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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민재 리포터
2025-10-14

[2025노벨상] 분자로 지은 '아파트'가 세상을 바꾼다 2025 노벨화학상은 금속-유기 골격체 개발에 대한 공로로 스스무 키타가와, 리처드 롭슨, 오마르 야기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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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유기 골격체 개발로 기타가와 스스무, 리처드 롭슨, 오마르 야기 공동 수상

2025년 10월 8일,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일본 교토대학의 기타가와 스스무, 호주 멜버른대학의 리처드 롭슨, 미국 UC 버클리의 오마르 야기에게 노벨 화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수상 이유는 바로 "금속-유기 골격체의 개발"인데, 올해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가 만들어낸 분자 구조물은 내부에 거대한 빈 공간을 가지고 있어, 그곳으로 다양한 분자가 드나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미 이 재료를 사용해 사막 공기에서 물을 수확하고, 오염된 물에서 독성 물질을 제거하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있다.

 2025년 10월 8일,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일본 교토대학의 기타가와 스스무, 호주 멜버른대학의 리처드 롭슨, 미국 UC 버클리의 오마르 야기에게 노벨 화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 Ill. Niklas Elmehed/Nobel Prize Outreach
2025년 10월 8일,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일본 교토대학의 기타가와 스스무, 호주 멜버른대학의 리처드 롭슨, 미국 UC 버클리의 오마르 야기에게 노벨 화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 Ill. Niklas Elmehed/Nobel Prize Outreach

화학자들은 오랫동안 개별 분자를 만드는 데는 능숙한 사람들이다. 사실 숙련된 화학자라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복잡한 분자를 합성할 수 있다. 이것은 "0차원" 구조, 즉 단일하고 독립적인 화합물의 세계이다. 1차원 구조인 고분자도 이제는 상당한 제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2차원이나 3차원으로 확장된 구조를 합성하는 것은 1990년대까지도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1993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은 "하지만 2차원이나 3차원에서는 합성의 황무지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1988년 과학 저널 네이처의 편집자 존 매독스도 "물리과학에서 지속되는 스캔들 중 하나는 화학 조성만으로는 가장 단순한 결정 고체의 구조조차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표현하며 비슷한 좌절을 표현했는데, 이를 보면 금속-유기 골격체는 바로 이 난제에 대한 해답임을 알 수 있다.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설계된 방식으로 결합하면, 예측 가능하고 질서 있는 3차원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구조 내부에 거대한 공동이 생긴다는 점이다. 단 몇 그램의 금속-유기 골격체가 축구장만 한 표면적을 가질 수 있다. 이 빈 공간은 특정 분자를 선택적으로 붙잡아두거나, 화학반응을 촉진하거나, 물질을 분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롭슨의 통찰: 구멍의 위치가 구조를 결정한다

리처드 롭슨 교수의 이야기는 1974년 호주 멜버른대학의 화학 강의실에서 시작된다. 롭슨의 학생들이 분자 구조를 배우는 데 사용할 나무 모형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무 공에 구멍을 뚫어 막대를 꽂으면, 원자와 화학 결합을 나타내는 분자 모형이 완성된다. 롭슨은 대학 공작실에 나무 공에 구멍을 뚫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구멍을 아무렇게나 뚫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탄소 원자는 정사면체 배열로 네 개의 결합을 형성하고, 질소는 피라미드형 배열을 선호하기 때문인데, 즉, 각 원자의 고유한 기하학적 특성에 맞춰 정확한 위치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

