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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년 전 중국 두개골 발견, 인류 진화 타임라인을 최소 50만년 앞당기나 윈시안 2 두개골의 놀라운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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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시안 2' 두개골의 놀라운 정체

중국에서 발굴된 100만 년 전 고대 인류 두개골의 디지털 복원 연구가 인류 진화의 기본 전제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연구팀이 9월 25일 저명한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두개골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시기를 기존 추정보다 최소 50만 년 앞당길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다.

1990년 중국 후베이성 윈시안에서 발굴된 '윈시안 2(Yunxian 2)'로 명명된 이 두개골은 지금까지 원시적인 호모 에렉투스의 것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중국 푸단대학교 니시준 교수와 영국 자연사박물관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최첨단 CT 스캔과 디지털 복원 기술을 이용해 심하게 압축되고 변형된 화석을 원래 형태로 복원한 결과,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푸단대학교 니시준 교수와 영국 자연사박물관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최첨단 CT 스캔과 디지털 복원 기술을 이용해 심하게 압축되고 변형된 화석을 원래 형태로 복원한 결과,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 BBC
중국 푸단대학교 니시준 교수와 영국 자연사박물관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최첨단 CT 스캔과 디지털 복원 기술을 이용해 심하게 압축되고 변형된 화석을 원래 형태로 복원한 결과,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 BBC

복원된 두개골은 약 1,143cm³의 큰 두개골 용량, 좁은 안와 간격, 뚜렷한 미간 함몰부, 특징적인 낮고 긴 전두골 등 호모 롱기(Homo longi) 종족에 특유한 형태적 특징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호모 롱기는 2021년 하얼빈에서 발견된 '드래곤 맨' 두개골을 통해 처음 알려진 종족으로, 최근 연구로 데니소바인과 동일한 계통임이 유전학적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의 계통 발생학적 분석은 윈시안 2가 아시아의 호모 롱기 계통에서 가장 오래된 구성원임을 시사하는데, 이는 100만 년 전에 이미 호모 롱기 계통이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이 공통 조상에서 분기한 시점을 기존 추정보다 훨씬 앞당기게 되는 결과이다. 

 

인류 진화 타임라인의 극적 재편?

'전통적인' 인류 진화 이론에 따르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은 약 70만-50만 년 전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했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의 베이지안 연대 측정 분석은 이러한 분화가 훨씬 이전에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앞설 설명대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모 롱기 계통의 기원은 약 120만 년 전으로 추정되며, 호모 사피엔스 계통의 기원은 약 102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두 계통의 분화는 약 132만 년 전에 일어났으며, 네안데르탈인은 약 138만 년 전에 다른 두 계통으로부터 분화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연대 수정은 인류 진화사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온다. 세 인류 계통이 약 80만 년 동안 공존했으며, 이 긴 기간 동안 상호작용하고 유전자 교류를 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실제로 유전학적 증거는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 현생 인류 사이에 복잡한 혼혈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중간의 혼란' 문제 해결?

고인류학자들이 '중간의 혼란(muddle in the middle)'이라고 부르는 문제가 있다. 8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 사이에 발견된 수십 개의 인류 화석들이 기존의 분류 체계에 맞지 않아 분류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더 이른 분화 시점을 인정하면, 이전에 분류하기 어려웠던 화석들을 세 주요 계통(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롱기) 또는 그들의 원시적 조상인 아시아 호모 에렉투스와 하이델베르겐시스의 하위 그룹으로 깔끔하게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흰색 두개골은 원본의 '왜곡되고 다소 훼손된' 화석이며, 회색 두개골은 컴퓨터 보정된 복제품. © Fundan University
흰색 두개골은 원본의 '왜곡되고 다소 훼손된' 화석이며, 회색 두개골은 컴퓨터 보정된 복제품. © Fundan University

니시준 교수는 "인류 진화는 나무와 같다. 이 나무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고,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세 개의 주요 가지가 있었으며, 이들은 서로 혼혈할 수 있었고 거의 100만 년 동안 공존했다"라고 설명했다.

 

논란과 향후 과제 그리고 미래 연구의 방향

이번 연구는 디지털 고인류학과 가상 복원 기술이 전통적인 화석 보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혁명적인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다학제적 접근이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욱 깊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이번 발견은 동아시아가 인류 진화의 후기 단계에서 중요한 단서를 보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트링거 교수는 "50여 년 전 인류 진화 연구를 시작했을 때 동아시아 기록은 주변화되거나 최근 동아시아인의 직접적 조상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윈시안과 다른 많은 유적지에서 보는 것은 동아시아가 인류 진화의 후기 단계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학계에서 벌써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진화유전학자 에일윈 스칼리 박사는 "시기 추정에 대해서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며 "유전학적이든 화석 증거든 상관없이 시기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고인류학자 라이언 맥크레이는 두개골 복원에는 동의하지만, 계통 발생학적 분석에 대해서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제한된 데이터로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했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스트링거 교수는 이 연구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지리적 관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호모 롱기 계통이 100만 년 전에 이미 아시아에 확립되어 있었고, 이 그룹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 공통 조상을 공유한다면, 세 계통이 모두 등장한 조상 집단이 아프리카가 아닌 서아시아에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연구팀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윈시안 3 두개골의 분석이 이들의 복원과 인류 계통수에서의 위치에 대한 정확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핵 DNA 분석이 가능한 화석의 발견이 이러한 가설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10-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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