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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8-30

미숙아 수준 ‘미니 뇌’ 만들었다 사람 뇌처럼 지속적으로 뇌파 송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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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간 과학자들은 사람의 신장, 간, 피부, 소화기관 등을 모방한 유사 생체 장기 ‘오가노이드(organoids)를 만들어왔다.

‘미니 장기’, 혹은 ‘유사 장기’ 등으로 번역되는데 이 인공 장기는 인체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작은 장기 유사체로 신약개발과 질병 치료, 인공장기 개발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오가노이드를 처음 만든 사람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매들린 랭커스터(Madeline Lancaster) 박사다. 그는 2013년 신경줄기세포로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했다. 이후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심장, 위, 간, 신장, 췌장, 갑상선 등 10여 개의 오가노이드가 탄생했다.

사진은 뇌 오가노이드를 구성하고 있는 뇌세포들을 3D 컬러 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과학자들이 이 뇌 오가노이드를 통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뇌세포 성장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Muotri Lab/UCTV
사진은 '미니 뇌' 안의 뇌세포들을 3D 컬러 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과학자들이 뇌 오가노이드로 '미니 뇌'를 만든 후 베일에 가려져 있던 뇌세포 성장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Muotri Lab/UCTV

오가노이드로 ‘미니 뇌’ 제작에 성공 

최근 들어서는 뇌 오가노이드로 사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미니 뇌(mini brain)’가 제작되고 있다.

30일 ‘사이언스 뉴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등 주요 과학언론들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미숙아 정도의 사고가 가능한 ‘미니 뇌’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키워 유사 뇌를 만들었지만 실제 신경세포의 활동을 모방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미숙하지만 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미니 뇌’를 제작함으로써 뇌전증, 뇌일혈,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오가노이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성인의 피부와 혈액세포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 cells)를 사용했다.

피부와 혈액 세포는 재구성해 신장이나 간 등 장기 조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뇌의 가장 바깥쪽 부위에 있으면서 복잡한 사고와 행동을 관장할 수 있는 피질(cortex)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조절인자(transcription factors)를 이용해 오가노이드가 ‘미니 뇌’로 성장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렌즈콩 크기의 이 ‘미니 뇌’는 현재 실험 접시 안에서 자라면서 리드미컬한 전자 신호(rhythmic electrical signals)를 빠르게 발신하고 있는 중이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이 진동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숙아 수준의 아기 뇌와 닮았으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성장할 경우 그 기능을 더 발전시켜 정상적인 사람 수준에 이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논문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 지 29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Complex Oscillatory Waves Emerging from Cortical Organoids Model Early Human Brain Network Development’이다.

렌즈콩 크기의 뇌에서 뇌파 송출 확인 

초기 뇌 성숙 과정이 유전자에 의한 발달 프로그램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성장하고 있는 사람 뇌에 실험적으로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 오가노이드로 '미니 뇌'를 만들었으며,  수개월간 이 모델을 관찰했으며, 뇌로부터 나오는 진동을 통해 '미니 뇌'가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앨리슨 무오트리(Alysson Muotri) 교수는 “사람 뇌의 일부라고 볼 수 있는 이 ‘미니 뇌’에서 사상 처음으로 진동과 신호를 관찰해 분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니 뇌’로부터의 진동을 측정하기 위해 초소형 전극을 설치했다. 그리고 진동을 측정한지 정확히 두 달 후 산발적이지만 일정한 진동수를 지닌 뇌파(brain wave)를 탐지할 수 있었다.

10개월이 지난 후에는 각각의 오가노이드가 렌즈콩 크기로 자라났다. 그리고 이 여러 개의 ‘미니 뇌’에서 각각 다른 진동수의 뇌파를 발산했는데 미숙아의 뇌파검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특징들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뇌파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무오트리 교수는 “이 렌즈콩 크기의 ‘미니 뇌’에서 수개월 동안 전자신호를 발산하고 있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태아의 초기 뇌세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나가는 것과 비슷했는데 사람의 뇌 발달에 있어 안정된 과정으로 나아가는 단계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진동이 자극적 아미노산(excitatory amino acid)을 조절하는 글루타메타제(glutamatergic)와 감마아미노 낙산을 생산하는 신경세포의(GABAergic)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무오트리 교수는 “초기 뇌세포의 성장과정에서 시냅스 기능이 발달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정상적인 감각(sensation)과 사고(thought), 그리고 움직임(movement)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뇌 기능을 설명하는 데 있어 신경학과 정신의학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학 측면에서 뇌질환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향후 연구 결과가 빠르게 진척될 경우 뇌과학은 물론 정신의학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8-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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