공작실에서 완성된 나무 공을 받아 몇 가지 분자를 조립해 보던 롭슨은 중요한 통찰을 얻었다. 구멍의 위치만으로도 분자가 자동으로 올바른 형태를 갖춘다는 것이다. 구멍이 있는 위치, 즉 원자의 고유한 결합 선호도가 구조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개별 원자가 아니라 더 큰 분자 단위를 이런 방식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각 분자의 고유한 기하학적 특성을 이용해 예측 가능한 3차원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구멍이 있는 위치, 즉 원자의 고유한 결합 선호도가 구조를 결정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구멍이 있는 위치, 즉 원자의 고유한 결합 선호도가 구조를 결정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매년 새 학기가 되면 나무 모형을 꺼내면서 같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롭슨이 실제로 실험에 착수한 것은 10년 이상이 지난 1980년대 후반이었다. 그는 다이아몬드 구조에서 영감 받았다. 다이아몬드에서는 각 탄소 원자가 다른 네 개의 탄소와 정사면체 배열로 결합한다. 롭슨은 탄소 대신 구리 이온을, 그리고 이 이온들을 연결할 네 개의 팔을 가진 유기 분자를 선택했다. 구체적으로 롭슨은 양전하를 띤 구리 이온 Cu+을 사용했다. 이 이온은 정사면체 배열로 네 개의 배위결합을 형성하는 것을 선호한다. 연결 분자로는 4',4",4"',4""-테트라시아노테트라페닐메탄을 선택했다. 이 분자는 중심에서 뻗어 나오는 네 개의 팔을 가지며, 각 팔 끝에는 니트릴기가 있다. 니트릴기의 질소 원자는 구리 이온에 강하게 배위결합한다.

롭슨이 실제로 실험에 착수한 것은 10년 이상이 지난 1980년대 후반이었다. 그는 다이아몬드 구조에서 영감 받았다. 다이아몬드에서는 각 탄소 원자가 다른 네 개의 탄소와 정사면체 배열로 결합한다. 롭슨은 탄소 대신 구리 이온을, 그리고 이 이온들을 연결할 네 개의 팔을 가진 유기 분자를 선택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롭슨이 실제로 실험에 착수한 것은 10년 이상이 지난 1980년대 후반이었다. 그는 다이아몬드 구조에서 영감 받았다. 다이아몬드에서는 각 탄소 원자가 다른 네 개의 탄소와 정사면체 배열로 결합한다. 롭슨은 탄소 대신 구리 이온을, 그리고 이 이온들을 연결할 네 개의 팔을 가진 유기 분자를 선택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1989년 미국 화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롭슨은 놀라운 결과를 보고했다. 구리 이온과 네 팔 분자를 용액에서 반응시키자, 예측한 대로 다이아몬드형 3차원 구조가 형성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화학자들은 이런 실험이 무질서한 고분자 덩어리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분자들은 각자의 기하학적 선호도에 따라 스스로 조직화해 질서 있는 결정을 만들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결정 내부에 거대한 공동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공동은 용매 분자와 반대 이온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이들은 자유롭게 움직였다. 롭슨은 해당 논문에서 미래를 내다보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든 골격 구조는 분자체로 작동하거나 이온 교환 특성을 가질 수 있다. 골격을 유지한 채로 내부의 게스트 분자를 교환할 수 있고, 진공 처리에도 견디는 안정한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며, 촉매 부위를 통합해 효율적인 불균일 촉매를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BF4- 이온을 PF6- 이온으로 교환하는 데 성공했고, 구조는 붕괴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연구는 배위 네트워크 분야에 폭발적인 영향을 미쳤다. 롭슨의 그룹은 계속해서 다른 위상 구조를 가진 골격체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초기 구조들은 상당히 불안정했고, 많은 화학자들은 실용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일부 연구자들은 롭슨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고 보았다. 그의 아이디어에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한 사람들이 바로 기타가와 스스무와 오마르 야기였다.

 

기타가와의 집념: 거부당한 제안서와 유연한 골격

기타가와 스스무는 연구 경력 내내 한 가지 원칙을 따랐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 그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유카와 히데키의 책을 읽었는데, 유카와는 고대 중국 철학자 장자를 인용하며, 당장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 것도 결국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철학은 기타가와의 연구 방향을 결정했다.

