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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6-06-16

죽음 앞에서 꾸는 꿈 - 임종 직전의 환몽이 전하는 것 환몽에 대한 과학적인 해석 그리고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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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꾸는 꿈

인류의 탄생 이후로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법칙이 있다. 슬프지만, 모든 인간은 결국 우주로 돌아간다는 것. 모두 세상을 떠나는 것이기에 너무 슬퍼하지 말자고 하더라도 죽음은 누구에게나 슬픈 것이 틀림없다. 물론 떠나는 당사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날들에 이런 경험을 보고하고 있다. ©Getty Images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날들에 이런 경험을 보고하고 있다. ©Getty Images

미국의 한 시골 마을, 플로렌스는 부엌 식탁에 앉아 있다. 남편도, 딸도 그 곁에 있다. 셋은 웃으며 함께 식사를 한다. 예전처럼. 그런데 남편과 딸은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났다. 플로렌스는 이토록 생생한 꿈을 꿔본 적이 없었다. 마치, "한 번도 헤어진 적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으며, 고인이 된 두 사람을 마주하는 것에도 두려움도 없었다. 대신 깊은 평온함이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닷새 뒤,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아주 일상적인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날들에 이런 경험을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90%가 경험한다

미국의 신경생물학자이자 완화의료 전문의인 크리스토퍼 커는 1990년대 말부터 임종 직전의 꿈과 환상을 연구해 왔다. 그와 연구팀은 약 10년에 걸쳐 1,400명 이상의 호스피스 환자를 임종까지 인터뷰했다. 대상은 인지 기능이 온전하고 섬망 상태가 아닌 환자들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약 90%의 환자가 임종 전에 적어도 한 번 이런 꿈이나 환상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임종 직전 꿈과 환상, 영어로는 ELDVs(End-of-Life Dreams and Visions)라고 부른다. ©Getty Images
임종 직전 꿈과 환상, 영어로는 ELDVs(End-of-Life Dreams and Visions)라고 부른다. ©Getty Images

이 경험들에는 사실 정확한 의학적 이름이 있다. 임종 직전 꿈과 환상, 영어로는 ELDVs(End-of-Life Dreams and Visions)라고 부른다. 수면 중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환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겪는 사람에게는 평소의 꿈보다 훨씬 선명하고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의학계는 오랫동안 이 현상을 섬망이나 약물 부작용으로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커는 "이 환자들은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성 상태가 높아진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이탈리아 연구팀의 엘리사 라비티도 "임종 직전 꿈은 주의력과 인식이 온전히 보존된 채 일관된 서사로 기억하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꿈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 꿈들에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의 재회이다. 오래전 죽은 가족이나 친구, 반려동물이 나타나 위안을 건넨다. 다음으로, 여정에 관한 내용이다. 어딘가로 떠나는 준비를 하거나, 이동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관계의 정리가 이루어진다. 해소하지 못했던 갈등이 다뤄지고, 죄책감과 후회가 떠오른다.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이 꿈들의 빈도가 높아지고, 죽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비율이 늘어난다고 한다. ©Getty Images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이 꿈들의 빈도가 높아지고, 죽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비율이 늘어난다고 한다. ©Getty Images

커에 따르면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이 꿈들의 빈도가 높아지고, 죽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비율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과 거리의 감각이 흐려진다.

종교적 신념은 사실 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ELDVs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교리나 믿음 체계가 아니라 사랑, 연결, 용서라는 보편적 주제이다.

이 경험은 근사 체험(near-death experience)과도 다르다. 근사 체험은 급성 위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반면, 임종 직전 꿈은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전개되며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터널이나 밝은 빛처럼 극적인 장면보다는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때로는 위안이, 때로는 불안이

커의 연구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꿈을 평온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에게는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커는 힘든 꿈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고 전하는데, 해소되지 않은 죄책감이나 후회, 끝내지 못한 일들이 꿈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것을 마주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20대의 시에라는 어린아이를 둔 채 말기 질환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오랫동안 진단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의사들과의 대화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한 환상에서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할아버지는 그녀가 자랑스럽고,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했다. 무언가 달라졌다. 시에라는 평온을 찾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라비티는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대화가 환자에게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꿈은 덜 위협적인 방식으로 죽음에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말한다.

 

왜 임종 직전에 꿈이 더 선명해지는가

생물학적 이유가 있다. 커는 죽어가는 과정을 점점 깊어지는 수면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도 깨어 있는 상태로 죽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 패턴이 변하면서 의식은 외부 세계보다 내면으로 향하는데, 외부의 요구들이 사라지고, 가장 중요한 것들 — 대부분 인간관계 — 을 돌아보게 된다.

커는 죽어가는 과정을 점점 깊어지는 수면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Getty Images
커는 죽어가는 과정을 점점 깊어지는 수면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Getty Images

하지만 생물학만으로는 이 꿈들이 대체 인간들에게 왜 위안을 주는지, 왜 사람들이 삶과 화해하도록 돕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의미는 아직 과학이 완전히 해석하지 못한 영역에 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남는 것이 있을것이다

ELDVs는 죽음을 예측하는 신호가 아니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남긴다. 연구들은 가족이 임종 직전 꿈 이야기를 듣거나 직접 목격했을 때 상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과정이 더 수월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은 중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어느 날 꿈에서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나타났다. 할머니는 패트릭이 평생 제대로 재현하지 못했던 소스의 비밀 재료를 알려주었다. 설탕 한 티스푼이라고. 이미 많이 약해진 상태였지만 패트릭은 파트너 제니퍼와 함께 그 소스를 다시 한번 만들었다. 얼마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내 제니퍼는 패트릭은 평온했다고 전하며, "삶의 마지막 꿈이 스파게티 소스에 관한 것이라면, 그보다 더 평화로운 죽음이 어디 있겠어요. 그는 갈 준비가 돼 있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커는 이 경험들이 제대로 전달될 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고 말한다. 죽음을 쇠락과 고통으로만 이루어진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라, 의미와 연결을 품은 무언가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6-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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