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시뮬레이션, 의료, 게임 등 일부 특정 분야에서 활용되던 XR(Extended Reality)이 코로나19로 인한 온택트 기술 수요 급증으로 일상생활에 빠르게 적용되는 추세다.
확장 현실로 불리는 XR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ixed Reality) 등 실감 기술을 통칭한다. 이 기술들은 가상과 현실의 융합을 통해 현실의 경험을 확장하고 특별한 몰입감을 제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면 수준의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기술로써 XR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에 제약이 발생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가까운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ICT 주요국은 XR 기술을 미래 핵심 디지털 기술로 지정하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산업동향 보고서를 인용해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XR 정책 및 기술 동향을 살펴보도록 하자.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
SPRi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비대면 시대를 맞아 일, 여가, 소통 등 오프라인 활동들이 가상공간으로 옮겨가면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Metavers)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XR의 잠재력과 산업적·사회적 파급력을 주목해 XR 시정 선점을 위한 생태계 조성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 또한 마찬가지여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상융합경제로 도약을 꿈꾸는 한국
우리나라는 2016년 ‘9대 국가전략’에서 VR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 지원이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디지털 뉴딜’ 정책과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 등을 통해 실감형 콘텐츠 제작 및 융합형 서비스 개발, 안전한 국토·시설 관리에 XR 기술을 활용하고, 관련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기술의 수요가 높아져, 교육·유통·문화·의사소통 분야 XR 기술이 발 빠르게 안착하는 추세다. 특히 교육 분야는 비대면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위해 가상교육 환경 구축을 위한 플랫폼들이 다수 개발되었다. 가상 강의실, 3D 스튜디오, 실험실습용 XR, 면접 프로그램 등 그 종류도 다양하며, 수요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문화예술계에서도 차별화된 온라인 공연을 위해 적극적으로 XR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가상의 배경·무대 연출, 가상의 인물들을 구현한 공연들이 속속 소개되면서 XR 공연이 새로운 장르로 안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정책으로 발전 중
미국은 이미 1990년대부터 수술 및 치료 보조, 광학현미경 기술 시각화 분야에 대한 VR 기술을 지원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산업, 교육, 재난 등 다양한 공공 분야로 확대하였고, 2017년부터 XR 기술은 컴퓨터 기반 인간 상호작용, 커뮤니케이션 증강 분야로 발전해 왔다. 이렇게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기술 및 정책 지원을 해 온 미국은 최근 국가안보 및 사회·안전분야에 대해 XR 개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 개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 국방부는 일부 부대를 대상으로 합성훈련환경(Synthetic Training Environment, STE)과 같은 XR 기술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STE는 전투기, 탱크 등 다양한 군수물품 변화에 맞추어 실시간·가상·건설적 훈련을 지원하며, 2024년에 해당 분야에 대해 완전한 역량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EU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기술 연구와 인프라 사업화를 위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AMIRE 프로젝트’는 혼합현실 시스템 개발과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저작 도구 연구 개발 프로젝트로서, 이를 기점으로 유럽 내 개별 국가들이 XR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후로도 ‘EU 7th Framework Program’, ‘Horizon 2020 프로젝트’ 등 대규모 연구 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미래기술 확보와 XR 기술 고도화에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2018년 “The Immersive Economy in the UK” 보고서를 통해 XR 기술을 활용하여 산업사회,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실감 경제 개념을 제시하면서 범용기술로서 XR의 역할과 파급력을 강조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컴퓨터 서비스, 디자인, TV, 음악, 광고,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유관기관들이 협업한 창의산업 클러스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양한 분야에 XR 기술 R&D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각각 XR 활용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들은 각 지역 맞춤형 XR 산업 육성책을 추진 중이며, 주요 내용은 디지털 경제발전, 교육혁신, 5G, 빅데이터 등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후난성은 초고화질 동영상과 XR, AI, 5G 등 기술의 융합 혁신을 통해 의료 및 교통 분야에 응용하는 ‘후난성 디지털 경제 발전 계획’을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진행하고 있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쓰촨성은 자연과 VR 기술의 융합을 통해 여행의 디지털화 관리와 정밀 마케팅 및 서비스 스마트화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기술을 ‘Society 5.0 전략’에 포함하여 AI, IoT 등과 함께 기술 기반의 경제발전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중앙 정부에서 미래사회를 위한 핵심기술로서 XR의 중요성을 공표한 바 있는 일본은 지난해에 ‘국토 교통 데이터 플랫폼 1.0’을 공개했다. 이는 국토, 경제활동, 자연현상과 연계된 데이터를 연계해 가상공간에서 관리, 물류, 재난대비, 건축 등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 또 건축물이나 인프라와 관광시설 등 3차원 데이터에 정보를 부가하고, XR 시각화를 활용하여 몰입도를 높인 관광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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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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