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의 입맛을 사로잡은 죽순이 사람에게도 ‘슈퍼푸드’가 될 수 있을까. 대나무와 죽순 섭취가 인간의 혈당·콜레스테롤·장 건강 등에 미치는 효과를 한데 모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잠비크, 영국, 한국, 이탈리아 등 8개국 연구자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Advances in Bamboo Science에 ‘대나무 섭취와 건강 결과에 대한 체계적 고찰’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의료·영양 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Bamboo’와 식습관·영양 관련 키워드를 조합해 2024년 10월 26일까지의 논문 1,052편을 검토한 뒤 인체 연구 4편과 세포·식품 연구 12편, 총 16편을 골라 죽순·대나무 추출물의 건강 효과를 정리했다.
혈당·콜레스테롤·장 기능… 사람에게도 든든한 식이섬유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4편의 인체 연구다. 연구팀이 추린 인체 연구 4편에는 당뇨 환자, 건강한 성인과 청소년 등 총 4,934명이 대상자로 보고됐다. 파키스탄 연구자 임다드(Imdad) 팀은 제2형 당뇨 환자 40명에게 죽순 분말을 서로 다른 비율로 섞은 쿠키를 먹이고 2시간 동안 혈당 변화를 추적했다. 죽순 20g을 넣은 쿠키를 먹었을 때 식후 혈당이 가장 낮게 유지됐고, 죽순 함량이 늘어날수록 혈당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내려갔다. 연구진은 “죽순의 풍부한 식이섬유와 피토스테롤이 탄수화물 흡수를 늦추고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든 것”으로 해석했다.
국내 연구자 박선영(Park)·전효선(Jhon)의 연구에서는 건강한 20대 여성 8명이 6일씩 세 가지 식단을 번갈아 먹었다. 하나는 섬유질이 거의 없는 식단, 다른 하나는 셀룰로오스 25g을 넣은 식단, 마지막은 죽순 360g을 포함한 식단이었다. 그 결과 죽순 식단에서는 총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동맥경화지수가 낮아졌고, 대변량과 배변 횟수는 늘었다. 연구진은 “죽순이 지질 대사를 돕고 장 운동을 촉진하는 식이섬유 공급원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튀긴 음식 속 발암 우려 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를 줄이는 효과도 보고됐다.
중국의 천쉐(Chen X.)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34명에게 감자칩을 통해 아크릴아마이드를 섭취하게 한 뒤, 죽엽(대나무잎)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항산화제(AOB‑w) 캡슐 또는 위약을 투여했다. 대나무잎 항산화제(Antioxidant of Bamboo leaves)를 먹은 그룹에서는 아크릴아마이드 대사산물(AAMA)의 최고 농도와 면적이 각각 42.1%, 49.8% 감소해, 독성 물질이 더 빠르게 처리·배출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모든 결과가 ‘좋은 효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 마니푸르 지역을 조사한 찬드라(Chandra A.K.) 연구에서는 죽순을 많이 먹는 지역의 초등학생 4,852명 중 31%에서 갑상선종이 관찰됐다. 쥐 실험에서도 죽순을 먹인 그룹에서 갑상선 무게 증가, 갑상선 호르몬(T3·T4) 감소, 효소 활성 저하가 함께 발견됐다. 연구진은 죽순에 들어 있는 시안생성 글리코사이드와 티오시안산염, 글루코시놀레이트 등이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방해하는 ‘갑상선종 유발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관 속 죽순, 항산화제이자 ‘프리바이오틱’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뿐 아니라, 세포와 식품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대나무의 긍정적 효과는 여러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번에 검토된 연구들 가운데 하나인 최윤정(Choi Y‑J) 연구팀은 키 작은 대나무로 알려진 조릿대(Sasa borealis)의 물 추출물을 고혈당 환경의 혈관 내피세포에 처리했다. 그 결과 세포 내 활성산소(ROS)와 퍼옥시나이트라이트가 줄어들고, 세포사멸이 감소했으며, 고혈당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신호전달경로와 열충격단백 발현도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팀이 수행한 다른 실험에서는 대나무잎 추출물이 염증성 자극으로 활성화된 혈관세포에서 단핵구 부착을 63% 줄이고, 혈중산소종 생성과 인터루킨‑6 분비를 절반 가까이 억제했다.
브라질 연구자 다 실바(da Silva) 팀은 대나무줄기에서 얻은 키실로올리고당(이하 XOS)을 인간 소화과정을 모사한 시스템에 넣어 소화 저항성과 장내 미생물 반응을 살폈다. XOS의 97.65%는 소장 구간을 통과해 분해되지 않았고, 장 내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의 성장을 도왔다. 연구팀은 “대나무 유래 XOS는 프리바이오틱 소재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가공식품에서도 활용 여지는 크다. 중국의 장(Chang)·류(Liu) 팀 연구에 따르면 죽엽에서 얻은 항산화제(AOB·cAOB‑o)를 식용유와 감자칩에 넣었을 때 기름의 산화 안정성이 높아지고, 가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와 푸란이 의미 있게 줄었다. 인도 연구자 산토시(Santosh) 팀은 밀가루의 10%를 죽순 분말로 바꾼 국수를 만들어 보았는데, 단백질·아미노산·비타민 C·E와 항산화능이 높고 지방 함량은 낮은 국수가 완성됐으며, 맛과 식감에 대한 평가도 양호했다.
“생으로 먹으면 위험”… 조리·품질 관리가 관건
연구진이 검토한 논문에서 죽순의 다양한 효능이 드러나기는 했으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 마니푸르 지역을 조사한 찬드라(Chandra A.K.) 연구에 따르면, 죽순 섭취가 많은 지역의 학교 어린이 4,852명 중 31%에서 갑상선종이 관찰됐다. 죽순에 들어있는 시안생성 글리코사이드와 티오시안산염, 글루코시놀레이트 등이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방해하는 ‘갑상선종 유발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죽순을 생으로 먹거나 덜 삶아 먹을 경우 시안화물 중독과 갑상선 기능 저하 위험이 존재하지만, 품종에 맞는 시간 동안 물에 데치고 삶는 과정을 거치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많은 아시아 국가 전통 조리법에서도 죽순은 충분히 삶은 뒤 물을 버리고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또 다른 우려는 중금속이다. 시에(Xie) 연구팀은 중국에서 수거한 신선·통조림·즉석 죽순 제품에서 비소, 납, 카드뮴, 크롬 등 중금속 농도를 측정했다. 일부 신선 죽순에서는 납(Pb) 농도가 허용 기준치를 1.00–4.60배 초과했지만, 실제 소화액과 함께 처리한 뒤 인체 장세포에 노출했을 때는 유의한 세포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현재의 일일섭취량 기준이 실제 위험을 다소 과대평가할 수 있으며, 생체 이용률과 세포 독성을 반영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다미아노 피졸(Damiano Pizzol) 박사와 리 스미스(Lee Smith) 영국 ARU교수는 논문 말미에서 “적절히 준비된 대나무와 죽순 섭취는 여러 건강 이점을 보여주지만, 현 단계에서는 연구 수가 적고 설계가 이질적이어서 일반 대중에게 구체적인 섭취 지침을 내놓기에는 이르다”며 “영양학·역학·임상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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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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