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억 카이스트 교수(산업 및 시스템공학과)는 교육원장 및 교수학습혁신센터장을 다시 맡았다. 이 교수는 카이스트의 온라인교육시스템인 KOOC(Kaist Online Open Course)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일을 한다.
지난해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이긴뒤,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의 전문영역까지 사정없이 빼앗아가는 맹수로 돌변해서, 나와 그리고 자녀의 일자리까지 없애는 것 아니냐는 공포는 특히 학부모들에게 강하다.
도대체 우리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하는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없는 해답을 내놓아도 딱히 짚히는 것이 없다. 카이스트 교육혁신의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인공지능 별 거 아니네’ 라고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인공지능 알고보면 데이터 훔쳐보기 기술
“IBM이 ‘왓슨’이란 수퍼컴 가지고 새로운 인공지능서비스를 개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의사진단 프로그램이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앤더슨 암센터는 왓슨을 활용했더니, 오진율을 4%에서 2%로 줄여줬죠.”
이 교수는 국내 병원에도 막 들어오기 시작한 왓슨의 엄청난 실력을 설명하면서 교육혁신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왓슨은 어떻게 그런 신기(神技)를 발휘할까? 왓슨은 수 백 만 페이지의 의료진단검사기록을 통째로 읽어냈다. 의료진단기록중에는 의사들이 손으로 휘갈겨 쓴 자료도 들어있다. 의사가 어떤 환자를 진단하면서 작성한 의료기록은 기존에 선배 의사들이 이미 작성해놓은 엄청나게 많은 의료기록과 과학저널에 난 자료와 순식간에 비교검토된다.
독자들이 왓슨 이야기를 들으면, 바둑을 점령한 컴퓨터 인공지능이 의사전문지식까지 파고들었다는 공포에 빠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을 예로들면서 “바둑은 인공지능에서 보면 정말 쉬운 분야”라고 말했다. 규칙이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컴퓨터 인공지능이 점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경우의 수’가 수퍼컴이라고 해도 계산하기 어려울만큼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이 문제를 슬쩍 피해갔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서 대응하기 보다, ‘바둑이 이렇게 진행됐을 때, 과거 고수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찾아서 가장 높은 확률의 대응방법을 선택했다.
왓슨이나 알파고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미 전문가들이 작성해놓은 기록들이 없으면, 인공지능은 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왓슨은 의사들의 의료기록을 ‘참조’ 했고, 알파고 역시 과거 수많은 고수들이 둔 바둑기보를 ‘서치’했다.
‘참조’와 ‘서치’는 다른 말로 하면 ‘훔쳐보기’이다. 왓슨과 알파고가 가장 잘 하는 것을 매우 단순하게 요약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커닝’(cunning) 하는 실력인 셈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엄밀히 말하면 데이터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교육혁신의 방향이 저절로 드러난다. 인공지능이 커닝할 수 없는 소재와 주제를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내용을 들이대면, 커닝에 능한 인공지능은 아무리 쉬운 내용이라도 바보가 된다.
이 교수는 “그래서 앞으로 교육의 방향은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문제를 잘 정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혁신 방향은 창의성 양성이 될 수 밖에 없어
창의적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나왔던 것과 무엇이라도 달라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쉽게 ‘커닝’할 수 없다. 현재 나타난 문제를 잘 정의하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답을 내기가 쉽다. 창의성과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가장 쉽게 향상시키는 방법은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질문하는 일이다.
결국 4차산업혁명을 아무리 복잡하고 전문적으로 설명해도 대응방안은 창의성이어야 한다. 여기에 인간적인 감성과 인간관계 향상 및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컴퓨터 인공지능이 커닝하지 않고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나는 쉽게 할 수 없다고 봅니다.”고 말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오는 시기를 2045년으로 보면서, 이때는 컴퓨터 인공지능이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을 발휘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표시했다.
인공지능을 더 잘 이해하려면 동시에 인공지능의 발달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내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도 지금처럼 인공지능의 열풍이 휩쓸었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 사이의 엄청난 투쟁과 실력대결이 벌어졌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의 열기는 서서히 사라지는 듯 했다. 이 때 역시 쓸모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신경회로망’에 대해서 10년 넘게 집중한 일부 학자들에 의해서 현재 우리가 보는 것 같은 ‘딥 러닝’ 인공지능은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이 교수는 간략하게 요약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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