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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3-05-22

작은 배려와 친절, 전 세계에서 2분마다 한 번씩 일어나… ‘저비용’ 결정인 작은 친절은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보편적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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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에 비친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 전화 통화하면서 급하게 펜을 찾는 동료. 주차 관리하는 경비 아저씨…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이다. 상대방이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지만, 내 행위로 인해 상대방이 유연한 상황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때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

대부분 사람은 ‘문 잡아주기’, ‘펜 빌려주기’, ‘인사하기’ 등의 행동으로 상황을 마무리한다. 모두가 착한 사람이라서 보다는 “그래, 결심했어!.”라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친절이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2분마다 일어날 만큼 보편적 정서이며, 작은 규모의 사회일수록 협력에 대한 의사결정이 더 자주 일어난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GettyImagesbank

 

협력 행동문화마다 차이 있어

오늘 내가 받은 도움과 내가 베푼 도움은 얼마나 될까?

사소한 도움을 주고받은 총량이 많다면 내가 속한 커뮤니티는 친사회적인 조직, 사회적 상호작용이 유연한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로시(Giovanni Rossi) UCLA 사회학 교수와 국제협력 연구팀은 인간이 ‘협력’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패턴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UCLA 사회학 연구팀과 호주, 에콰도르, 독일, 네덜란드, 영국에 있는 협력 대학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됐다.

연구 책임자인 로시 UCLA 교수는 “이 연구는 인간의 친사회적 행동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목표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연구는 가정과 커뮤니티에서 행해지는 가벼운 협력 행동에 대한 빈도, 준수율, 비준수 이유 등에 초점을 맞춰 친사회적 행동의 구조적 특징을 비교했다.

이 연구의 데이터 수집 위치. 데이터 분석 결과 규모가 작은 사회(커뮤니티)에서 인간의 친사회적 행동의 기초가 발생한다. ⓒNature

 

가까운 사회일수록 가벼운 도움에 행동교환 자주 일어나

연구팀은 일상적인 가정, 마을 생활에서 패턴화된 행동교환을 정의하고, 비교 및 정량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협력’은 인간이 동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동물로서 자신의 능력을 고루 분배하는 대표적인 사회관계 유형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 속에는 오래도록 고착된 사회·문화적 요소가 내재돼 있어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 패턴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이전 인류학, 사회학 연구에서 찾은 ‘협력’ 변인 외에 새로운 상호작용 패턴을 발견하기 위해 진행됐다. 세계 곳곳의 협력 연구팀은 다양한 문화 환경에서 일상적인 사회생활 데이터를 수집해 비교행동 코딩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관찰 대상자들의 실시간 사회적 상호작용이 행동교환으로 일어나는 시퀀스를 분석한 것.

연구팀은 “행동교환은 한 사람이 즉각적인 도움을 이끌어 내는 신호를 생성하고, 다른 사람이 그 신호에 반응하는 순서를 공유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부엌에서 한 사람이 식재료를 앞에 두고 “칼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거나, 칼을 꺼내 위한 동작을 보였을 때 다른 사람이 반응하는 순서와 속도를 사례로 들었다.

협력과 관련된 행동교환 사례 1천 건 이상을 식별한 연구진은 이런 일상적이고 가벼운 도움이 약 2분에 한 번씩 발생하는 것으로 발견했다. 이런 ‘저비용’ 행동교환에 대한 평균 준수율은 79%로 매우 높았고, 거부율(10%) 및 무시율(11%)을 훨씬 상회했다. 또한, 도움을 줄 때 언어적 설명이나 이유 없이 즉각적으로 이뤄졌지만, 거절할 때는 74%가 분명한 이유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런 유형, 동일 수준의 행동교환은 문화적 차이가 크지 않고, 친족 사회와 같이 밀접하고 작은 규모에서 이 차이가 가장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행동교환이 일어나는 상호작용 빈도. 왼쪽 그래프는 상호작용 빈도, 오른쪽 그래프는 행동교환에 대한 준수율. ⓒNature

 

고비용행동교환, 문화적 차이 커

“케냐의 부유한 오르마마을 사람들은 도로 프로젝트와 같은 공공재 비용을 지불한다. 반면 파푸아뉴기니의 그나우마을 사람들은 가난한 이웃의 비용에 대한 의무가 발생하는 것을 꺼려해 대형 프로젝트 제안을 거부한다.”

이런 사례에 대해 민족지학 연구는 지역 윤리로 접근했고, 경제학 연구에서는 문화적 규범 및 가치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 왔다. 반면, 이번 연구는 인간행동 생태학적 요인에 집중했는데,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행동교환 거부율은 일상적 사례보다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고비용’ 결정은 문화 및 공동체적 지향과 호혜성을 강조하는 인간행동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로시 UCLA 교수는 “일상적 행동교환보다 흔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인류에 뿌리 깊이 박힌 지역 규범, 가치 등에 상당한 반사 작용이 있다.”면서, 미시적 수준의 도움에 대응하는 행동 패턴처럼 문화적 차이가 대부분 사라지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보편적 경향이 확대될 수 있는 요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3-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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