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와 유사한 분자가 함께 모여 ‘생명의 기원’에 주요 역할을 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일본 나고야대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초기 지구에 존재했을 수 있는 분자가 어떻게 결합해 DNA 전구체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를 밝혀내고, 이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시사할 뿐 아니라, 인공 생명과 생명공학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RNA 세계 이전에 XNA 세계 존재”
논문 제1저자로 나고야대 생체분자 공학자인 게이지 무라야마(Keiji Murayama) 박사는 “RNA 세계는 생명의 기원의 한 단계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 단계 앞의 RNA 이전(pre-RNA) 세계는 제노 핵산[xeno nucleic acids (XNAs)]이라 불리는 분자를 기반으로 했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무라야마 박사는 “그러나 RNA와 달리 XNA 복제에는 효소가 필요치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효소 없이 XNA를 합성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XNA 세계가 RNA 세계 이전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XNA는 DNA 및 RNA와 유사하게 ‘연결된 뉴클레오티드 사슬’로 형성되지만, 당 골격(sugar backbone)이 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XNA는 인체가 이를 분해할 수 없어서 매우 안정적으로 유전 코드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특정 서열을 포함하는 XNA가 효소 역할을 해서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이는 생명공학 분야나 분자 의학 응용 분야 및 합성유전학 분야에서 XNA를 흥미로운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RNA 존재 전에 있었던 분자 합성
무라야마 박사와 논문 시니어 저자인 히로유키 아사누마(Hiroyuki Asanuma) 교수팀은 먼저 지구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조건들이 XNA 사슬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이들은 RNA가 존재하기 전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분자인 비고리형 L-트레오니놀 핵산(acyclic L-threoninol nucleic acid; L-aTNA) 조각을 합성했다. 이와 함께 DNA 가닥들이 일치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이 조각들의 서열을 보완하는 핵산염기 서열을 가진 더욱 긴 L-aTNA를 만들었다.
온도가 조절된 테스트 튜브에 함께 배치하자 더 짧은 L-aTNA 조각들은 함께 모여 더 긴 L-aTNA 템플릿에서 서로 연결됐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N-시아노이미다졸(N-cyanoimidazole)이라는 화합물이 존재했을 때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 화합물은 망간과 같은 금속 이온으로 둘 다 초기 지구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상에서 L-aTNA가 RNA의 전구체임을 확인
이 조각들은 효소의 도움 없이, 한 끝에 있는 인산염이 이웃의 끝에 있는 수산기에 화학적으로 부착됐을 때 상호 연결됐다.
무라야마 박사는 “우리가 아는 한 이는 무작위 조각 풀(pool)에서 나온 템플릿 기반 비고리형 XNA의 효소 없는 확장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한 L-aTNA 조각이 DNA와 RNA 템플릿에서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유전자 코드가 DNA와 RNA에서 L-aTNA로 또는 그 반대로 전달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무라야마 박사는 “우리 전략은 인조 생명 구축과 비고리형 XNA로 구성된 고기능성 생물학적 도구 개발을 실험하기 위한 매력적인 시스템”이라며, “데이터도 L-aTNA가 RNA의 전구체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L-aTNA가 초기 지구의 ‘생명 이전(pre-life)’ 조건에서 합성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한편, 이를 이용한 고급의 생물학적 도구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 탐구할 계획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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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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