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크기의 이빨을 지닌 거대한 고대 악어가 당시 가장 큰 공룡들도 마음대로 사냥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850년대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최초로 화석이 발견돼 세상에 알려지게 된 ‘데이노수쿠스(Deinosuchu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으로부터 8200만~7500만 년 전의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데이노수쿠스는 총길이가 약 12m에 이를만큼 큰 몸집을 지니고 있었다. 데이노수쿠스라는 학명은 ‘끔찍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데이노’와 악어라는 뜻의 ‘수쿠스’에서 유래했다.

그동안 발굴된 두개골 화석을 비롯해 데이노수쿠스에 의해 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화석 뼈의 발굴 등으로 인해 고생물학자들은 이 거대한 짐승이 공룡을 잡아먹은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런데 뉴욕공과대학의 애덤 코제트(Adam Cossette) 박사 등은 ‘척추 고생물학 저널(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데이노수쿠스가 실제로 공룡을 사냥할 만한 두개골 크기와 턱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학전문 매체 ‘피즈닷오르그(Phys.org)’에 의하면, 척추 고생물학자인 애덤 코제트 박사는 “데이노수쿠스는 물을 마시러 물가로 오는 공룡들을 공포에 떨게 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 동물의 정체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표본들을 조사한 결과 바나나만 한 이빨을 가진 괴물 같은 포식자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서식지의 모든 동물이 먹잇감
공동 저자인 테네시대학의 고생물학자 스테파니 드럼헬러 호튼(Stephanie Drumheller-Horton)은 “데이노수쿠스는 기회주의적인 포식자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거대한 덩치로 볼 때 서식지에 있는 거의 모든 동물을 먹이로 삼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세 종의 데이노수쿠스가 존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해체리(D. hatcheri)와 리오그란덴시스(D. riograndensis)라는 두 종은 미국 몬태나에서 멕시코 북부에 이르는 서부 지역에 살았으며, 또 다른 종인 슈위메리(D. schwimmeri)는 뉴저지에서 미시시피까지 대서양 연안 평야지대에 서식했다는 것.
당시 북아메리카는 북극해 남쪽부터 오늘날의 멕시코만까지 이어지는 얕은 바다에 의해 둘로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가장 큰 포식자였던 데이노수쿠스는 공룡의 대멸종이 일어나기 전에 사라졌으며, 멸종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데이노수쿠스는 성격이 난폭한 크로커다일보다는 상대적으로 온순한 앨리게이터와 더 가까운 관계에 있다. 누와 코끼리까지 먹어치우는 크로커다일은 주로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되는 지역에서 살지만, 북미 지역에 많이 서식하는 앨리게이터는 호수나 강 같은 민물에서 산다.
하지만 거대한 두개골의 형태를 감안할 때 데이노수쿠스는 크로커다일도 앨리게이터도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길고 넓은 코는 현존하거나 멸종된 다른 악어류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코 주변의 앞부분이 부풀어 있다. 이처럼 데이노수쿠스의 코가 커진 이유는 알 수 없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센 치악력 지녀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아이오와주립대학의 고생물학자 크리스토퍼 브로추(Christopher Brochu)는 “이상한 동물인 데이노수쿠스는 악어류가 공룡시대 이후 변하지 않고 보존된 ‘살아 있는 화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들 역시 다른 그룹처럼 역동적으로 진화해온 셈이다”라고 밝혔다.
데이노수쿠스의 모든 치아는 매우 두껍고 튼튼한데, 특이하게도 턱의 뒤쪽에 있는 이빨들은 날카롭지 않고 둥글며 두꺼운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는 고기를 찢기보다는 뼈를 씹어 부수기에 알맞은 구조다.
현생 바다악어는 치악력이 1673㎏으로서 동물 중 가장 강하다. 그런데 데이노수쿠스의 치악력은 1835~1만482㎏으로서, 티라노사우루스마저 능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딱딱한 바다거북의 등껍질 화석에서도 데이노수쿠스에 의해 물린 자국이 발견되었을 정도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애덤 코제트 박사가 가장 의문을 표한 데이노수쿠스의 구조는 코 끝에 있는 두 개의 큰 구멍이다. 그 구멍들은 데이노수쿠스에게만 있는 독특한 것이기 때문이다. 코제트 박사는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앞으로 우리는 이 놀라운 생명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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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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