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물 종(種) 안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형태(morph)는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는 원료가 되며 이런 형태 간 진화 경쟁은 마치 `가위-바위-보' 게임처럼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이기지만 또 다른 하나에게는 지는 삼각 관계를 이룬다는 사실이 도마뱀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했다.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지난 20여년간 캘리포니아주 로스 바뇨스 부근에서 목무늬도마뱀(Uta stansburiana)의 생태를 연구한 결과 이런 게임의 법칙에 변화가 생길 때 일부 개체군에서 특정 형태가 사라지고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배리 시너보 교수는 앞서 연구에서 각각 주황색과 푸른색, 노란색을 띤 목무늬도마뱀 수컷들의 짝짓기 전략이 가위-바위-보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즉 목의 색깔이 주황색인 수컷은 몸집도 크고 공격적이어서 푸른 수컷들의 세력권을 침범해 많은 암컷을 차지한다. 그러나 푸른 수컷들은 협력심이 강해 노란색 수컷들의 잠입 전략을 물리침으로써 영토와 암컷을 지킬 수 있다. 반면 노란 수컷들은 세력권 다툼이 심하지 않은 대신 암컷의 행동과 몸 색깔을 위장해 주황색 수컷들의 넓은 세력권에 잠입해 그 곳의 암컷들과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관찰에서 연구진은 많은 목무늬도마뱀 개체군에서 세 가지 색깔이 발견되지만 어떤 경우엔 특정색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구진은 모든 개체군의 도마뱀들로부터 DNA 표본을 채취한 뒤 도마뱀 집단들의 가계도를 재구성, 어떤 집단끼리 가장 가까운 지를 비교해 짝짓기 전략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세가지 색깔 모두 수백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많은 개체군에서 유지돼 왔으나 어떤 가계에서는 특정 색깔이 사라지기도 했다.
한편 색깔이 하나라도 빠진 곳에서는 예외없이 암컷 흉내를 내는 노란 수컷들이 제일 먼저 사라져 가위-바위-보 게임이 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난 22년간 같은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 도마뱀 개체군에서 지배적인 형태는 4~5년에 한 번씩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일부 지역에서는 가위-바위-보 게임이 수백만년 동안이나 지속됐지만 어떤 곳에서는 규칙이 무너져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한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아종(亞種)의 형성 방식도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즉 세 가지 형태가 공존하던 집단에서 나타난 두 개의 아종이 나중엔 하나의 색깔만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개체군에서 형태들이 사라지는 것이 과도기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이며 궁극적으로는 다른 종으로 갈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밖에도 개체군에서 특정 형태가 사라질 때 급격한 진화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더 이상 가위-바위-보 게임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찰스 다윈도 꽃을 이용해 이런 가정을 실험한 적이 있으나 현대적 기술을 이용해 형태와 분화의 문제를 통계학적으로 검증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이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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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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