1990년대 초 일본 킨다이 대학에서 다공성 분자 구조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기타가와는 특정 응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1992년 그가 발표한 첫 번째 구조는 구리 이온, 피라진, 아세토니트릴로 만든 2차원 네트워크였다. 공동에는 아세톤 분자가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실용성은 별로 없었지만, 롭슨과 마찬가지로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의 배위결합을 이용한 새로운 구조 설계 방법을 보여주었다. 기타가와는 해당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연구비 신청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만든 물질은 불안정했고, 목적도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7년 드디어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코발트 이온, 4,4'-비피리딘, 그리고 질산이온을 사용해 "혀와 홈" 구조를 가진 3차원 골격체를 만든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돌출된 능선이 인접한 홈에 맞물리는 방식으로 층이 쌓여 있었다.

빈번한 제안서의 거부에도 기타가와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7년 드디어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빈번한 제안서의 거부에도 기타가와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7년 드디어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초기에 공동은 물로 채워져 있었지만, 물을 제거한 후에도 구조는 유지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빈 골격체가 실온에서 메탄, 질소, 산소 같은 작은 기체 분자를 흡착하고 방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후속 연구에서 기타가와는 이 물질이 저온에서 질소와 이산화탄소에 대해 1형 흡착 등온선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1형 등온선은 미세 다공성 물질의 특징으로, 낮은 압력에서 빠르게 흡착이 일어나고 포화에 도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비 심사 위원들은 회의적이었다. 화학자들은 이미 제올라이트라는 안정적이고 다공성인 무기 물질이 있었다. 제올라이트는 가스를 흡착할 수 있는데, 왜 비슷하지만, 덜 안정적인 물질을 개발하는가? 기타가와는 금속-유기 골격체만의 독특한 장점을 명확히 해야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998년 일본화학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타가와는 자신의 비전을 제시했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다양한 분자로 만들 수 있어 기능을 통합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골격체들이 유연한 물질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단한 제올라이트와 달리, 금속-유기 골격체는 유연한 분자 빌딩 블록을 포함하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반응해 형태가 변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빈 골격체가 실온에서 메탄, 질소, 산소 같은 작은 기체 분자를 흡착하고 방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더 중요한 것은 이 빈 골격체가 실온에서 메탄, 질소, 산소 같은 작은 기체 분자를 흡착하고 방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기타가와는 금속-유기 골격체를 세 세대로 분류했다. 1세대는 게스트 분자를 제거하면 붕괴하는 불안정한 다공성 구조다. 2세대는 게스트를 가역적으로 흡착하고 방출하면서도 구조와 형태를 유지하는 안정한 골격체다. 3세대는 압력, 온도, 빛 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해 형태가 변하는 동적 골격체다. 그는 나중에 3세대 골격체를 "부드러운 다공성 결정"이라고 불렀다. 흥미롭게도 1997년 그가 처음 가스 흡착을 시연한 코발트 혀와 홈 구조가 나중에 3세대 골격체로 밝혀졌다. 이 구조는 게스트 분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국소적으로 형태가 변했다.

 

야기의 완성: 합리적 설계와 MOF-5의 탄생

오마르 야기의 화학 여정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요르단 암만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야기에게 학교는 피난처였다. 10살 때 보통은 잠겨 있는 학교 도서관에 몰래 들어가 무작위로 책을 골랐다. 책을 펼치자 이해할 수 없지만 매혹적인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자 구조도였다. 15세에 아버지의 지시로 미국에 건너간 야기는 결국 화학을 선택했다.

1990년대 초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연구 그룹을 이끌게 된 야기는 전통적인 분자 합성 방법의 예측 불가능성에 좌절했다. 화학자들은 보통 반응물을 용기에 넣고 가열한다. 원하는 생성물이 만들어지지만, 다양한 부산물도 함께 생긴다. 야기는 더 통제된 방법을 원했다. 레고 블록처럼 화학 구성 요소를 설계된 방식으로 연결해 큰 결정을 만들고 싶었다. 이것은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1995년 야기는 구리 또는 코발트로 결합한 두 가지 2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코발트 기반 구조는 공간에 게스트 분자를 수용할 수 있었고, 게스트가 완전히 채워지면 350°C까지 가열해도 붕괴하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이 논문에서 야기는 "금속-유기 골격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 용어는 금속과 유기 분자로 만들어진 확장된 배위 네트워크로서 잠재적으로 공동을 포함하는 구조를 가리키는 표준 용어가 되었다.

