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 전 세계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김무열 분)이 학교폭력 가해자를 찾아가 응징하고 문제 학생과 학부모를 굴복시키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얻기 힘든 통쾌함을 느낀다는 입소문 덕이다. 실제로 학교 안 폭력, 무너진 교권 같은 뿌리 깊은 문제가 ‘교권보호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단숨에 해결되는 장면을 볼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이 통쾌함에는 짚고 넘어갈 지점이 있다. 나화진이 등장하는 순간은 언제나 문제가 이미 폭력이 피해자를 만들어 낸,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번진 뒤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응징이 시작된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그 사건을 막을 기회는 이미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실에서 이런 비극을 막을 방법은 사후의 통쾌한 응징보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위기의 조짐을 미리 알아채는 데 있을 것이다.
최근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이은 그 조짐이 의외로 가까운 곳, 다름 아닌 학교 성적표 안에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증명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발달·생애과정 범죄학 저널(Journal of Developmental and Life-Course Criminology)에 발표했다.
영국 학생 430만 명의 성적과 범죄기록을 연결하다
연구팀은 영국의 국가 학생 데이터베이스(NPD)와 경찰 국가 전산망(PNC)을 연계한 행정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자료는 1990~1991학년도부터 1996~1997학년도 사이에 태어난 잉글랜드 국공립학교 학생 430만의 학업성취도평가점수와 유죄 판결 및 훈방 조치 이력을 포함한 범죄 기록 데이터다.
연구팀은 이 두 자료를 만 6~7세, 10~11세, 15~16세에 치른 법정 학업성취도평가 점수를 표준화해 세 개의 시점을 잇는 궤적(trajectory)으로 모델링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성적 변화 양상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전체의 81.0%는 또래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고, 1.5%는 평균 이상에서 점점 더 오르는 흐름을, 2.3%는 낮은 수준에서 점차 오르는 패턴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연구의 핵심인 나머지 두 집단, 8.6%는 평균권에서 시작해 점점 떨어졌고, 6.5%는 처음부터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성적 정체가 아니라 하락이 '위험신호'였다
연구팀은 이 다섯 궤적과 학생들이 학교를 마친 뒤 만 21세까지 저지른 초범 기록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성적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 학생 가운데 약 3명 중 1명은 졸업 전에 이미 초범 기록이 있었고, 10명 중 1명은 졸업 이후 성인 초기에 처음으로 형사 처벌이나 훈방 조치를 받았다. 다른 어떤 유형보다 높은 비율이었다.
이 차이는 성별이나 소득 수준 같은 다른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꾸준히 평균 이상의 성적을 유지한 집단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성적이 하락한 집단의 성인 초기 초범 위험은 약 1.78배 높았고 계속 낮은 성적을 유지한 집단은 약 1.53배 높았다. 반면 낮은 수준에서 성적이 오른 집단은 위험이 크게 늘지 않았고, 평균 이상에서 계속 오른 집단은 오히려 위험이 0.39배로 낮아졌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성적이 낮다는 사실보다 하락하는 추세 자체가 더 강한 위험신호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심각한 폭력 범죄만 따로 떼어 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이 하락 추세가 얼마나 이른 시점부터 갈림길을 만드는지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만 6~7세 때 이미 또래보다 낮은 성적을 보인 학생들을 따로 추적했는데, 이후에도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문 경우 성인 초기 초범 위험은 평균 이상 학생보다 53% 높았던 반면, 같은 출발선에서도 상대적으로 성적이 개선된 경우에는 그 위험이 4% 높은 수준에 그쳤다. 결국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낮은 성적 자체보다, 그 뒤 몇 년 동안 성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가 더 중요했다는 뜻이다.
응징이 아니라 예측과 예방으로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결과가 “국가 단위 코호트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상담이나 소규모 설문에 의존하던 기존 연구와 달리 이미 학교가 정기적으로 수집하는 전국 단위 시험 성적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이 실용적이다. 새로운 검사 도구나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기존 데이터의 변화 추이만 추적해도 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연관성을 곧바로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 지능, 기질, 양육 방식처럼 측정하지 못한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팀은 형제자매를 비교한 최근 연구가 성적과 범죄 사이의 인과적 영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연구팀이 자문을 구한 청소년 정신건강 자문단은 가정불화, 또래 집단 문제, 거주지 환경, 보호시설 경험 등도 범죄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성적 하락은 학생이 학업 외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필요한 지원 역시 교육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연구팀은 성적 하락을 근거로 학생을 위험군으로 낙인찍을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를 통해 문제 행동이 폭력이나 범죄로 터져 나오기 전, 이미 성적표라는 데이터 안에 그 조짐이 담겨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드라마 속 나화진의 참교육이 사건 이후의 통쾌한 응징이라면, 과학이 제시하는 참교육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 그 조짐을 알아채고 먼저 손을 내미는 예방에 가깝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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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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