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와 산업발전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속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석유의 경우 현 소비량을 감안할 때 가채연수가 40년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이자 7위의 소비국으로 석유 자원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력이 산유국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기존 유전들의 원유 채굴량을 대폭 증진시킬 수 있는 석유회수증진 기술이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전에 매장된 원유 중 많은 양이 기술적 한계로 채굴되지 못했는데 이러한 잔여 원유를 회수하면 추가적 유전개발 없이도 석유 가채연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자원연구본부의 김현태 박사팀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지난해부터 석유회수증진 기술의 상용화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김 박사팀은 미생물 또는 나노입자를 유전 저류층의 공극(孔隙)에 주입하는 방식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 박사는 “기존 원유 생산은 최대 3차의 회수공정을 거치는데 이렇게 해도 전체 매장량의 약 25% 정도만 채굴되는 실정”이라며 “미생물·나노입자 주입형 석유회수증진 기술이 적용되면 채굴량을 이보다 5~10%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이 기술은 선진국 과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아 원천기술 확보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중 미생물 이용 기술은 박테리아 등 특정 기능을 가진 생화학적 혼합물을 저류층에 주입, 미생물의 활동을 통해 원유 생산 방해요소들을 제거하는 메커니즘이다.
차세대 석유 공급기지 선점 가능할까
미생물들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메탄가스 등이 원유에 용해돼 점도의 저하나 팽창을 유발하면서 원유의 유동성을 높여 채굴량을 늘리는 것. 이 기술을 처음 개발한 미국 루카테 크놀러지스가 현재 와이오밍주 파우더강 유역에서 파일럿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나노입자 기술은 1~100㎚ 이하의 나노입자를 저류 층 공극에 주입, 저류층의 물성을 변화시켜 산출량을 증대 시키는 방식이다. 맞춤형 나노센서를 통해 유전 주변의 유체 거동을 파악해 미래 생산량을 예측하는 한편 나노입자 주입으로 생산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연구팀,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팀이 각각 나노기술을 이용해 잔류오일 탐지, 초중질유의 점도 감소에 따른 생산 성 증진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보다는 늦었지만 김 박사팀은 원천기술 개발 3년, 파일럿 시험 연구 3년, 현장 적용 및 산업화 4년 등 총 10년에 걸친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내외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생물 배양, 나노 유체기술 등의 원천기술은 생명공학연구원· 텍사스대학·캔사스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향후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극지·오지와 같은 극한지역의 석유자원과 오일샌드를 포함한 차세대 석유 공급기지의 선점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글: 구본혁 파퓰러사이언스 기자
- 저작권자 2011-05-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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