1999년 야기는 이 분야의 고전이 된 MOF-5를 세상에 선보였다. MOF-5는 아연 이온과 1,4-벤젠디카르복실산으로 만들어진다. 핵심은 아연 이온 네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모여 Zn4O 클러스터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이 클러스터가 2차 빌딩 단위로 작용하며, 여섯 개의 유기 리간드와 연결되어 입방체 구조를 만든다. 빈 공간에서도 300°C까지 가열할 수 있을 만큼 열적으로 안정했다.

MOF-5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그 표면적이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MOF-5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그 표면적이었다. ©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MOF-5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그 표면적이었다. 질소 기체를 사용한 측정에서 랭뮤어 표면적이 2900 제곱미터/그램에 달했다. 단 몇 그램이 축구장만 한 면적을 가진다는 의미다. 기공 부피는 약 0.6 세제곱센티미터/밀리리터였다. 비교하자면 제올라이트는 보통 수백 제곱미터/그램의 표면적을 가지며, 활성탄은 더 높은 값을 가질 수 있다. MOF-5는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흡착제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특성을 보였고, 이는 산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중요한 기여로 구리 이온 기반의 HKUST-1 골격체를 들 수 있다. 이 구조는 구리 이온 두 개가 카르복실산 네 개와 함께 패들휠 구조를 형성하는 2차 빌딩 단위를 사용한다. HKUST-1은 240°C까지 안정하며 1 나노미터 크기의 기공을 가진다. 질소를 사용한 측정에서 BET 표면적은 약 690 제곱미터/그램, 랭뮤어 표면적은 920 제곱미터/그램으로 측정되었다.

2002년과 2003년, 야기는 금속-유기 골격체 분야의 기초를 완성하는 두 편의 중요한 논문을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는 MOF를 합리적으로 수정하고 변화시켜 다른 특성을 부여할 수 있음을 보였다. 예를 들어 MOF-5의 16가지 변형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원래보다 더 크거나 작은 공동을 가졌다. 이 연구는 같은 2차 빌딩 단위를 유지하면서 유기 리간드를 바꾸면 같은 위상 구조를 가지지만 다른 기공 크기와 기능을 가진 골격체 패밀리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야기는 이를 "등망상 합성"이라고 불렀다. 등망상은 같은 기본 그물망 구조를 가진다는 의미다. 이 업적 이후 금속-유기 골격체 분야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조각을 가진 분자 키트를 개발했고, 이를 사용해 수만 가지의 서로 다른 MOF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각 MOF는 특정 목적에 맞춰 최적화될 수 있다.

 

사막에서 물을 만들고 공기에서 탄소를 잡다

금속-유기 골격체의 응용 범위는 놀랍도록 넓다. 야기의 연구팀은 애리조나 사막에서 MOF-303이라는 물질로 공기에서 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밤 동안 이 물질은 수증기를 흡착한다. 새벽에 태양이 물질을 가열하면 물이 방출되어 수집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건조한 지역에서 식수를 얻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2000년대 초, 야기는 분자 연결 구조를 변화시켜 다양한 특성을 가진 물질들을 생성함으로써 전체 MOF 물질 계열을 제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크기의 공동을 가진 16가지 변형체로 구성된 MOF-5 계열이 포함된다.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2000년대 초, 야기는 분자 연결 구조를 변화시켜 다양한 특성을 가진 물질들을 생성함으로써 전체 MOF 물질 계열을 제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크기의 공동을 가진 16가지 변형체로 구성된 MOF-5 계열이 포함된다.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MIL-101은 거대한 공동을 가진 철 기반 골격체다. 이 물질은 240°C까지 안정하며 촉매로 사용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MIL-101을 사용해 원유의 분해와 오염된 물속 항생제의 분해를 촉진했다. 또한 많은 양의 수소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지르코늄 기반의 UiO-67은 과불화화합물, 즉 PFAS를 물에서 흡착할 수 있다. PFAS는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며 환경과 인체에 축적되는 독성 물질이다. UiO-67은 수처리와 오염 물질 제거를 위한 유망한 재료로 평가받는다.

