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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들개 몸집 키우는 건 오히려 ‘농약’ 독약 사용 지역의 딩고 체중 6~9%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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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양모 생산국인 호주의 남동부에는 무려 5614㎞에 이르는 세계 최장 길이의 울타리가 건설되어 있다. 그 울타리의 역할은 바로 호주의 야생 들개로 잘 알려져 있는 딩고로부터 양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딩고는 뾰족한 주둥이와 쫑긋한 귀의 귀여운 외모를 지녔지만 사실 호주에서 가장 큰 육식성 포유동물이다. 어깨 높이 60㎝, 몸길이 90㎝, 체중 20㎏에 달할 만큼 상당히 큰 몸집으로 양은 물론 대형 유대류인 캥거루와 왈라비 등을 잡아먹는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80년간 딩고의 몸집은 약 6~9% 더 커졌다. ⓒ Peter Contos

그런데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80년간 딩고의 몸집은 약 6~9% 더 커졌다. 딩고의 몸집이 커진 원인은 더 충격적이다. 딩고를 없애기 위해 뿌려놓은 독약 성분의 농약이 바로 그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과 시드니대학 연구진은 1960년대 및 1970년대에 딩고를 잡기 위한 독약 미끼 캠페인이 집중적으로 벌어진 칼골리, 필바라 등의 지역과 그런 캠페인이 벌어지지 않은 원주민 보호구역 등에서 약 600개에 이르는 딩고 두개골의 표본을 채집해 비교 측정했다.

그 결과 독약을 놓지 않은 지역에서는 두개골 크기 변화가 없는 데 비해 독약 미끼 캠페인이 벌어진 지역의 딩고들은 지난 80년간 두개골의 크기가 약 4㎜ 정도 커진 것으로 나타난 것. 이는 체중이 약 1㎏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수컷보다 암컷 두개골 더 커져

두개골 크기의 증가 현상은 수컷보다 암컷 딩고에서 두드러졌다. 수컷의 경우 약 3.6㎜(체중의 약 6%) 증가한 데 비해 암컷들은 체중의 9%에 해당하는 4.5㎜ 정도 증가한 것으로 밝혀진 것.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린네학회 생물학 저널(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에 게재됐다.

그럼 도대체 왜 독약 미끼가 있는 지역에서 자라는 딩고들의 몸집만 커진 것일까.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매튜 크로더(Mathew Crowther) 시드니대학 부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몸집이 작은 딩고는 적은 양의 독약만으로도 사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몸집이 큰 딩고들만 살아남게 되고, 이 개체들은 그만큼 먹잇감인 캥거루를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다. 즉,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으므로 딩고는 신체적으로 더 성장한 것이다.

호주에서 딩고를 잡기 위해 뿌려지는 농약은 ‘1080’으로 알려진 플루오르화아세트산나트륨(sodium fluoroacetate)이다. 무미건조한 백색 가루의 1080은 고기 미끼 속에 뿌려져 헬리콥터 등을 통해 딩고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살포된다.

쥐 등의 설치류 퇴치에 주로 사용되는 이 농약은 엄청난 통증과 함께 동물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단체들이 사용을 반대하고 있는 성분이기도 하다.

살충제 성분이 동물 신체 변화 일으켜

살충제 성분이 동물들로 하여금 신체 변화를 일으키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바퀴벌레의 등장이다. 바퀴벌레는 1950년대 초부터 도입된 모든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

지난해 6월에 발표된 미국 퍼듀대학 마이클 샤프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바퀴벌레 종류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은 독일바퀴는 특히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개골 크기의 증가 현상은 수컷보다 암컷 딩고에서 두드러졌다. ⓒ Robert Lynch(Flickr)

그러나 이때까지는 보통 바퀴벌레와 몇몇 곤충까지 무척추동물에서만 이러한 영향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딩고에 관한 이번 연구는 척추동물들도 살충제 사용으로 신체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에 의하면 딩고의 몸집 증가에 기후변화나 개와의 교배 같은 다른 요인이 관여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우선 기후변화의 경우 더 큰 동물을 만들기 위해선 추운 날씨라야 한다. 따라서 따뜻해지는 기후는 오히려 딩고의 몸집을 작게 만들 뿐이다.

개 유전자가 딩고의 몸집 증가에 기여했을 가능성 또한 없다. 이번 연구는 개와의 교배율이 낮은 지역에서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딩고 몸집 변화의 원인을 더욱 정확하게 알기 위해선 호주 전역을 대상으로 더 넓은 샘플의 딩고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독약 미끼 캠페인이 딩고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의 신체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충제이건 아니건 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인간이 동물 생태계에 어떤 압력을 가하게 되면 그에 대한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는 확실히 알려준 셈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8-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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