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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05-18

외아들·외동딸의 뇌는 다르다? 뇌과학으로 인식·성격 차이 처음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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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외동딸로 혼자 자란 아이가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란 아이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거론돼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과학적으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뇌과학자들이 해결했다. 17일 ‘사이언스 얼럿’ 지에 따르면 중국 충칭에 있는 시난정법대학(西南政法大學)의 뇌과학 연구팀은 혼자 자란 아이와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란 아이의 뇌를 비교하기 위해 303명의 대학생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혼자 자란 학생과 형제·자매와 함께 자란 학생의 뇌를 MRI로 스캔한 결과, 회백질(grey matter) 부분의 용량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그룹 간의 차이를 뇌과학적으로 증명한 최초 사례다.

외아들·외동딸로 혼자 자란 아이가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란 아이와 비교해 뇌구조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경해부학적으로 뇌를 분석한 최초의 결과다.  ⓒ.greatschools.org
외아들·외동딸로 혼자 자란 아이가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란 아이와 비교해 뇌구조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경해부학적으로 뇌를 분석한 최초의 결과다. ⓒ.greatschools.org

형제·자매 유무가 뇌구조에 영향    

뇌를 육안으로 살펴보면 회백질과 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는 백질(white matter)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중 회백질은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에서 신경세포가 많이 모여 있는 부분을 말한다.

척수에서는 그 중심부에 회백질이 있고 횡단면에서는 H자형을 이루며 그 영역을 이어나간다. 소뇌와 대뇌반구에서는 외표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소뇌피질과 대뇌피질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또 백질 내부에는 회백질의 덩어리가 다수 존재하고 있는데, 이것들을 신경핵이라고 한다.  회백질은 대부분 신경세포(neuron)와 그 수상돌기·무수신경돌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뇌과학자들은 이 회백질이 사회적 인지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뇌과학자들은 출산한 여성의 뇌에서 회백질이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대신 아기에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도록 기억력·사고력 등은 상승하고 있었다. 시난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아들·외동딸의 경우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형제·자매와 함께 자란 학생들과 비교해 회백질 부위가 적었지만 마루엽(parietal lobe)의 한 부위인 연상회(緣上廻, 혹은 모서리위이랑, supramarginal gyrus)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상회는 감각 정보를 다루는 부위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작곡자와 같은 사고력이 매우 자유롭고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의 경우 연상회가 매우 발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내측전전두엽(mPFC) 등 다른 부위들은 적은 용량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과정이 뇌 발달에 영향 미쳐    

내측전전두엽은 위치, 사건 등을 접했을 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해나갈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성격(personality), 사회적 행동(social behaviours)과 같은 정서조절(emotional regulation) 능력을 관장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번 뇌 스캔 결과가 두 그룹 사이에 지능(intelligence)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 검사에서 외아들·외아들의 사고 유연성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폴 토랜스(Paul Torrance) 박사가 창안한 TTCT 창의력 검사에서 핵심적인 기준이 되는 부분이다. 반면 성격 검사에서는 친화성(agreeableness)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판 NEO 성격테스트에서 친화성은 성격을 형성하는 5가지 핵심 기준 가운데 하나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다양한 사실들을 확인해주고 있다. 아이의 양육 과정에서 회백질의 크기가 변화한다는 점 역시 처음 밝혀진 사실이다. 형제·자매 유무에 따라 회백질 양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주지할 대목이다.

이 같은 변화는 연상회와 같은 다른 부위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형제·자매들의 수에 따라 부모들의 기대감이 집중되거나 분산될 수 있어 그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외아들·외동딸의 경우 대체적으로 친화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부모 등으로부터 과도한 주목을 받음으로서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긴밀하게 접촉할 시간이 줄어들고, 독자적인 생각과 행동을 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저학력자 등 대상으로 연구 확대해야   

중국은 지난 1979년부터 지금까지 한 자녀만 양육해야 하는 한 자녀 정책을 실행해왔다. 그런 만큼 외아들·외동딸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돼왔다. 그러나 뇌 연구를 통해 그 차이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중국에 수많은 외아들·외동딸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연구 참여자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뇌영상과행동(Brain Imaging and Behaviour)’ 저널에 실렸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연구 결과가 외아들·외동딸과 다자녀 가정 출신의 자녀들 간의 인지 및 성격상의 차이를 규명할 최초의 신경해부학적인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경우 매우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가족 환경이 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명확한 사실이 제시되지 않은 채 가설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 참가자들이 대부분 젊은 고학력 소지자인 대학생이라는 점 역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중국의 인구 분포 상 그렇지 않은 계층이 더 많은 만큼 모든 중국인을 대표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5-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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