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갑을 열어보면 지폐보다 영수증이 더 많을 때 있다. 현금보다 카드로 결제하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다 지갑에 쌓이는 것은 영수증이요,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다. 한참을 지갑 속에서 굴러다니다가 결국에는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영수증 …. 이러한 종이 영수증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자원 낭비 없는 녹색 기술
지난 2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흥남)은 BC카드와 통신사 KT, SK플래닛과 함께 종이 영수증을 대체할 ‘스마트 영수증 공통 규격 및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종이 영수증은 발행에 따른 자원 낭비, 비용 증가, 개인 정보 유출, 환경 호르몬 노출 등 다양한 문제를 떠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찍부터 카드사와 관련 기관에서는 영수증 발행 자체를 줄이거나 종이 영수증을 대체할 수 있는 부가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보편화되지 못했다.
추가적인 인프라 필요 없어
이번에 개발된 ETRI의 스마트 영수증 기술은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최소화시켰다. 다만 가맹점에 NFC 결제기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데 이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지난 17일 방통통신위원회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GS리테일, SK주유소,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GS칼텍스, SPC 등 국내 7대 전략 가맹점에 NFC 결제기가 도입된다’고 밝힌바 있어 결제기에 대한 비용 부담 역시 사라진다. 10cm 이내 거리에만 있으면 데이터가 옮겨갈 수 있는 NFC 결제기로 결제하고, 손님은 스마트폰을 접촉시키기만 하면 곧 이어 결제된 영수중이 스마트폰 화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기존 모바일 영수증과 차별화
물론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모바일 영수증 기술은 이미 상용되고 있다. 모바일 영수증 기술은 대부분 특정 통신사와 일부 카드사의 신용 카드를 쓸 경우에만 제공되는 한정된 서비스인데 비해, 스마트 영수증 기술을 현금이나 신용 카드, T cash 등 결제 수단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카드사 및 통신사 관계없이 NFC 결제기가 설치된 가맹점이라면 어디서든 스마트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외 기존의 관련 기술과 안정적인 연동성도 확보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의 기술표준원에서 국가표준화(KS)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형 ‘모바일 카드’의 기술 규격과도 연동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이동 통신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규격과도 연동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은 상태다.
머지않아 생활화될 듯
이번 기술은 28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지식 정보 보안 R&D 성과물 전시회’에서 공개된다. 내년 상반기 중에 관련 기술에 대한 표준화 작업과 상용화에 필요한 추가 기술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가 서비스도 시행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에 축적된 스마트 영수증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 패턴이나 선호 상품, 생활 공간 등 개인 정보를 외부 서버에 유출시키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직접 가공·분석해 ‘개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Green Payment’ 시대가 왔다!
이러한 스마트 영수증은 우리나라만의 관심거리는 아닌 듯하다. 스페인은 지난 1월부터 공공 기관과 거래하는 기업은 반드시 전자 영수증을 사용하도록 했다. 스페인에서 1년 동안 발급되는 영수증 수가 약 45억 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발급 비용 역시 개 당 평균 3.4유로에 달하고 있다.
스페인은 전자 영수증을 도입하면서 연간 150억 유로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스페인 GDP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스페인 정부는 기업들의 전자 영수증 시스템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무료 전자 영수증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쩌면 전 세계적 향방에 우리 역시 발맞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기술 개발의 책임자인 조현숙 ETRI 지식정보보안연구부장은 "스마트 영수증 기술로 종이 영수증 발급에 따른 자원 낭비, 개인 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며 "플라스틱 신용 카드, 플라스틱 멤버십 카드, 종이 쿠폰, 종이 영수증이 사라지는 그린 결제(Green Payment)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 권현숙 객원기자
- yakida11@daum.net
- 저작권자 2011-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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