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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9-12-27

양성자 붕괴 현상 관찰될까 하이퍼-카미오칸데 건설로 기대감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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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 중성미자 검출 장치인 하이퍼-카미오칸데의 건설비를 승인했다. 예산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게 되면 내년 4월부터 건설이 시작된다. 도쿄대학의 물리학자이자 이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인 시오자와 마사타 교수는 하이퍼-카미오칸데를 건설하는 데 약 6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총 사업 자금의 약 3/4를 지원하게 되며, 나머지는 이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 부담하게 된다. 또 다른 공동 책임자인 킹스칼리지 런던의 물리학자 프란체스카 로도비코는 영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몇몇 국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퍼-카미오칸데는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성미자 연구 경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 중성미자 검출장치인 하이퍼-카미오칸데의 건설이 내년 4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 Hyper-K collaboration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 중성미자 검출 장치인 하이퍼-카미오칸데의 건설이 내년 4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 Hyper-K collaboration

이 검출 장치는 깊이 71m, 폭 68m의 거대한 드럼 모양의 수조로 구성된다. 거기에 약 26만톤의 순수한 물이 담기는데, 이는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슈퍼-카미오칸데의 5배가 넘는 양이다. 거대한 수조에는 약 4만 개에 이르는 초고감도 빛탐지기가 빽빽이 들어서게 된다.

이 장치가 건설되는 곳은 히다 시의 카미오카 광산 옆에 있는 거대한 동굴 안으로서, 기존의 카미오카 시설에서 약 8㎞ 떨어진 곳이다. 카미오카 시설은 수십 년 전에 기존의 채굴 시설과 품질 좋은 바위, 그리고 풍부한 담수 때문에 선정되었다.

과학 저널 ‘네이처’는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하이퍼-카미오칸데가 중성미자 및 반물질에 대한 획기적인 발견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 중성미자 검출 장치

물리학자들이 하이퍼-카미오칸데에 제일 먼저 기대하는 것은 중성미자와 반물질의 행동 차이에 대한 증거다.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 후 물질과 같이 존재했던 반물질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중성미자라고 보고 있다.

중성미자는 우주에 엄청난 양이 흩날리며, 우리의 몸을 투과하는 것만도 1초에 수십조 개에 달하지만 물질과 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 관측이 어렵다. 카미오칸데 같은 거대한 검출기도 중성미자 그 자체가 아니라 체렌코프 광이라고 불리는 것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체렌코프 광은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물을 통과할 때 중성미자에 의해 방출되는 파란빛이다.

슈퍼-카미오칸데의 전신으로 만들어진 카미오칸데는 그 같은 방법으로 1987년 지구에서 16만 광년이나 떨어진 대마젤란성운의 초신성이 폭발할 때 날아온 중성미자 12개를 우연히 잡아냈다. 이 관측을 진행한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는 중성미자 관측법을 한 단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학 교수는 1998년에 슈퍼-카미오칸데를 통해 지구의 대기권에서 중성미자 뮤온과 전자의 두 상태 사이에서 변환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우주에서 출발한 중성미자 중 2/3가 지구에 도착한 이후 사라진 게 밝혀지면서, 오랫동안 질량이 없는 것으로 간주했던 중성미자가 매우 적은 양이지만 질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공로로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 역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차세대 중성미자 3대 실험 중 하나

일본에 두 번이나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카미오칸데와 슈퍼-카미오칸데의 후신인 하이퍼-카미오칸데가 건설되면서 세 번째 노벨상급 연구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도쿄대학의 물리학자 나카하타 마사유키는 하이퍼-카미오칸데에 희망하는 가장 혁신적인 발견은 양성자 붕괴라고 주장했다. 만약 우주에도 수명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모든 원자의 핵 속에 있는 양성자가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 붕괴된다는 것을 밝혀내면 된다. 사실 카미오칸데나 슈퍼-카미오칸데도 양성자의 붕괴를 확인하기 위해 만든 장치였다.

양성자의 붕괴는 관찰된 적이 없는데, 만약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매우 드물게 관찰되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양성자가 10의 43승년 이상의 매우 긴 평균 수명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입자물리학의 표준모델은 양성자 붕괴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의 네 가지 힘을 통일하기 위해 제안된 많은 이론들은 양성자 붕괴를 예상한다. 하이퍼-카미오칸데는 슈퍼-카미오칸데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물을 탐지할 수 있으므로 양성자가 붕괴하는 보다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만약 하이퍼-카미오칸데마저 그런 현상을 탐지하지 못한다면 양성자의 평균 수명은 10배나 증가할 수 있다.

하이퍼-카미오칸데는 2020년대에 시작하는 차세대 중성미자 3대 실험 중 하나다. 나머지 2개는 2021년에 데이터 수집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중성미자 검출기인 ‘주노(JUNO)’와 2025년에 완공될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심층 지하 중성미자 실험 장치인 ‘DNUE’다. DNUE은 하이퍼-카미오칸데와 달리 순수한 물 대신 액체 아르곤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9-1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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