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애들은 참 빠르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성장이 늦어도 걱정이지만, 너무 빨라도 걱정이다. 장난감, 학용품 등 환경호르몬에 둘러싸인 ‘요즘 아이들’ 중 비정상적으로 성장이 빠르게 진행하는 ‘성조숙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성조숙증 소아 청소년 환자는 2018년 10만 1,273명에서 2022년 17만 8,585명으로 급증했다.
주변 곳곳에 널린 환경호르몬 외에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적’이 최근 밝혀졌다. 식품과 음료에서 흔히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가 아동들의 조기 사춘기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다. 대만 타이베이 시립완팡병원과 타이베이의대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내분비학회 연례 학술대회(ENDO 2025)’에서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감미료의 배신
연구진은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글리시리진, 각종 첨가당 섭취가 특정 유전적 특성을 가진 아동에서 조기 사춘기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동들이 이 감미료를 많이 섭취할수록 중추성 성조숙증 위험도 높아졌다. 중추성 성조숙증은 8세 이전의 여아와 9세 이전의 남아에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은 아동의 정서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향후 대사 및 생식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선행 연구에서 연구진은 일부 감미료는 호로몬과 장내 미생물에 직접 영향을 미쳐 조기 사춘기와 연결됨을 밝힌 바 있다. 가령, 인공 감미료인 아세설팜칼륨(Ace-K)은 뇌세포의 단맛 수용 경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스트레스 관련 분자를 증가시켜 사춘기 관련 호르몬의 분비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바꾸고, 사춘기 개시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양칭 첸 대만 타이베이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먹고, 마시는 것이 그들의 발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며 “이에 현대적인 식습관, 특히 감미료 섭취를 유전적 요인 및 조기 사춘기 발달과 연결하기 위한 대규모 실제 집단 연구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남아와 여아에 영향 미치는 감미료가 달라
연구는 2018년 시작된 ‘대만 사춘기 종적 연구’를 활용했다. 청소년들의 감미료 섭취량을 설문지와 소별 표본 검사를 통해 평가했으며, 유전적 특성은 중추성 성조숙증과 관련된 19개 유전자로부터 도출된 다유전자 위험 점수를 사용해 산출했다. 조기 사춘기 여부는 의학적 검사, 호르몬 수치, 영상 검사를 기반으로 진단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진은 1,407명 대만 청소년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중 무려 481명에서 중추성 성조숙증이 진단됐다. 성별에 따른 감미료의 영향도 달랐다. 남아에게는 수크랄로스 섭취가, 여아에게는 글리시리진, 수크랄로스, 첨가당 섭취가 중추성 성조숙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첸 교수는 “유전적 위험 요인에 대한 선별 검사와 감미료 섭취 조절이 성조숙증과 그로 인한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가정과 의료진, 보건 당국에 직접적으로 의미가 있는 결과를 도출한 연구로 아동을 위한 새로운 식이 지침이나 위험 평가 도구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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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9-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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