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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서영 객원기자
2011-06-23

나가수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 당신은 음악적 전율을 얼마나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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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불렸던 '여러분'이 화제였다. 방영 당시 그의 뛰어난 노래실력과 훌륭한 퍼포먼스와 함께 이야깃거리였던 것은 TV에 비춰진 임재범 노래에 심취한 방청객의 모습이었다. 방청객들은 하나같이 노래에 몰입해 있었고 몇몇은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슬프거나 기쁠 때, 또는 감동을 받을 때 눈물을 흘린다. 특히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장에서 관객들은 열광을 하며 환호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감동에 겨워 울기도 한다. 영화 속 애틋하거나 슬픈 장면을 보면 본인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같은 영화의 장면도 어떤 배경음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감동을 전달해준다. 영화 ‘미션’이 더 인상 깊게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도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라는 곡이 배경으로 삽입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음악적 전율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 눈물을 흘리게 될까?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에밀리 너즈바움(Emily Nusbaum)과 폴 실비아(Paul Silvia)는 2010년 10월 7일 ‘사회심리학과 성격과학’이라는 저널에 음악적 전율(chills)에 관한 재미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음악으로부터 느끼는 전율을 사람에 따라서 끊임없이 느끼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어느 정도 느끼는 사람, 그리고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밝혀내기 위해 성격심리학(personality psychology)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너즈바움와 실비아는 사람들이 심미적 전율을 느낄 때 개인의 성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즉 ‘어떤 성향의 사람이 음악으로부터 전율을 느끼며 왜 그럴까?’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전율(chill)은 심미적 전율, 황홀감, 흥분, 설렘, 열광, 몸의 떨림, 후들거림 등을 말한다. 음악적 전율이란 음악을 들을 때, 머리카락이 쭈삣쭈삣하거나 피부에 소름이 돋거나, 또는 머리끝부터 뒷목을 따라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느껴지는 등 몸에서 전율이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를 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음악프로그램의 방청객의 표정이 감동을 받아 눈물 흘리는 모습부터 그냥 무덤덤한 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도 바로 이 음악적 전율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방적인 성격의 사람이 전율을 많이 느껴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음악을 들을 때에 음악적 전율을 얼마나 자주 느끼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들은 또한 피험자들의 ‘성격 요소 다섯 가지(Big Five personality traits)’와 선호하는 음악의 장르, 음악에 관련된 경험을 함께 측정했다.

첫 글자를 따서 OCEAN 모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다섯 가지 차원에서의 성격요소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성격을 연구할 때 사용하는 모델 중 하나다.

음악을 들을 때 전율을 느끼게 되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OCEAN의 다섯 가지 성격 요소 중 경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정도가 음악적 전율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방적인 사람일수록 창의적이며,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예술적 감각과 감수성이 풍부하며, 상상력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많으며, 다양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또한 음악을 들을 때에 전율을 느끼는 횟수가 보통 사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르와는 무관, 음악과 관련된 경험이 음악적 전율과 연관 

너즈바움과 실비아는 개방적인 사람 중에도 음악적 전율을 느끼려면 좀 더 개별적인 성향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선호하는 장르와 음악에 대한 개별적인 경험정도를 더 살펴보았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에 따라서도 전율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질까? 이 연구는 렌트프로우(Rentfrow)와 고슬링(Gosling)의 '음악 선호도에 대한 간단한 테스트(Short Test of Music Preferences)'를 활용하여 피험자들이 어떤 장르를 얼마나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측정했다.

렌트프로우와 고슬링은 14가지의 음악 장르를 크게 클래식, 재즈, 블루스, 포크를 포함한 격식 있고 복잡한 장르(Reflective and Complex), 얼터너티브, 록, 헤비메탈과 같은 강하고 반항적인 장르(Intense and Rebellious), 컨트리, 팝, 종교음악, 사운드트랙과 테마 음악과 같은 긍정적이고 전통적인 장르(Upbeat and Conventional), 랩, 힙합, 소울과 펑크, 댄스와 일렉트로니카와 같은 격렬하고 리드미컬한 장르(Energetic and Rhythmic), 이렇게 넷으로 나누었다.

한 가지 가능성은 개방적인 사람일수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것이며, 이러한 장르의 차이점이 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 클래식, 재즈, 블루스, 포크와 같은 격식 있고 복잡한 음악에 더 개방적인 사람일수록 전율을 더 많이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너즈바움과 실비아의 연구는 좋아하는 장르의 차이가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나 음악에 대한 전율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즉, 음악의 구조적인 특성이 전율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생각한 두 번째 가능성은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이 얼마나 개방적이냐는 것이었다. 음악에 대한 경험은 악기를 다룰 수 있는지의 여부, 대학교에서 지금까지 몇 개의 음악 강의를 들었는지, 하루에 음악을 얼마나 듣는지, 인생에 있어서 음악을 중시하는 정도, 얼마나 자주 콘서트에 가는지, 예술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등으로 측정했다.

음악적 경험에 대한 개방성에 있어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본 결과, 삶에 있어서 음악을 중요시 여기고, 직접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많았고, 평소에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의 경우에 음악적 전율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악적 전율을 느껴서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음악을 좋아하여서 음악적 전율을 남들보다 많이 느끼게 되었는지는 이 연구로 알 수 없다. 음악을 즐기는 것과 음악을 들으며 전율을 느끼는 것은 다르다고 한다. 앞으로 음악프로그램을 보면서 관객들의 표정을 보며 음악적 전율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조서영 객원기자
livelygreen@naver.com
저작권자 2011-06-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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