일’로 이미지를 변환하는 최신의 트렌드에 대한 너의 생각을 작성해 줘.”라고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다음은 챗GPT의 답변이다.
“AI가 지브리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의 기술적 성취는 경이롭고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재현의 기술’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재해석의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AI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인간의 감성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창작자에 대한 존중, 스타일의 의미에 대한 이해, 기술 윤리에 대한 성찰이 전제로 되어야 합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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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4-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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