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나-파버 암센터와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BWH) 및 MIT·하버드 브로드연구소 팀은 맞춤형 암 백신으로 치료받은 흑색종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치료 4년이 지난 뒤에도 백신에 의해 촉발된 면역반응이 암세포를 통제하는데 강력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21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지난 2017년 첫 임상시험이 보고된 암 백신 네오백스(NeoVax)의 효과에 대한 관찰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네오백스는 각 환자의 종양 세포에 있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작동하는 암 백신으로, 연구팀은 이 백신에 의해 생성된 면역반응이 흑색종 환자에게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수년 동안 계속 추적하고 있다.
이번 보고에 따르면 백신 접종 4년이 지난 뒤에도 환자들의 면역계 세포들은 특정 단백질을 가진 종양 세포에 대해 활동적일 뿐만 아니라, 환자의 종양 세포에서 발견된 다른 단백질로도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표적 면역 반응,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확대돼
논문 공동 저자로 다나-파버 연구소와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및 브로드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는 캐서린 우(Catherine J. Wu) 박사는 “이번 발견에서 개인 맞춤 신생항원(neoantigen) 백신이 흑색종 환자의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며, “투여 초기의 표적 면역반응이 수년에 걸쳐 확대돼 환자를 질환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보호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진행성 흑색종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재발 위험이 높을 것으로 간주된 8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임상 1상시험에서 이들은 수술 18주 뒤에 네오벡스 치료를 받았다.
백신은 항원 결정기(epitopes)라고 불리는 작은 단백질 조각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실험적인 '바이러스 모방체'이자 면역활성화제인 poly-ICLC (Hiltonol이라고도 함)를 혼합한다.
Poly-ICLC는 특정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과 결합해 마치 바이러스인 것처럼 보이게 해 면역세포가 백신을 발견하면 이를 바이러스라고 여겨 면역체계에 경고를 보내게 된다.
면역계에 신호를 보내는 네오벡스의 에피토프는 종양 세포의 비정상 단백질인 신생항원에서 나온 것으로, 세포가 암성이며 파괴돼야 한다는 경고를 나타내는 것.
신생항원은 종양 세포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면역반응을 촉발시키고, 나머지 정상 세포는 면역계의 공격을 피하게 된다. 추가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반응은 더 강해지고 암 재발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게 된다.

치료 4년 뒤 환자 8명 모두 생존
네오백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양의 신생항원 안에 있는 주요 에피토프를 식별해 내기 위해 환자 종양의 DNA 서열을 스캔해야 한다. 에피토프는 면역 T세포의 표적이 돼 면역계가 암을 공격하도록 이끈다.
따라서 환자가 네오백스 치료를 받으면 에피토프를 나타내는 흑색종 세포에 대항하는 면역계 반응을 끌어내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네오백스 치료 4년 뒤, 8명의 환자가 모두 생존해 있고, 6명은 암이 아무런 활동성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통상 전이가 된 흑색종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백신에 의해 작용하도록 자극된 면역계 세포인 환자의 T세포를 분석하자, 이 세포들은 초기 표적 에피토프를 ‘기억했을(remembered)’ 뿐만 아니라 대응 목록을 확장해 다른 흑색종 관련 에피토프들도 인식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결합해 암 전이 통제”
한편 암이 폐로 퍼진 환자 중 두 명은 암에 대한 면역반응 제한을 일부 완화시키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를 투여받았다.
연구팀은 이 두 환자들에게서 T세포들이 흑색종 세포에게는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종양 조직으로 침투했다는 징후를 발견했다.
논문 공저자인 다나-파버 암센터와 BWH 및 브로드 연구소의 패트릭 오트(Patrick A. Ott) 박사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면역반응에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모든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오트 박사는 “T세포는 계속해서 흑색종 세포만을 구체적 표적으로 삼았고, 처음에 반응했던 에피토프에 대한 기억을 유지했다”며, “종양 세포를 살해하기 위해 활성화된 T세포는 결정적으로 원래의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던 흑색종 에피토프까지 겨냥하도록 다양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흑색종을 표적으로 하는 T세포의 장기적인 지속성과 확장성은 개인 항원 펩티드 백신이 특히 면역관문억제제와 결합될 때 전이성 종양 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네오백스 암 백신은 동급 최초의 개인 맞춤 신생항원 암 백신으로, 2017년과 2019년에 발표된 두 건의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연구용 신약 승인을 받은 상태다.
흑색종과 말기 신장암, 전이성 췌장암과 대장암 등에 대해 여러 기관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인체 효과를 검증하고 출시되기까지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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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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