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방문한 북경대는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대학이지만, 최근에는 이공계 위주의 청화대에 비해 그 위상이 다소 뒤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에서는 상해 교통대학, 북경 농업기술대학, 북경 광산기술대학 등과 같이 하나의 대학을 특성화하여 장점을 가진 부문을 크게 키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북경대의 공학계는 대부분 청화대로 통합되고, 북경대에는 인문사회계열과 기초자연과학계열만이 남아있는 실정이었다.
탐험대가 마지막 날 방문한 청화대는 현재 명실공히 중국 제1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마을의 학생이 청화대에 입학하면 마을 전체가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청화대 교문은 학교 규모에 비해 무척이나 작았는데, 낙타가 바늘구멍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청화대 학생들과의 만남은 한중 학생들이 과학기술 교류방안에 대한 발표를 하고 서로 토론하는 심포지엄 형태로 이뤄졌다. 틈틈이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많은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었는데, 청화대 학생은 “중국 이공계 대학은 인문사회교육을 오히려 줄이고 전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의 예상과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었다.
청화대에 오기 전 북경자연사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중국인 학생 맹파와 클론에게 진짜 중국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중국의 여러 기관을 방문하면서 매우 친절하고 자신감 있는 중국인의 모습은 볼 수 있었지만, 중국의 부족한 부분이나 정치적으로 미묘한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자세히 묻지 못했던 궁금증들을 맹파와 클론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북경 곳곳에서 피자헛과 KFC를 볼 수 있었는데, 우리는 자연사박물관 앞에 있는 KFC로 갔다. 먼저 우리가 궁금했던 것은 공산당과 학생회, 그리고 청년회라는 단체의 관계였는데, 공산당에 소속된 청년회가 대학의 학생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클론은 “방학을 이용해 북경의 대학교 학생회장들이 모여 받는 교육이 있다”고 말하고 그 뒷이야기는 말하기를 꺼렸다. 어쩌면 그 교육이 장차 중국의 리더가 될 학생들에게 전공 이외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궁금증은 청화대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풀렸다. 청화대 학생은 “이공계 인력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현장에서 2~30년간 근무하고 기회가 되면 정치 관료로 진출하게 된다”며 “현장에서 쌓은 그들의 전문성은 정치사회계 출신 인력들의 보좌를 받아, 적절하고 필요한 정책으로 발휘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중국 이공계의 힘을 요약하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공계 출신의 각 부처 장관들이 있지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대학만 이공계를 나왔을 뿐 현장 경험이 없는 무늬만 이공계인 장관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기술고시를 통해 정부부처에 들어가거나 정치를 하다 장관이 되다보니 정책의 방향성이 현장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나아진 것 같으니 좀 더 기다려 볼 일이다.
- 허남영 북경과학탐험대원
- 저작권자 2005-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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