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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6-09-18

암컷 청개구리도 ‘선택 장애’…구애 상대 많으면 이상형 놓친다 매력은 절대 값이 아니라 비교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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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프회색청개구리는 구애하는 수컷 개구리가 많아지면, ‘이상형’을 찾기 어려워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이엄스타임즈 권예슬/ChatGPT
▲ 코프회색청개구리는 구애하는 수컷 개구리가 많아지면, ‘이상형’을 찾기 어려워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이엄스타임즈 권예슬/ChatGPT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속담이 있다. 지나친 고민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사람만의 일이 아닌 듯하다. 짝을 고르는 암컷 청개구리도 수컷 후보가 많아지면 고민만 하다 ‘이상형’을 놓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구리의 짝 선택이 항상 현명하지는 않다

클레어 헤밍웨이 미국 테네시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8월 12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코프회색청개구리 암컷의 짝 선택 과정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프회색청개구리는 몸길이가 약 2인치(약 5㎝)까지 자라며, 나무껍질과 비슷한 울퉁불퉁한 회색 또는 녹색 피부를 가지고 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들은 연못 주변에 모여 한꺼번에 울며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은 여러 수컷의 소리를 듣고 그중 하나를 찾아간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암컷은 짝 선택을 단순한 좋은 유전자를 골라내는 과정이 아니라, 제한된 인지능력으로 여러 정보를 비교하는 의사결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Trends in Ecology & Evolution, 2005).

▲ 코프회색청개구리는 암컷이 알을 낳는 장소를 찾는 동안 몸집이 작은 수컷 개구리가 몸집이 큰 암컷의 등에 달라붙은 짝짓기 행동을 한다. ⒸJessie Tanner
▲ 코프회색청개구리는 암컷이 알을 낳는 장소를 찾는 동안 몸집이 작은 수컷 개구리가 몸집이 큰 암컷의 등에 달라붙은 짝짓기 행동을 한다. ⒸJessie Tanner

2015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이를 실증한 연구가 실렸다. 암컷 개구리에게 수컷 개구리 A, B의 울음소리를 들려줬을 때 원래는 짝으로 B를 선호했다. 그런데 제3의 수컷 후보 C의 울음소리까지 함께 들려주자 A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수컷 개구리 A와 B의 매력값이 절대적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후보에 따라 선호 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연구 자세히 보러가기) 개구리의 짝 선택이 생각만큼 절대적이고 일관된 평가가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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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어떤 후보가 제시되느냐를 넘어 후보의 수에 따른 짝 선택 과정을 분석했다. 자연에서 많은 동물이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마주하고, 그 선택지들을 서로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연구진은 암컷 청개구리가 여러 마리의 수컷 개구리 중 어떻게 가장 좋은 짝을 고르는지 알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방음과 온도 조절이 가능한 방 안에 지름 2m 규모의 원형 공간을 설치했다. 암컷 개구리를 공간 한가운데에 두고, 주변에 배치된 여러 대의 스피커에서 수컷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녹음한 음원을 틀었다. 암컷 개구리는 긴 울음소리를 가진 수컷을 선호한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긴 ‘표적 울음’ 하나와 짧은 방해 울음을 함께 들려줬다. 방해 울음은 1개, 3개, 7개로 점점 늘렸다. 암컷은 자신이 선호하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스피커 쪽으로 다가가 자신의 선택을 나타내는 식이다.

▲ 코프회색청개구리는 암컷이 알을 낳는 장소를 찾는 동안 몸집이 작은 수컷 개구리가 몸집이 큰 암컷의 등에 달라붙은 짝짓기 행동을 한다. ⒸJessie Tanner
▲ 코프회색청개구리는 암컷이 알을 낳는 장소를 찾는 동안 몸집이 작은 수컷 개구리가 몸집이 큰 암컷의 등에 달라붙은 짝짓기 행동을 한다. ⒸJessie Tanner

분석 결과, 후보가 많아질수록 암컷 개구리는 선택 자체를 덜 하고, 선택하더라도 더 오래 걸리며, 원래 선호하던 수컷을 정확하게 고르는 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암컷에게 긴 울음소리 한 개와 짧은 울음소리 한 개처럼 두 가지 선택지만 제시했을 때는 77%가 긴 표적 울음소리를 선택했으며, 선택까지는 평균 114초가 걸렸다. 그러나 동시에 8마리 수컷의 울음소리를 들려주자 표적 울음소리를 선택한 비율이 25%로 떨어졌으며, 선택까지 183초나 걸렸다. 심지어 일부 암컷은 선택지가 많아지자 아예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시끄러운 식당에서 상대방과 대화하기 어려운 것처럼 단순히 여러 소리가 들리며 개별 울음소리를 구별하기 어려워진 것은 아닌지 분석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수행했다. 같은 실험을 반복하며, 천장에 설치한 스피커로 수많은 수컷의 울음소리가 겹쳐 들리는 배경 소음을 추가했지만, 암컷의 짝 선택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 풀밭에 있는 코프회색청개구리. ⒸJessie Tanner
▲ 풀밭에 있는 코프회색청개구리. ⒸJessie Tanner

헤밍웨이 교수는 “여러 소리가 겹쳐서 원하는 수컷의 울음소리 자체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에너지 마스킹’과 소리가 들리지만 비교해야 할 후보가 너무 많아 인지적으로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선택 과부하’는 엄연히 다르다”며 “암컷 개구리의 경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해서가 아닌, 동시에 비교해야 할 선택지 자체가 너무 많아져 판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택 과부하 현상은 장기적으로 종의 진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암컷이 긴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을 강하게 선호한다면, 짧게 우는 수컷은 세대를 거치면서 점차 개체군에서 사라져야 했다. 하지만 암컷의 ‘선택 과부하’ 덕분에 덜 바람직한 짝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짧은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도 번식에 성공하면서 관련 유전자가 개체군 안에 계속 남을 수 있게 됐다.

주저자인 제시 태너 미국 테네시대 연구원은 “암컷이 내리는 결정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좋은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을 선택하면 암컷은 자손에게 유전적 이점을 줄 수 있지만, 항상 그 선택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6-09-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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