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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0-08-13

개미가 지구 생태계를 살린다 야생초 씨앗 퍼뜨리며 수풀 조성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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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역에는 잡초라고 불리는 야생초들이 자라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야생초가 번성하는데 개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최근 과학자들이 개미와 야생초 간의 긴밀한 협력 메커니즘을 세밀하게 밝혀내고 있다. 야생초가 씨앗을 통해 영양분이 풍부한 물질을 공급하면 개미는 이들 씨앗들을 열심히 실어 나르면서 번식을 돕고 있다는 것.

과학자들이 개미와 야생초 간의 협력 메커니즘을 상세하게 밝혀내고 있는 가운데 개미가 수풀 등 지구 자연 생태계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 Wikipedia

야생초 씨앗과의 공생 메커니즘 밝혀내

야생초와 개미 간의 협력은 지구 생태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일 개미가 없다면 숲과 같은 자연환경이 훼손될 경우 회복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과학자들은 야생초뿐만 아니라 수많은 식물들이 개미와의 협력을 통해 많은 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미를 통해 지구상에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

연구에는 미국 테네시 대학, 버지니아 테크,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등이 공동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주에 열린 미국 생태학회(Ecological Society of America) 연례모임을 통해 발표됐다.

많은 개미들이 식물의 씨앗을 먹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 밝혀진 사실은 개미들이 세계 각지에 산재해 있는 숲속에 많은 씨앗들을 저장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유럽, 북아메리카의 낙엽수림, 호주의 건조한 삼림지대, 남아프리카의 ‘핀보스(fynbos)’라 불리는 관목림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수풀 속에서 10여 종의 개미들이 다양한 종류의 야생초 씨앗을 저장해놓고 있었다.

축적하고 있는 씨앗들은 지방산, 아미노산, 포도당 등의 영양소로 구성된 종침(elaiosome)이라고 하는 영양물질이 부착돼 있었다.

이 물질은 특히 개미 새끼들을 위해 중요한 먹이가 되고 있다. 또 작은 개미가 자기 머리보다 더 큰 씨앗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손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미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이다.

개미들은 씨앗에서 이 종침을 떼어먹은 후 씨앗을 다양한 곳에 버리고 있었다. 야생초 입장에서는 개미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자신의 씨앗을 지역 곳곳에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더없이 고마운 행위가 되고 있다.

개미가 없으면 지구상의 수풀 급속히 사라져

지구 생태계에 있어 개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과학자들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씨앗에 있는 화학물질과 미생물을 분석하고 개미와의 상호 관계를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기관의 과학자들이 협력해 북미, 유럽, 호주,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 생태계에서 개미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화학물질과 미생물에 대한 DNA 분석 등 그동안 모호했던 사실들을 대거 밝혀냈다.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은 대략 이런 내용이다

개미들이 야생초 씨앗을 그들의 둥지로 가져와 새끼들에게 먹이를 공급하고 있으며, 일부 씨앗들은 저장고에 남겨놓아 발아(sprouting)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수풀 등 자연생태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사실도 밝혀냈다.

테네시 대학의 생태학자 찰스 크윗(Charles Kwit) 교수 연구팀은 장다리개미(Aphaenogaster) 등 개미들이 체내에 항균물질을 지니고 있는데 주목했다.

개미들은 이 항균물질을 통해 자신과 동료 개미들의 몸을 청소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야생초 씨앗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꽃생강‧혈근초‧깽깽이풀의 씨앗을 관찰했고, 그 안에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협력해 이 미생물의 DNA를 분석했다. 그리고 씨앗 속에 박테리아와 곰팡이류(fungi)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생물군의 유전체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씨앗의 발아 과정에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형성된 것으로 개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개미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씨앗을 선택한 후 자신과 동료 개미들의 몸을 청소하고 있었다는 것.

버지니아 테크에서는 연령초(trillium)에 속한 야생초 씨앗을 대상으로 씨앗 표면에 붙어 있는 종침(elaiosomes) 성분을 정밀 분석했다. 그리고 올레산(oleic acid)과 함께 야생초를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텐 프라이어(Kirsten Prior) 박사는 “보다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연령초일수록 다양한 물질이 발견됐으며, 이들 물질들이 개미들의 접근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이어 박사는 “야생초 씨앗을 실어 나라는 개미가 없다면 지구상의 수풀은 급속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프리이어 박사는 “사라진 수풀 역시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자연 생태계에 있어 개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0-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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