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학계에서는 유전자 청사진 연구를 통해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2차 조사 제안을 거부하자 미국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고 거듭 주장하며 압박했다. 이에 중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미국 기원설을 제기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라이브사이언스지는 최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조사 거부로 바이러스를 전파한 최초의 환자(환자 제로)를 밝혀낼 수는 없지만, 매개체가 된 동물과 확산의 계기가 된 환경 등은 분석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최초의 환자는 누구인가?
코로나19 환자 제로를 식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다른 전염병에서도 최초의 전파자를 찾는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 시 첫 번째 환자는 에밀 와우노모라는 2살 아이로 추적됐고 박쥐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도 확실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그동안 1984년에 사망한 퀘벡항공 승무원이 북미에 HIV(에이즈바이러스)를 퍼트린 것으로 여겨졌지만 2016년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사망한 승무원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천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환자 제로를 규명하는 것이 어려운 가운데 특히 코로나19의 경우 감염자의 30~40%가 무증상인데다 증상이 있는 환자들도 감기나 독감으로 오인할 수 있을 만큼 경미하게 경험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첫 사례가 나왔던 2019년 말이 독감 유행시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사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정보 차단까지 겹쳐 환자 제로 찾기는 미궁 속에 있다.
다만 처음 바이러스가 번진 시기를 추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관련 분야 과학자들은 ‘분자시계’에 의존해 연구를 진행한다. 분자시계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속도에 기반해 여러 바이러스가 뿌리를 둔 공통 조상 발생 시기를 추정하는 기법이다.
UC샌디에고대 조엘 베르트하임 박사 연구팀은 지난 4월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분자시계로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현한 가장 유력한 시기는 2019년 11월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는 우한 보건당국이 2019년 12월 31일 새로운 폐렴 환자를 보고하고, WHO가 코로나19 첫 사례를 12월 1일 감염된 남성이라고 밝힌 것과 다른 결과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화를 근거로 우한에서 보고된 초기 입원 환자가 코로나19가 아닌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을까?
일부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유타대의 진화생물학 박사후연구원인 스티븐 골드스타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종을 연구한 결과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유래했다는 증거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 다수 연구자가 동의하는 점은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RaTG13이라고 불리는 박쥐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유전자의 96%를 공유하고 있다.
UC샌디에고대 베르트하임 박사는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탐구는 우한 지역에서 동물들이 거래되는 시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한 주변 시장에서 박쥐가 직접 거래되지는 않지만 여러 이질적인 종들을 운송하거나 노점에서 거래하는 동안 바이러스가 섞이고 진화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동물 거래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혈액을 검사해 그들이 일반 인구보다 더 항체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할 것을 WHO에 권고한다”며 "만약 이 사람들이 일반 인구보다 항체 보유율이 더 높다면 그것은 인간의 먹이사슬의 일부였던 동물들에게 이 바이러스가 존재했다는 간접적이지만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황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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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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