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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한소정 객원기자
2021-07-22

귀여운 해달의 몸은 난로 해달의 근골격 특징이 몸의 대사율을 높여 체온을 유지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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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차가운 바다에 적응해 사는 포유류들이 있다. 쉽게 고래를 떠올릴 수 있는데, 대개 포유류가 찬 바닷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피하지방층과 커다란 몸집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물속에서는 열전도율이 공기 중에서보다 23배나 높아 체온 유지를 위해 지방층을 두껍게 해 열 손실을 최대한 막고, 몸집을 키워 기초대사율을 높이는 것이다.

추운 환경과 기초대사율의 상관관계

기초대사율은 동물이 먹이를 생존을 위해 필요한 체내 에너지로 바꾸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포유류에게서 기초대사율은 대개 체포 면적에 비례하는데, 이는, 같은 연령의 사람들이라도 키와 체중이 더 높고 많이 나가는 사람들의 기초대사율이 더 높은 것과 같다. 이것은 물론 일반적인 이야기이고, 종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초대사율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해달(Enhydra lutris)은 바다에 적응해 사는 포유류 중 가장 작은 동물인데 기초대사율이 몸집에 비해 세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달이 사는 북태평양의 바다는 섭씨 0-15도 사이의 차가운 바다로, 그 물속에서 두꺼운 피하지방층이 없이 날씬한 몸으로 체온을 37도로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해달은 특유의 방식을 고안해야 했던 것이다. 그간 연구자들은 이 동물이 어떻게 기초대사율이 높이는지 그 기작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은 연구를 통해 해달은 근골격 상의 특징을 바탕으로 대사율을 높이고 마치 난로처럼 몸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체온 유지를 위해 가동되는 미토콘드리아

연구진은 극지방의 포유류에게서 체온 유지를 위한 기작이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효율이 낮아진 것과 연관된다는 것과 기초대사율에 근골격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근육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은 근육이 수축할 때 부산물과 같이 발생하는 열과 근육 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내는 열, 두 가지가 있다. 연구진은 해달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이들의 근골격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효율이 다르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기초대사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의 작은 기관으로 산소를 이용해 지방이나 탄수화물을 분해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때, 이 에너지는 우리 세포에 저장되었다가 체내 활동에 쓰이는 에너지와 저장되지 않고 열을 내는 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연구진은 고성능 호흡계를 사용해 1.4-44.5킬로그램 사이의 신생아에서 성체에 이르는 다양한 해달의 근골격 시료를 측정하고, 이를 다른 포유류와 비교했다.

분석에는 양성자 누출(proton leak)이나 산소 전달량(oxygen flux)과 관련한 다섯 가지 측정치들이 사용되었는데, 해달의 근골격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측정치들이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측정치는 알래스카의 썰매개(Alaskan husky Iditarod dogs)보다도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해달의 미토콘드리아 효율이 극지방에 적응한 썰매개에 비교할 수준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갓 태어난 해달의 근골격 수치도 성체와 같아

포유류 어느 종이나 갓 태어난 개체는 표면적이 높고 대사가 활발한 근골격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 열손실이 높고 체온 유지가 어렵다. 따라서 대개 어미의 보호에 의존하게 되는데, 해달의 경우도 생후 석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만, 갓 태어난 개체들의 근골격 수치는 성체와 비교해 거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성숙도나 근육량 등은 태어난 지 2년 정도 경과해야 성체와 비슷해지는 것과 대비되었다. 어린 해달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근육이 발달하는 과정을 거쳐 성체가 되지만, 체온 유지와 연관되는 근골격 특징은 태어난 직후부터 갖추어져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연구진은 어려서부터 시설에서 사육된 해달의 근골격 측정치도 함께 보고 했는데, 자연환경과 마찬가지로 찬 바닷물이 순환하는 구조의 시설에서 살아온 이 해달은 수영이나 먹이를 구하기 위한 활동 등이 자연의 해달에 비해 훨씬 적고, 따라서 근육 사용량이 확연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근골격 측정치는 자연의 해달과 같았다. 역시, 체온 유지와 측정치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관찰이다.

포유류가 바다에 적응하는 기작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다.

한소정 객원기자
sojungapril8@gmail.com
저작권자 2021-07-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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