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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허남영 북경과학탐험대원
2005-11-20

“이공계 공부하면, 정치는 쉽게 한다” 중국 이공계를 가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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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공계 공부를 해 낼 능력이 있으면 정치나 사회 등 인문 계열 공부는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북경(베이징)대의 정치사회학과 출신들은 이공계 관료의 활동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며 그것이 당연하다”


북경대 정치사회학과를 재학 중인 학생의 말이 아직도 필자의 머릿속을 감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과 중국을 이끌고 있는 이공계 출신 정치인과 과학기술. 그리고 그 밑바닥에는 중국인의 독특한 과학관이 있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22일, 한국과학문화재단과 한중미래숲이 공동 주최한 중국과학문화탐험대 32명의 학생들이 5박 6일의 여정에 올랐다. 공항을 떠나 2시간 남짓 시간이 흐르고, 북경탐험대를 태운 비행기가 북경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너무 작은 북경 공항이었다. 중국은 모든 것이 거대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북경 올림픽을 맞아 새로 건설하고 있는 공항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라 우리를 처음 맞은 북경 공항은 너무도 작았고, 입국수속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서 중국어와 영어, 불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 과학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기 시작했다.


중국과학의 힘은 한마디로 중국인의 특별한 과학관이었다. ‘2005 OECD 보고서’에서 이공계 대학생의 배출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이공계를 기피하는 한국. 이에 비해 이공계 인력을 맹목적으로 우대하는 중국. 이공계 기피와 이공계 우대, 과학에 대한 사회 인식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말이 대변하듯, 중국인의 특별한 과학관은 실용적 사고에서 나온다.


탐험기간 동안 중국 이공계 학생들이 탐험대를 도와주었다. 우리 팀에 합류한 학생은 클론이라는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어가 발음이 어렵고 낯설기 때문에 외국인을 자주 만나는 학생들은 영어이름을 갖는다”고 했다. 상대방을 향한 작은 배려이기도 하지만, 실용을 추구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단면은 북경자연사박물관에서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공룡관에서 한 학생이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서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웬 자전거’라는 생각으로 다가가 보니 공룡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는 게임이었다. 공룡의 빠르기가 몇 m/s라고 제시하기 보다는 직접 자전거를 돌리면서 공룡의 속도를 느낄 수 있게 마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중국이 처한 사회 체제를 통해서도 이공계 우대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등소평이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하면서부터이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사회에서 과학자는 경제성장의 선봉이었다. 그러하기에 과학과 기술은 높게 평가받았고 과학자의 위상 또한 높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고, 이제는 분배와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는 편이다.


20~30년 후에 중국의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난 후에도 중국 사람들이 현재와 같은 생각을 할지 한국의 전철을 밟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과학기술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중국 연인들


새로운 것에 남녀노소 귀 기울이는 중국인의 호기심도 이공계의 힘에 한몫 했다.


북경자연사박물관을 찾았을 때, 처음 느낀 점은 관람객의 연령층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온 학생들과 인솔하는 교사를 흔히 볼 수 있는 데 반해, 중국에서는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할아버지까지 전시물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인솔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북경과학기술관도 마찬가지였다. 평일 오전이었지만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중국 시민들이 과학기술관을 방문하고 있었다.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님, 친구들끼리 온 학생들, 손자를 데리고 온 할머니, 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 온 젊은 부부, 심지어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여기에서 데이트를 한단 말인가.


탐험대를 떠나기 전,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교사의 인솔 하에 단체관람을 온 학생들이 몇 팀 있었다. 그런데 모든 학생들이 손에 보고서를 한 장씩 들고 여기저기 다니며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베껴 적기에 바쁜 모습이 아닌가?


물론 호기심을 채워주는 실용적인 과학정책이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시물 가운데 그 어느 것 하나도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는 것은 없었다. 대부분이 직접 조작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직접 조작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시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이 흥미로워 관람객의 발길을 잡고도 남았다.


국내 과학관의 경우 직접 활동 부족, 패널을 이용한 설명의 난해함 등이 부족한 점으로 지적된 것을 볼 때, 필자는 중국 과학기술관의 전시 방식을 벤치마킹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허남영 북경과학탐험대원
저작권자 2005-1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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