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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1-05-26

미라가 말하는 고대사회 전염병 관개시설이 질병 확산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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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영화 ‘머미(Mummy)’에서처럼 미라는 대중영화의 주요 소재로도 활용되지만 상태보존 여부에 따라 과학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2009년 3천500 살로 추정되는 이집트 미라에서 심장병의 증거가 확인돼 심장병이 현대인뿐만 아니라 고대인들도 괴롭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7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500살 아이의 미라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 연구에 새로운 단서가 제공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대 사회에서 전염병이 어떻게 확산됐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미라가 발굴됐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은 주혈흡충병이 고대 누비라 왕국에서 나일강 지역의 관개시설을 통해 전염이 확산됐다는 점을 미라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

주혈흡충병은 세계공공보건전망(global public health perspective)에서 가장 중요한 수인성 질병으로 간주되는 전염병이다. 오늘날에도 대략 200만 명의 사람들이 이 병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7억7천900만 명의 사람들이 이 병에 걸릴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사회, 주혈흡충병은 어떻게 전파됐을까

이 주혈흡충병은 주혈흡충이라는 기생충이 야기하는 질병이다. 이 기생충은 민물에 서식하는 달팽이에 기생한다. 주혈흡충병에 감염되면 빈혈증과 성장 및 인지 발달을 저해하는 만성질환에 걸리며 다른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말라리아와 더불어 주혈흡충병은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폐해를 일으키는 기생충 질병으로 간주된다.

오염된 물에 피부를 접촉하는 것, 빨래를 하는 것, 음식을 위한 물을 마련하는 것, 음료용으로 마시는 것 등은 모두 이 병에 감염될 가능성을 높인다. 주혈흡충병의 확산과 정도는 오염된 물에 접촉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특히 관개 기술은 지역 주민들에게 주혈흡충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 황소를 이용해 관개 운하에 물을 끌어올리고 농지에 물을 공급하는 사키아(saqia) 관개는 달팽이가 서식하기에 보다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지속적인 물 공급과 제한적인 물 수위의 변화는 느린 물의 흐름을 형성해 유기물이 풍부한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기존에 수행된 다수의 아프리카 지역 주혈흡충병에 대한 연구보고에서 관개 시설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주혈흡충병에 23배 이상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은 문화적 요인이 전염병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일련의 연구를 고안했다. 연구팀은 나일강 인근의 고대 사회에서 주혈흡충병의 확산과 관개시설의 상관관계를 미라연구를 통해 분석했다.

관개시설과 주혈흡충병 확산의 상관관계

관개시설이 고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팀은 현재 수단에 위치한 고대 누비아 왕국의 각기 다른 시기에 생존했던 누비아인들의 미라를 분석했다.


두 시대에 생존했던 누비아인들의 미라는 191구의 쿨루브나티(Kulubnarti) 미라와 46구의 와디 할파((Wadi Halfa) 미라들이다. 쿨루브나티 누비아인들은 대략 1천200년 전에 살았다. 쿨루브나티 시대에는 나일 강은 알려진 평균적인 높이만큼 범람했으나 관개에 대한 특별한 고고학적 근거는 없다.

와디 할파(Wadi Halfa) 누비아인들은 쿨루브나티 누비아인들보다 훨씬 나일강 남쪽에 살았으며 대략 1천500년 전에 이 지역에 거주했다. 나일강의 평균 높이는 낮았으며 고고학적 근거는 와디 할파인들이 다양한 곡식재배를 위해 사키아 관개 운하를 사용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와디 할파 누비아인들이 관개 운하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와디 할파 누비아인에게서 주혈흡충증이 더 많이 발병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미라 분석결과 와디 할파 미라의26.1%, 쿨루브나티 미라 9.4%에서 주혈흡충병을 일으키는 만손주혈흡충이 발견됐다. 이는 연구팀의 가정과 일치나는 결과이다.

연구팀은 물과의 접촉의 차이로 남성이 여성보다 주혈흡충병에 더 많이 감염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와디 할파와 쿨루브나티 모두의 경우 주혈흡충병 감염에 있어 남성과 여성의 통계학적 차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조지 아멜라고스 박사는 누비아인들에 대한 30년이 넘는 연구를 통해 2천년 전 누비아인들은 정기적으로 항생제(테트라사이클린)를 복용했다는 점을 규명했다. 테트라사이클린은 누비아인들이 즐겨 먹는 맥주에 포함됐다.

아멜라고스 박사는 “누비아인들은 아마도 동시대의 다른 어떤 종족들보다 건강했을 것”이라며 “일부는 건조한 환경에 기인했을 것이며 또 일부는 테트라사이클린 덕분일 것이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혈흡충병의 확산은 누비아인들의 기생충 감염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고대 사회에서 인간의 주변 환경 변경(관개 시설)이 주혈흡충병과 같은 전염병 확산에 미치는 영향이 이번 연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과거 고대사회에서 주혈흡충병의 확산에 대한 이해가 오늘날 가장 전염성이 강한 질병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을 되기를 기대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5-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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