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에서 다이빙 종목은 물에 들어가기 전 공중에서 얼마나 우아하게 회전하느냐 뿐 아니라 물에 들어갈 때 물보라를 얼마나 적게 일으키느냐도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선수들은 입수하는 순간 물을 최대한 적게 튀기면서 조용히 들어가기 위해 몸을 꼿꼿이 세우면서 수직으로 진입하는 훈련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물을 많이 튀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특한 스포츠도 있다. 바로 뉴질랜드의 마누 점프(Manu Jumping)이다.
가장 소란스럽게 다이빙하는 마누 점프
마누 점프는 뉴질랜드의 마오리 및 파시피카 문화권에서 유래한 전통적인 수상 스포츠로 입수 시 최대한 큰 물보라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누(Manu)는 마오리어로 ‘새’를 의미하는데, 팔과 다리를 벌리고 새처럼 공중에서 퍼덕이는 동작을 모방한 수영 및 다이빙 기술이다.

마누 점프 실력을 겨루기 위한 대회도 열리고 있다. 매년 뉴질랜드에서는 마누 다이빙 기술을 기념하고 경쟁하는 공식 대회인 Z Manu World Champs가 개최된다.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마누 동작을 선보이고 심사위원들은 다이빙 자세와 물이 튀기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역 예선을 거쳐 결승에 진출하며, 1등 상금은 $3,000에 달한다. 이 대회는 가족 단위의 일반인 참가자들도 마누 점프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어서 ‘마누’라는 독특한 다이빙 기술을 널리 알리고 공동체 문화를 나누는 행사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마누 점프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다
그렇다면 올림픽의 다이빙 종목과는 반대로 물을 가장 많이 튀기기 위한 최적의 기술은 무엇일까? 조지아 공과대학의 사드 밤블라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이빙 자세 및 물속에서의 움직임과 물보라 정도를 물리학적 방식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진은 유튜브에 공개된 50여 편의 마누 점프 영상을 분석하여 사람의 체형, 점프 높이, 물보라 크기 등을 측정하고 데이터로 정리하였다.

분석 결과 마누 점퍼들은 대부분 약 45도의 각도로 점프하며 공중에서 V자형 자세를 취했다. 이때 엉덩이가 먼저 수면에 닿는 방식으로 입수하고, 물에 들어간 후에는 몸을 뒤로 젖히고 다리를 펴 일직선으로 만드는 동작을 취했다. 이 일련의 움직임 속에서 거대한 공기주머니가 형성되고 이 기포가 터지면서 커다란 물보라가 솟아오르는 원리이다. 즉, 수면에 진입한 후 수중 동작에 의해 생성된 공기주머니가 물기둥 형성의 핵심인 셈이다.
물속에서 몸을 펼치는 타이밍이 중요
이를 보다 정밀하게 검증하고 다양한 조건에서 관찰하기 위해 연구진은 V자 각도(0도, 45도, 90도, 120도, 180도)가 서로 다른 고체 모형들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하여 물탱크에서 낙하 실험을 진행하였다. 길이 50mm, 질량 약 5.8g의 고체 모형은 전자석 장치로 낙하 높이가 제어하고 고속 카메라를 통해 낙하 후 형성되는 물보라 패턴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V자 각도 중 45도가 가장 큰 공기 포켓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가장 높은 물기둥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인간의 수중 동작을 더 섬세하게 재현할 수 있는 마누봇(Manubot)이라는 로봇 장치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고체 모형에 힌지(다른 부품에 연결된 장치가 상하로 움직이거나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조임 장치) 구조와 모터, 스프링 시스템이 내장된 3D 프린팅 로봇으로, 물속에서 언제 몸을 펼칠지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실험에서는 마누봇의 수중 각도 조절 타이밍을 변화시키며 물보라 형성 패턴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마누봇이 수면에 닿은 후 약 0.1~0.5초 사이에 몸을 펼쳤을 때 가장 높은 물기둥이 형성되었다. 이는 수면에 닿은 직후 바로 펼치거나(0.1초 이내) 너무 늦게 펼치는 경우(0.5~1.8초), 또는 아예 펼치지 않는 경우보다 훨씬 더 큰 물보라였다. 수중에서 몸을 펼치는 정확한 타이밍이 공기주머니가 형성되어 터지는 것에 결정적이며 물보라의 크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판카지 로힐라 연구원은 “물보라를 많이 형성하기 위해서는 수중에서 몸을 펼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입수 시 자세뿐 아니라 수중에서의 정밀한 동작이 물기둥 크기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밝혔다.
과학으로 입증된 마누 점프 동작의 노하우
유튜브에 공개된 수많은 마누 점프 영상들을 살펴보면 많은 참가자들이 약 45도 각도로 다이빙하여 물속에서 몸을 펼치는 움직임을 통해 물보라를 최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경험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최적의 마누 점프 기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움직임이 물보라 형성에 왜 효과적인지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미 축적된 경험 기반의 기술이 물리학적으로도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이 놀랍고도 흥미롭다.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공기주머니의 형성과 물보라 생성 원리는 수상 스포츠는 물론 유체역학, 해양공학, 생체모사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밤블라 교수는 “향후 연구에서는 다이버의 무게가 물보라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여 스플래쉬 동역학에 대한 이해를 늘릴 것”이라 밝히며, 이번 연구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과학적 탐구와 공학적 설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초석임을 강조했다.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5-07-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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