아연과 이미다졸레이트로 만든 ZIF-8은 폐수에서 희토류 원소를 채굴하는 실험에 사용되었다. 희토류 원소는 전자 기기 제조에 필수적이지만 채굴과 정제가 어렵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ZIF-8 같은 물질은 폐수에서 이런 원소를 회수하는 친환경적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은 금속-유기 골격체의 가장 중요한 응용 분야 중 하나다. CALF-20이라는 물질은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물질은 현재 캐나다의 한 공장에서 산업 규모로 테스트되고 있다.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대기로 방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이제 수만 가지 변형이 존재하며,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금속-유기 골격체는 이제 수만 가지 변형이 존재하며,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수소 저장도 매우 중요한 응용 분야다. 수소는 깨끗한 연료로 각광받지만 저장이 어렵기 때문인데, 일반 고압 탱크는 폭발 위험이 크다. NU-1501 같은 금속-유기 골격체는 정상 압력에서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방출하도록 최적화되었다. MOF-177 같은 초기 구조들도 실온과 적당한 압력에서 상당한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런 물질들은 수소 연료 전지 차량의 안전한 연료 탱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전자 산업은 이미 금속-유기 골격체를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는 매우 독성이 강한 가스가 필요한데, MOF는 이런 가스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용기로 사용된다. 또 다른 MOF는 화학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독성 가스를 분해할 수 있어, 안보와 안전 분야에서 응용된다.

그 밖에도 금속-유기 골격체는 배터리와 연료 전지, 약물 전달, 센서, 식품 안전, 양성자 전도성 재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금속-유기 골격체 내부에서 중합 반응을 일으키거나, 얇은 필름으로 만들어 표면에 코팅하거나, 여러 층을 쌓아 코어-셸 구조를 만드는 등 새로운 기술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21세기 재료 혁명의 시작

롭슨이 나무 공에 뚫린 구멍을 보고 영감을 얻은 지 50년이 지났다. 그 통찰은 기타가와와 야기의 손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재료 과학 분야로 꽃피었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이제 수만 가지 변형이 존재하며,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기타가와 스스무, 리처드 롭슨, 오마르 야기는 단순히 새로운 화합물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화학자들에게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공했다. 분자를 레고 블록처럼 사용해 거시적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구조의 내부 공간을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이에 많은 연구자들은 금속-유기 골격체가 21세기의 재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 대부분의 응용은 실험실 규모에 머물러 있지만, 산업계는 대량 생산과 상업화에 투자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 금속-유기 골격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으로 이 재료들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를 회수해 새로운 골격체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생산 비용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대량 생산기술도 개선되고 있다. 화학적, 열적 안정성도 초기 구조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

로알드 호프만이 말한 "합성의 황무지"는 더 이상 황무지가 아니다. 금속-유기 골격체 덕분에 화학자들은 이제 2차원과 3차원 구조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합성할 수 있다. 존 매독스가 지적한 "결정 구조 예측의 스캔들"도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 2차 빌딩 단위와 유기 리간드의 기하학적 특성을 알면, 형성될 골격체의 위상 구조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온"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라고 명시한다. 사막에서 물을 만들고,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며,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물에서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 금속-유기 골격체는 기후 변화, 물 부족, 에너지 전환 같은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세 명의 과학자는 분자로 짓는 건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방을 열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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