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과학을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는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광주광역시와 국립광주과학관이 주최하고, 광주과학문화협회가 주관한 2019 광주과학발명페스티벌이 지난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과학이 미래를 만든다’를 주제로 열렸다.
국립광주과학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이번 페스티벌은 과학과 발명에 대한 다양하고 참신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함은 물론, 강연과 공연 등을 통해 과학발명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지역축제의 장으로 마련됐다.
'과학발명'에 걸맞는 만들기 프로그램 풍성
가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과학관을 찾았다. 기초과학마당, 창의발명마당, 미래과학마당, 협력참여마당 등으로 꾸며진 야외광장은 ‘과학발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만들기 부스들이 많았다.
오토마타-황금박쥐 만들기, 한국형 발사체 만들기, 갈릴레이 망원경 만들기, 코끼리 진공청소기, 태양광 풍차 만들기, 토네이도 만들기, 렌티큘러 액자 만들기 등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만들기 부스에 많은 인파들이 몰렸다.
각 부스마다 체험을 위해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가 부족하자 아예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색다르고 인상적이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바람 솔솔 기어 선풍기’ 만들기에는 체험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또 구연산과 탄산수소나트륨을 섞어 놓은 것에 물이 닿게 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해 발사되는 자동차를 만드는 부스도 인기가 높았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양삼열 광주 금부초등학교 교사는 “평소 학교에서는 여러 제약들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과학체험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서 학생들의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의‧발명경진대회, 독창적 아이디어 빛나
과학관 3층에서는 과학발명 활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는 경연마당도 마련됐다. 과학융합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위한 ‘제6회 창의‧발명 경진대회’가 바로 그것.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 올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올해의 미션이었다.
이번 경진대회를 주관한 김대영 광주과학문화협회 회장은 “생활 속의 작은 불편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발명의 시작”이라며 “휠체어나 자전거에게는 계단이 가장 큰 난관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바퀴를 만드는 것을 과제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바퀴와 모터를 장착한 미니자동차를 만들어서 모형 계단을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오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퀴 모양이 중요했다. 별 모양과 눈꽃 모양 등 각양각색의 바퀴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자동차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몇 계단 오르다가 뒤집어 지거나 멈춰 서는 경우가 허다했다. 바퀴 모양뿐 아니라 과학적 원리도 중요했다. 학생들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좀 더 잘 계단에서 구동되는 자동차를 완성시켜 나갔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광주 정암초등학교 6학년 손새봄‧오해솔 학생은 “무게 중심이 너무 뒤로 쏠리게 되면 올라가는 것도 힘들고 내려올 때는 쉽게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을 적당하게 잡으려고 가장 많이 노력했다”며 “그 덕분에 두 차례 수행을 모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뿌듯해 했다.
특별강연, 미래를 만드는 과학을 만나
이뿐만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과학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강연도 마련됐다. ‘줄기세포로 만드는 3차원의 미니 장기’를 주제로 유종만 차의과학대학교 교수가 강연을 했는데, 이에 앞서 인체모형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소화기관, 호흡기관, 배설기관 등 각 장기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종만 교수는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분열능과 장기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가 될 수 있는 분화능으로 이뤄진 줄기세포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활용한 치료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실제 장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오가노이드’다.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 유사체를 뜻하는 ‘오가노이드’는 장기와 유사한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장기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가졌다.
유 교수는 오가노이드가 치료제 개발과 질환의 원인 연구를 위한 질환 모델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며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개발을 예로 들었다. 낭포성 섬유증은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인체 내 모든 샘 조직에서 비정상적인 점액이 생성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발병하면 폐에 가래가 가득 차 숨쉬기도 어렵게 된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장에서 세포를 뽑아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일반인의 오가노이드에 비해 부풀어 오는 속도가 느린 것을 알 수 있다”며 유 교수는 “오가노이드에 어떤 약물을 쓰면 일반인의 오가노이드처럼 빠르게 부풀어 오를 수 있는지를 찾아냄으로써 치료제를 개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오가노이드로 미니 장기와 미니 달팽이관 등을 만들어서 그것을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고 있으며 종양 오가노이드도 만들어서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유 교수는 “앞으로는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대체하는 오가노이드 인체 칩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악체험과 함께하는 인공지능 작곡가의 세계’라는 주제로 또 다른 특별강연도 마련됐다. 인공지능 작곡가를 만든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AI 보이드가 작곡한 음악을 선보이면서 작곡 과정을 소개했다.
임 교수는 “AI가 처음에는 음표를 아무렇게나 그려 넣어 곡을 만들고 그것이 작곡 이론에 얼마나 맞는지 평가를 한다. 또 미리 입력되어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들의 일정한 기준과 취향을 찾아서 AI가 만든 멜로디의 점수를 주고, 높은 점수의 곡들을 모아서 음표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멜로디를 만든다”며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번 행사가 과학관에서 열렸기 때문에 달 착륙 50주년 기념 특별 전시전 ‘우주로의 도전’이나 미니어처 AR 랠리 ‘마블러스 아시아’ 등과 같이 기존의 전시물들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어서 과학발명페스티벌 프로그램들이 더욱 풍성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9-09-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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