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 용기이다. 그런데 페트병의 원료인 페트(PET)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다. 의복의 재질을 조금만 살펴보면 ‘폴리에스터’라는 합성섬유를 금방 찾을 수 있다.
폴리에스터는 페트를 원료로 만든 섬유를 말한다. 실험실에서 페트를 최초로 합성한 사람은 1914년 영국의 윈필드(Whinfield)와 디콘(Dicon)이다. 이들은 ‘테레프탈산(Terephthalic acid, TPA)’에 에틸렌글리콜(EG)을 축중합 반응시켜 만들었다.
현재도 페트는 이와 동일한 원리로 만들어진다. 석유화학 방향족 기초유분 파라자일렌을 액상 산화시켜 테레프탈산을 얻거나, 테레프탈산을 에스테르화시킨 ‘디메틸 테레프탈레이트(dimethyl-terephthalate, DMT)’를 에틸렌글리콜(EG)와 중합 반응해서 페트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페트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oly Ethylene Terephthalate, PET)의 약자다.
이렇게 만든 페트는 사출 기술을 이용해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 병으로 만들거나, 압출하여 폴리에스터 필름으로, 또 방사와 연신 기술로 폴리에스터 섬유로 뽑아내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페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곧바로 페트병이 떠오르지만, 페트병보다 먼저 사용된 곳은 섬유였다.
폴리에스터 섬유가 개발된 것은 1946년 영국 ICI라는 회사에서 특허권을 확보해 테릴렌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것이 최초다. 이후 1953년에 미국의 듀폰사에서 폴리에스터는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폴리에스터가 개발될 당시는 나일론이 최초의 합성섬유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던 시기이다. 나일론에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합성섬유를 만들고자 했던 연구가 폴리에스터로 이어졌다.
폴리에스터는 나일론에 비해 가벼웠고, 우수한 강도와 질기며, 수분을 흡수하지 않아 옷을 빠르게 말릴 수 있었다. 이후 현대사회에서 폴리에스터는 나일론과 함께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인 합성섬유로 자리 잡았다.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로 사용되던 페트는 1973년이 지나서야 플라스틱 용기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듀폰에서 근무하던 나다니엘 와이어스(Nathaniel Wyeth) 연구원이 탄산음료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플라스틱 병을 찾던 중이었다.
페트로 만든 플라스틱 병이 당시의 다른 플라스틱 병과는 다르게 내용물을 화학적으로 오염시키기 않았다. 또 결정화도가 낮아 투명하고, 내충격성이 좋아 깨지지 않는 등 여러 장점 덕분에 범용 플라스틱 병으로 자리 잡게 된다.
페트를 원료로 합성섬유와 페트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페트병을 가지고 옷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스포츠용품 및 의류업계에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폴리에스터 원사를 이용해 운동화나 운동복, 의류 등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페트병을 분리수거 통에 잘 넣기만하면 되는 걸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페트병의 뚜껑이나 라벨지와 같은 필름은 페트가 아닌 폴리프로필렌이나 고밀도 폴리에틸렌과 같은 다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각기 다른 플라스틱 원료들은 섞였을 때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전부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또한 깨끗하고 불순물이 없는 페트병의 페트를 사용해야 섬유로 재활용할 수 있다. 즉, 재활용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활용 섬유의 가격은 경쟁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페트병의 많은 양이 땅에 묻히거나 바다에 떠다니며 일으키는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들어갈 환경비용을 생각한다면, 비싸더라도 옷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 김효원 객원기자
- hanna.khw@gmail.com
- 저작권자 2019-12-05 ⓒ ScienceTimes
관련기사