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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객원기자
2013-11-11

‘게임과 예술’의 미래 제3회 뉴미디어트 국제 심포지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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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앨리스온 뉴미디어트 국제 심포지엄 ‘Next Level of Art, Game’이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게임예술의 미래, 놀이와 상상력’이였다. 특징이라면 외국 미디어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게임과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다양화했다는 점이다.

게임과 예술 정의 너무 광범위해

첫 번째 발표는 ‘게임은 헤테로토피의 세계를 만든다’라는 주제로 숙명여대 철학과 박영욱 교수가 연단에 섰다. 박 교수는 “게임과 기술은 굳이 만날 필요도, 그렇다고 거부할 필요도 없지만 디지털 기술 특성상 변용 가능성이 높아 게임과 중첩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어떻게 만나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게임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헤테로토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테로토피’는 한마디로 말해 ‘이질적 세계’이다. 예를 들어 보통은 동물을 종과 속 등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예전 중국사전에는 동물이 황제에 속한 동물, 향료 처리하여 방부된 동물, 사육동물, 젖을 먹는 동물 등으로 나누었다. 동물을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해보자면 우리는 쇠고기를 부위에 따라 안창살, 토시살, 등심, 안심, 차돌박이 등으로 구분한다. 머리, 목, 몸통, 앞다리, 뒷다리 등 공간으로 분류하는 것과는 다른 우리만의 구분법이다. 이는 소를 하나의 동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맛이 세계로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질적인 세계이지만 결코 별개의 다른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현실적인 세계가 아닌 현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지난 9일 앨리스온 뉴미디어트 국제 심포지엄 ‘Next Level of Art, Game'이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게임예술의 미래, 놀이와 상상력‘이였다. ⓒ앨리스온

‘헤테로토피’ 창출은 예술로서의 인정을 의미한다. 사진이 이에 해당한다. 사진은 현상 있는 그대로를 찍어낸다. 사진 안에 질서나 의미도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사진 속의 세계를 가공하거나 변화시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진 속의 세상은 일상은 눈여겨보지 않았던 일상의 새로운 모습이다. 단지 우리가 집중하지 못했던 세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헤테로토피는 바로 이런 세계이다.

박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이 헤테로토피를 창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게임의 형태로 다른 의미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며 “그래서 헤테로토피 창출은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혹은 예술이 게임이 될 수 있음을 가르는 잣대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강연자는 홍콩대학교 교수이자 미디어아트스트인 돈 리터(Don Ritter)가 ‘This is not a computer game: this is not interactive art'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돈 교수는 “전형적인 회화 미술교육으로부터 엔지니어링, 심리학, 그리고 산업적 텔레커뮤니케이션 장비를 위한 휴먼 인터페이스디자이너로서의 5년 동안의 경험이 기반이 된 상호작용적 속성을 지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컴퓨터 게임들과 연관해 만들지는 않았고, 반면에 이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반드시 증명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왜 그는 자신의 작품 정체성에 고민하지 않았을까. 돈 교수는 이에 대해 조지 디키(George Dickie)가 규정한 ‘Institutional Theory of Art’에 대한 내용을 소개로 답을 대신했다. 그 내용을 보면 예술로 결정되는 사항은 예술세계, 즉 큐레이터, 갤러리, 박물관에서의 전문적인 예술작품들의 판매 및 전시의 네트워크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예술로 결정되는 것은 예술가의 나이, 작품 전시 히스토리, 작품의 기술적 수준 등 외적인 특성인 셈이다.

하지만 미학에서는 예술 오브젝트에 특정적인 성질들인 내적 특성을 미학적 가치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컴퓨터 게임과 인터렉티브 아트에서는 비디오와 사운드로 구성된 반응 환경에 사람들을 개입하게 만드는 점, 관객들에게 비선형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미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돈 교수는 “디키의 이론을 적용한다면 인터랙티브 아티스트와 게임 디자이너들의 작업은 예술로 분류될 수 없지만 이러한 인식에 대한 책임은 과거의 예술 범주 속에서만 예술을 이해하는 기존 예술계 자체에 있을 것”이라며 “예술과 게임에 대한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한 상황에서 이런 분류 자체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상호작용성 자체가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세 번째는 ‘ART? NO KIDDING! The game of art at the digital era’를 주제로 홍콩대학의 교수이자 미디어아티스트인 모리스 베냐윤(Maurice Benayoun)이 발제를 했다. 모리스 교수는 “‘게임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작품을 할 때마다 많이 받는다”며 “예술로 승화한다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게임과 예술은 닮은 점을 강조했다.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하는 행위라는 점이 같다. 경쟁을 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게임에서는 다른 사람과 혹은 기계자체와 싸움이다. 예술에서도 평가를 받는다.

예술 자체에 가치를 매기는 과정이 있다. 남보다 더 좋은 가치를 받기 위한 경쟁인 셈이다. 게임업자와 아티스트들은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도 두 영역을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게임업자는 게임 안에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고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해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다. 가장 강력한 공통점은 둘 다 즐거움을 목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아트 자체도 상호작용이 있지만 순수 예술도 그렇다. 예술 보고 감동을 받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일상의 조그만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변화는 사회를 돌고 돌아 예술가의 다시 창작활동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임도 예술과 비슷한 감정을 일으키는 상호작용성이 있다.

특히 그는 아트로서 게임의 예로 ‘Tunnel under the Atlantic’이라는 게임을 보여줬다. 인생의 통로를 보여주는 게임으로 끝없는 터널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들이 있다. 모리스는 “관객들은 2, 3시간 즐길 수 있고, 보고난 후 감동을 받고 변화를 느낀다”며 “결국 어떤 식이 게임이든 어떤 감정을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하고 그게 가능하면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교수이자 미디어아티스인 토드 호울백(Todd HoloubeK)이 마지막 발표를 했다. ‘Art as Interactive Play!'라는 주제로 한 그의 강연은 ‘상호작용성’이 주요 테마였다. 토드 교수는 “과거의 상호작용성이 오늘날과는 다르지만 예술은 항상 참여자들의 관심과 반응 속에서 상호작용적으로 존재해 왔다”며 “특히 기계 기술은 경이로움과 많은 관련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에는 우리의 세상을 보다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진화된 코딩 테크닉, 다수 하드웨어의 지원을 받아 예술가들은 깊은 상호작용적 경험을 창조해내고 있다”며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질문하게 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우리는 예술, 자기표현, 의사소통의 목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때 인간의 감각을 재창조할 수 있다. 개인 생각 속에만 존재하고 있는 경험의 공유를 더 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즉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소통하는 데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셈이다. 토드 교수는 “이는 ‘상호작용성’이 우리 주변 세계로의 소통의 창을 제공해 예술의 가능성을 비추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1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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